어제 아이엘츠 점수가 나왔고, 드디어 목적한 점수를 이뤄 아이엘츠 졸업했습니다.
제가 본 영어시험들 중 가장 어려웠고 당황스러워 비록 두 달의 짧은 여정이지만 괴로웠습니다. ㅠ
그만큼 어제 점수가 너무 기뻐 제 잔머리 경험담을 좀 나누려 합니다. 저도 여기에서 도움 정말
많이 받았으니까요. 단기간에 점수 필요하신 분들은 제 경험이 도움이 됐음 좋겠네요.
저는 제너럴 모드였고 오버롤 7.5 나왔는데 7.25에서 반올림됐으니 오버롤 계산에서는 운이 좀 좋았네요.
시험은 1월 초부터 3월 초까지 두 달 동안 세 번 봤습니다.
1. 리스닝
점수변화: 7.0 => 6.5 => 8.0
전 아이엘츠맹수준에서 첫 시험을 봤고 이후 두 달 동안 세 번 보는 중에도 영어공부에만 매진할
상황이 못되었습니다. 결국 제가 두 달 동안 키운 건 실력이라기보단 요령과 잔머리라고 생각해요.
실력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제 생각에 아이엘츠는 요령의 파워도 상당합니다.
전 리스닝은 캠브리지 교재 테스트만 풀었어요. 채점 후에 틀린 문제나, 맞았지만 어려웠던 문제를
살피면서 전략을 세웠습니다. 근본적으로 실력 키워서 다 들어버리겠다..가 아니라 문제에서 요구하는
걸 빨리 캐치하겠단 목표였어요. 문제 밑에 그런 전략을 상세히 메모해 놓고 시험 직전까지 그에 맞춰
정신상태를 가다듬었습니다. 그 전략들은 대략 다음과 같아요.
-반드시 빈 시간에 문제를 미리 읽어둔다.
: 리스닝 도중 빈 시간을 이용해 최대한 미리 문제들을 읽어두면 정말 도움 많이 됩니다. 넘 기본이죠?
근데 문제 읽을 때에도 시간 배분과 우선순위 설정이 좀 필요합니다. 문제 유형으로 봤을 때 표가
나오고 그 안을 채우는 문제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과 보기가 뭔가
서술적이고 눈에 얼른 안 들어오는 것들이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 유형은 미리 안 읽어놓으면 정말
힘들더라고요. 읽을 때도 그냥 읽는 것보다 문제 속 키워드를 한글로 메모해 두든가(시간은 좀 걸리죠)
적어도 동그라미 등으로 표시해 두는 게 좋아요. 막 정신없이 읽다가 돌아와 현재 문제 풀고 이러다 보면
아까 읽었어도 까먹으니까요.
-빈 칸을 채우는 문제에서는 문장의 구성 성분이나 단어 품사 등을 예측해 적어둔다.
: 밑줄 빈 칸 채우는 문제에서는 문장이 대략 완성이 돼야 하기 때문에 문제를 듣기 전이라도 품사나
구성 성분은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그 정보를 미리 표시해 두고 들으면 굉장히 좋더군요.
명사가 올지 동사가 올지 그런 걸 '명', '동' 이렇게라도 적어두면 좋아요. 빈 칸 앞에 있는 전치사를
잘 보면 예측이 쉽습니다. 물론 잘못 예측해서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긴 해요. 이를테면 in 뒤에는
날짜가 올지 장소가 올지 모르니 두 가지 경우를 모두 예측해 둬야 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런 생각을
어찌 하나 싶어도 익숙해지면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아요. 단기 기억을 최대한 잘 담아두기 위한 훈련을
모의고사 통해 많이 해둬야 합니다.
-숫자, 스펠 받아적는 연습을 한다
: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인데 의외로 처음에 고전했습니다. 특히 숫자요. five가 5이고 seven이 7인 건
요샌 유치원생도 다 알겠지만 전화번호를 연달아 불러준다든가 할 때 받아적으면서 은근히 시차가
발생해서 놀랐습니다. 토종 분들은 그런 경우 많을 거라 생각해요. 머리로는 숫자 다 알아도 생활
속에서 항상 쓰는 게 아니니까요. 시차 발생하면 그 숫자 문제보다 다음 문제에서 엉킬 수가 있습니다.
숫자 받아쓰기 연습은 한 두시간만 해도 크게 도움돼요. 영국식 발음 안 익숙하신 분들은 스펠 받아적기도
꼭 해보시고요.
-답이 나왔다고 생각하는 순간을 조심하고 긴장을 늦추지 말 것.
: 리스닝은 팟 3, 4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함정도 많아지는데요. 문제마다 함정이 달라 일반화해서 말하기
어렵지만 그 중 하나가 이거라고 생각해요. 답이 나왔다고 생각해서 바쁘게 적느라 잠시 귀를 소홀히
했는데 바로 그 내용을 그냥 폐기해버리고 그 다음 순간에 정답을 말해버리는 거죠. 자세히 듣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답 나오는 순간을 기다리는 태도로 듣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만 나와도 덥썩 물기 쉽고,
그 직후 내용을 흘려버리게 됩니다. 뒤로 갈수록 문제가 더 그렇게 되니 긴장을 절대 늦추지 말아야 돼요.
2. 리딩
점수변화: 6.0 => 9.0 => 8.5
리딩에 대해선 할 말이 없네요. 첫 시험 6.0의 충격과 공포, 두번째 시험의 9.0 사이에는 아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없습니다. -_- 공부해서 오른 게 아니에요. 사실 전 첫 시험 점수가 너무 이상하게
느껴져서 재채점 신청하고 싶었습니다만, 아이엘츠 역사상 리스닝과 리딩 재채점이 오른 경우는 한번도
없다더군요. 저 자신도 그렇고, 주위에서도 다 밀려쓴 거 아니냐고 추측하고만 있습니다. -.-
3. 라이팅
점수변화: 5.5 => 6.0 => 5.5
이것도 별로 할 말이 없네요. ㅎㅎ 라이팅 정말 못했어요. 근데 사실 그나마 두 달 간 제일 열심히 한 게
라이팅이었어요. 유일하게 돈 들여서 인강도 듣고 첨삭도 받았죠. 두번째에서 0.5 올라 이제 오르나보다
했습니다만 다시 마지막엔 5.5로 주저앉았네요. 시간이 모자라서 task 1을 글자수도 못 채웠습니다.
(task 2부터 썼거든요.)
공부법은 감히 말씀드릴 수가 없고, 외부적인 팁 아닌 팁을 말씀드려 보자면.
-시험을 최대한 많이 볼 것.
: 라이팅에서까지 높은 점수가 필요하다, 근데 시간이 좀 급하다 하시는 분들은 일단 시험을 최대한 많이
보세요. 네, 그놈의 돈이 웬수입니다만 돈이 허락하는 한 무조건 보세요. 제가 한때 취업 준비하면서
논술, 작문 연습 지겹게 한 적 있는데요. 스터디원 중 글 잘쓰는 에이스 축에 드는 사람들도 그날의
컨디션과 주제에 따라서 점수가 상당히 많이 달라집니다. 글이란 게 어쩔 수 없이 그런 속성이 있어요.
아무리 영어시험이고 글쓰기 시험 아니라지만 글은 하나의 유기체라 내용 완성도, 주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점수에 영향을 안 끼칠 수가 없습니다. 글 아무리 잘 써도 단시간 내 즉흥 주제로 쓰는 시험에서
100% 타율이 나오긴 힘듭니다. 자기 실력 최고의 순간을 보여주려면 여러 번 봐서 운대 맞는 날이 한번
걸려야 돼요.
-task1부터 쓸지 task2부터 쓸지 자신의 성향을 고려해서 결정할 것.
: 대부분 2부터 쓰라고 조언하는 게 보통인 거 같은데요. 전 마지막 시험에서만 그렇게 했다가 피 봤습니다.
전 1부터 순차적으로 쓰는 게 더 낫더라고요. 보통 2부터 쓰는 게 2가 점수 배점 높으니 더 중시한다는
입장에서 그러는 건데요, 전 그렇게 하니까 2가 시간을 너무 잡아먹더라고요. 2가 메인이다 보니 시간이
자꾸 가는데도 도저히 펜이 확확 나가질 못하고 결국 1을 지나치게 희생시켜 버렸습니다. 넉넉한 시간이
오히려 독이 되는 수도 있으니 차라리 1부터 쓰고 남은 시간에 2를 계획적으로 쓰는 게 낫다 싶은 분은
그렇게 하세요. 사람 성격마다 다를 듯 합니다.
-라이팅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
: 무슨 소리냐면, 전 라이팅 점수가 오르진 않았지만 다른 영역, 특히 스피킹 점수는 라이팅 공부의 덕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라이팅 공부하다 보면 리스닝도 늘고 리딩도 늘어요. 전 개인적으로 아이엘츠용
교재보다 해커스 토플용 라이팅 교재가 더 도움됐습니다. 외워뒀다 써먹기 좋은 문장과 표현이 잘 정리돼
있어요.
4. 스피킹
점수변화: 6.5 => 6.0 => 7.0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스피킹은 정말 운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정말 주관적인 거
같아요. 물론 제 느낌도 주관적인 거니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는 거지만요.
-시험을 최대한 많이 볼 것. ㅠ
: 이 웃기는 말을 또 조언이라고 하게 되네요. 저 영국문화원이나 IDP 관계자 절대 아님. ㅠ
준비 기간 넉넉한 분들한텐 해당 안되는 얘기고요, 급하신 분들만요.
전 첫번째 시험관 인상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었다면 두 번째 시험관은 '비우호적'이었고
마지막 시험관은 '상당히 우호적'이었는데요. 시험 중간에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아예 처음에
시험장 들어설 때부터 첫인상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점수는 딱 그 인상을 증명해 줬어요.
초고수님들한테야 해당없는 얘기겠지만 중수에게는..시험관 운이란 게 생각보다 큽니다.
1.0차이는 적은 게 아니잖아요. 전 스피킹은 솔직히 거의 포기해서 학원도 안 다니고 교재도 안 사고..
한마디로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그러나 운에만 기댈 수는 없는 법이니 다른 팁을 하나 더 말하자면...
-impressive한 순간을 만들 것.
: 면접에 대해서도 그런 말이 있는데요, 면접관을 한번 크게 웃기는 순간을 만들면 성공한다고요.
(웃음거리 되란 말은 아닌 거 아시죠?) 스피킹 시험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저 세 번의 시험에서 제가 느끼기에
유창함이나 문장 수준의 차이는 별로 없었습니다. 라이팅 준비 때 외운 몇 개의 문장구조를 좀 사용하기는
했으나 두 번째에서는 첫 번째보다 더 떨어져버렸죠. 다만 첫 번째와 세 번째에서는 시험관들과 '통'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통한다는 게 뭐냐면, 시험관이 내 영어 틀렸나 맞았나에 눈을 부라리기보다 내 말 내용에
귀 기울이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는 거죠. 다행히도 첫 번째와 세 번째에서는 제가 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말할 만한 질문이 나와서 그 순간을 그렇게 만들었던 거 같습니다. 저도 말하면서 영어보다 내용 전달과
설득력에 더 집중을 했고 시험관도 흥미롭게 듣는 것 같았어요. 두 번째 시험에선 주제가 쇼핑이었는데--;
제가 쇼핑을 안 좋아하는 관계로 통하는 순간을 만들지 못했고 어떤 질문은 영어 아니라 우리말로도 별로
대답할 게 없는 것들도 있더군요. 뭐라도 말을 해야 되니 하긴 했는데 그게 아무래도 시험관이 보기엔
주제에서 벗어나는 뻘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네요. 연기력 되시는 분들은 관심 없는 주제도
막 관심 있는 모드로 전환해서 신나게 얘기하는 게 전략이 될 수 있겠네요.
쓰고 보니 별 것도 없는데 옴팡지게 길게 써 버렸네요. ㅠ
아이엘츠 졸업해서 기쁜 맘에 남겨봤습니다. 제 생애 제일 힘든 영어셤이었어요.ㅠ
토익이나 텝스 같은 건 100% 이해력 측정이지만 아이엘츠는 절반이 이해 아닌 표현을 요구하는 거라
그랬던 거 같네요. 잔머리 지수 키우기에 쫌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며 물러납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