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찌푸린 얼굴을 한 걸, 화내는 걸, 짜증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항상 웃으면서 사람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다가, 농담을 하고, 심각하게 시사 문제를 토론하고, 영화와 음악 얘기를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그런 너에게는 항상 빛이 난다.
항상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너.
나와는 정반대인 너.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나는 어두운 사람이다.
말없이 조용하게 교실 구석에 앉아있는 나는, 눈치도 사회성도 부족한 나는, 특별하지 않은 외모에 매일 무표정으로 다니는 나는 스스로 생각해도 친해지고 싶지 않다.
소심한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할수록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갈수록 자존감은 낮아졌다.
너는 그런 나에게도 항상 웃으면서 말을 건넨다.
내가 멍청한 대꾸를 해도, 적당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웃기만 해도, 너는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간다.
나는 그런 네가 신기하다.
모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네가 놀랍기만 하다.
다른 사람들이 말없는 나와 대화하기 불편해하고,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고, 도움을 주지 않을 때도 너는 내게 다가와서 안부를 묻고, 격려를 건네고, 농담을 던진다.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않았으면.
그냥 너도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으면.
그럼 나도 너에게 신경쓰지 않을 텐데.
그냥 너도 네가 친하게 지내는 무리 안에서만 행동한다면.
그 무리 안의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무시한다면.
그럼 나는 너를 계속 쳐다보지 않을 텐데.
네 입장에서 나는 그냥 아는 사람일 뿐인데, 네가 내게 하는 행동들은 네가 다른 사람에게 하는 행동들의 아주 일부분일 뿐인데.
나는 그것마저도 신기하고 고맙다.
그래서 내가 더 한심하고 더 아프다.
내게는 네가 너무 특별해졌는데. 너에게는 내가 그대로, 아무것도 아니라서.
나는 네가 자전거 타기를 좋아해서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새로운 양조장을 찾아다니면서 맥주를 마신다고 해서 나는 마시지도 않던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너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너의 관심분야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네게 내가 특별하지 않은 걸 아는데.
너는 그냥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하는 걸 좋아하고, 자기 얘기를 편하게 털어놓고, 항상 남을 배려할 뿐인데.
그게 내게는 너무 특별하게 다가와서.
너에게서 나오는 빛이 너무 환해서, 태양처럼 누구에게나 와닿아서, 어둠 속에 있는 나에게까지 뻗어와서.
난 네게 너는 나에게 너무나 특별하다고 말할 수가 없다.
내가 너무 아무것도 아니라서. 너와 나는 너무 달라서. 나는 너에게 다가갈 수가 없다.
그런데도 가끔씩 마주치는 너의 미소에 나는 웃음이 나온다.
그냥 너도 나를 무시했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처럼 나를 내버려뒀으면, 내게 말걸지 않았으면,
그럼 나는 그냥 평소처럼 살아갔을 텐데.
내가 네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걸 알기에 나는 기대조차 하지 않지만.
너를 밀어낼 용기도, 너에게 다가갈 용기도 없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