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러 사람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어.
너는 내 오랜 친구이기도 했고, 나에게 이성적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이기도 했으며, 그저 단순한 호기심에 건드려보는 지나가던 행인
에 불과하기도 했지. 네가 나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너에게 네가 나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급격히 피곤해지기 시작했어. 애초에 너는 사람의 가치를 일일이 재어야 하는 그런 사람이잖아.
그런 너의 가치를 나도 재고 있었어. 넌 나의 시간과 노력을 배반하는 류의 사람이란 걸, 그리고 너의 그 판단이 내려지기 이전에 나의
모든 열정이 고갈 되고 말거란 걸, 깨달은 건 정말 행운이야.
그런데도 난 가끔 널 생각해. 그 쓰리기만 한 기억들이,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네.
그만큼 난 그게 이제 별거 아니라 여겨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