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생각을 처음 한 몇년 전부터 쭉 소위 말하는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리네요.
익명이라서 부담이 없네요. 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알아볼 사람이 있을 진 모르겠지만, 워낙 큰 커뮤니티라 뭐..
저는 올해 이십대 중반이 된 여자구요. 대학교 늦깍이 학생이라 작년에 입학했고, 학교 열심히 재밌게 다니고 있는 지방대 학생이에요.
유학을 꿈꾼 건 아주 어렸을 때 부터였네요. 집안 사정은, 예전의 기준으로는 정말 중산층이였던 것 같네요. 사실, 아닐수도.. 초등학교 시절의 제가 본 저희 집은 제 주변 친구들이랑 비슷한 상황이였으니 중산층으로 느꼈을 수도 있겠네요. 근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중산층이 아니라는 걸 몸소 느껴요. 얼마전 집안 사정 때문에, 엄마가 생전 처음으로 큰 돈을 대출 받으셨다는 걸 알았고, 제 유학 비용을 생각한다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집을 팔아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죠.
얘기가 좀 셌네요. 저는 어렸을 때 부터 유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항상 유학에 대해서 찾아보고, 상상하고, 그러면서 영어공부도 열심히 했구요. 하지만 항상 검소한 생활을 해온 우리집에 대놓고 말할 수 는 없었어요. 전 대신 외국에서 일하면서 살아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스무살에 워홀을 갔어요. 저는 홀로 외국에서 보낸 그 일년 동안 매 순간 꿈 같았어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셨겠죠? 워홀이 끝나고 꼭 일년 반만에 집으로 돌아왔죠. 돌아와서 저는 꼭 다시 유학을 계획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워홀로 했던 일은 공부를 안해도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집으로 돌아간다면 공부를 해서 다시 나가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그렇게 대학 입학을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현재는 미국에 있는 대학교로 편입을 해 학위를 얻을 수 있는 과정을 듣고 있어요.
사실 저의 최종 목표는 북미권, 그러니까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일자리를 찾아 정착하는 것이에요. 분야는 보건 관리행정쪽, 미국에 있는 친구가 추천해 준 전공이에요. 사실 간호도 생각했지만 너무 어려운 과정일 것 같아 단념했구요. 유학을 갈 수 있는 학교들은 그렇게 명성있는 학교들은 아니지만, 다른 미국 대학들에 비해 저렴하게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네요. 현지취업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큰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종종 좋은 현지취업에 성공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리구요.
문제는 올해 지원서를 넣을 유학에 대해, 포기를 해야 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뒤로 아무것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에요. 수만가지 생각이 들어요. 집을 정말 팔아서 내가 유학을 갈 수 있다면? 가서 잘 하지 못한다면?? 나의 형편에 너무나 큰 기회비용을 들여서 실패를 겪는다는 건 정말 너무 힘든 일일거에요. 또 유학을 포기한다는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어떤 다른 방법으로 나갈 수 있을까만 생각해요. 워홀을 한번 더 간다면, 그냥 배낭여행을 무작정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너무 무책임한 생각이죠.
이 게시판에 있는 금전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글들을 읽을 수록, 내가 해야할 선택이 어떤 것인지가 확실하게 보여져요. 다른방법이 있을테죠. 지금 마음의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방법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에요. 하지만 스무살에 했던 이 고민이 몇해가 바뀌고 많은 것을 겪어낸 나에게는 여전히 똑같은 풀리지 않을 고민이네요.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지고, 나보다 나은 상황의 사람들을 미워하게 되고, 나는 자꾸만 작아져요. 지금 앞서 걱정도 이렇게 하는데, 실제로 내가 모든 상황들을 무시한 채 유학을 간다면, 나는 미쳐버리지 않을까요?
이 글이 부끄러워 내일 아침이면 삭제해 버릴 수 도 있겠네요. 그냥 한 분이라도 읽게 되신다면, 철없는 저를 혼내시기보다 타일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