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고딩 때 이야기...
 
 
영어 시간.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 온 동안 '생애 최고의 날'에 대해 essay를 써서 발표하는 것이 있었다.
이 project은 각자 시간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2주에 걸쳐 진행됐다.
그 때 내 기억에 남는 한 친구의 presention.
이 친구는 아시아의 한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
자기나라에서 그 해에 단 한명 뽑는 국왕 장학생으로 선발 되어 1년 동안 국가 장학금을 받고 왔다.
그 애 나라 국왕은 매년 한명만 달랑 1년 등록금만 안겨서 서방 국가로 조기유학을 보내 알아서 survival하기를 바랬는지 모르겠다. 

난 그 나라의 장학 제도에 대해서 정확히는 모른다. 그 애 말에 의하면 통계상 30%가

 survival에 실패하고 일년 만에 본국으로 귀국 했다고 한다.
아래는 그 때 그 애의 발표 내용이 교내 신문에 실렸는데 보관했던 신문을 찾아 발췌한 것이다.
(한국어로 번역이 서툴러 어색한 부분이 있어도 이해를 바라며..)
 
 
 
"내가 한 달째 이 쉐터만 매일 입는다고 학교 아이들이 수군 대는 소리를 들은 것은 벌써 1개월 전이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여전히 난 이쉐터를 입고 다닌다.
그러니까 난 2개월째 이 쉐터를 입었다. 그 2개월은 내가 미국에서 살아 온 날짜와 같다.
엄마는 내가 국왕 장학생 시험 공부를 할 때부터 이 쉐터를 뜨게질하기 시작하셨다.
내가 미국으로 가게 되면 그곳은 추울 거라고, 이걸 입으라고...아직 합격도 안했는데 엄마는 내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쉐터 실의 출처는 엄마의 오래된 빛 바랜 쉐터와 우리가족이 가진 옷 중에 가장 깨끗했던 겉옷의 올을 하나하나 

풀어서 두가지를 겹쳐서 뜨게질을 했다.
엄마의 쉐터와 그 옷은 많이 낡아서 푸는 과정 중에 자주 끊어져서 매듭을 많이 만들어야했다.
엄마는 매듭이 쉐터 밖으로 나오지 않게 감쪽 같이 안으로 감추며 뜨게질을 하셨다. 그래서 지금 내 쉐터 안쪽에는 

매듭이 무척 많다.
아버지는 내가 10살때 돌아가셨다. 우리는 작은 방에서 7식구가 살았다.
엄마는 내가 공부하는 시간에 옆에서 조용히 이 쉐터를 뜨고 계셨고 내 언니와 오빠, 동생들은 

그 시간이면 모두 밖에 나가서 길을 배회했다.
그들이 길을 배회 할 때 그들 중 절반은 맨발이었다. 신발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형제들은 나를 위해 그렇게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1년 뒤, 나는 장학증서를 받기 위해 국왕을 알현했다. 국왕은 내게 말씀하셨다. 훌륭한 인재가 되어 돌아오라고...

그리고 국왕께서는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고 신의 축복을 빌어줬다.
그날, 나는 집에 돌아와 엄마로 부터 이 쉐터를 선물 받아 처음 입어 봤다.
쉐터는 이미 오래전에 완성 되어 곱게 접어져서 신의 제단에 바쳐져있었다. 

그러니까 이 쉐터는 오랜 시간동안 radiant heat(복사열?)로 신의 축복을 받은 셈이다.
우리 가족은 쉐터를 입은 내게 박수를 쳐줬다. 이 쉐터를 받던날, 그날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내가 미국으로 떠날 짐을 쌀 때 언니는 3년 전 한 선교사가 신다가 주고 간, 가끔씩만 신는 낡은 구두를, 

작은 동생은 목숨만큼 아끼던 유리 구슬 5개를, 오빠는 밥벌이로 사용하는 대나무로 만든 작은 피리를 내게 선물로 주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나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중략..........................
나는 가끔 쉐터 안쪽 매듭들을 하나씩 만져보면서 엄마와 내 형제들을 그리워한다.
엄마는 사람은 살아 가면서 인생의 매듭을 겪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이제 미국으로 가게 되면 많은 매듭을 겪게 될텐데 그때마다 내가 스스로 매듭을 풀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 essay가 그동안 나를 이해 할수 없던 학교 친구들과 나와 매듭이 풀리는 다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아마 이것은 엄마가 말씀하신 내가 풀어야 할 매듭 중 첫번째 매듭인 것 같다.
....................중략................................................
이제 쉐터가 많이 더러워져서 빨래를 해야한다. 빨래하는 동안 갈아 입을 옷이 필요하다.
누구든 입지 않는 옷이 옷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으면 나에게 달라. 내가 빛을 보게 해주겠다.
보스턴은 내가 살던 곳에 비해 많이 춥다. 두꺼운 옷도 환영한다. 그 두꺼운 옷은 이 영광스러운 쉐타를 감싸게 될 것이다.
더불어, 빨래 할 쿼러 몇개를 주머니에 넣어서 옷과 함께 주는 센스있는 사람에게는 신의 축복을 빌어 주겠다"

우리는 그 애의 재치있는 마지막 문장에 와하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애의 발표가 끝나자 우리는 동시에 스프링에 튕긴듯이 일어나 기립 박수를 오래도록 쳤다.
그 애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교내에 퍼져 교내 신문 기자들과 사진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기 위해 그애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교내 신문은 그 애의 essay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매듭'이 일면의 톱 기사로 장식 되었다.
그 애 방에는 옷 도네이션으로 넘쳐났다. (부유한 아이들이 많았기에)많은 옷들이 좀...그렇고 그런 옷들이었다. 

그 애는 그 옷에 붙어 있는 trademark가 얼마나 유명한지 비싼지 모른다. 그애는 단지 옷, 갈아 입을 천이 필요했다. 

그 유명 브랜드 옷과 그 애 엄마가 꼼꼼하게 뜨게질 한 그 쉐터와...개념이 달라서 두가지를 비교한다는 것은 

어떤 잣대로도 불가능하다.
나와 체격이 비슷해서 나는 스키바지를 줬다(스키복은 한국산이 최고다).
고맙게도 그 애는 그 바지를 자주 입었다. 그게 스키 바지인줄 모른다. 에스키모 인디언에게 얻은 바지냐며;; 

그냥 따뜻한 바지 인줄로만 안다. 덕분에 나는 그 해에 학교 스키 trip에 못갔다. 잘 입고 다니는 걸 스키 trip 간다고 

잠시 빌려 달랄 수도 없고;;

그 애는 천재가 아니라 그냥 아주 무섭게 공부하는 아이였다. 

게다가 누구에게든 활짝 웃어 보여주는 그애의 이국적인 가무잡잡한 얼굴은 참 예뻤다. 특히 눈이 아주 맑고 예쁘다.
졸업식 때 그애의 가족은 아무도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 애 나라의 국왕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식이 끝나고 reception 때 활짝 웃으며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는 그 애의 모습이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았다.
학교를 떠나며 그애와 작별 인사를 하는데 그 애는 내 어깨를 잡아 당겨 자기 이마를 내 머리통에 갖다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디를 가든 신의 축복이 너와 함께 하리라..."
그 애는 졸업 후 H대학으로 갔다. 현재는 학부를 조기 졸업하고 M대학원으로 개미의 마라톤 거리 만큼  움직였다.
 

오랫동안 나는 그애를 잊고 있었는데 오늘 그 애에게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Hey, Baryon!
(그 애가 부르는 내 별명이다. 걔 별명은 Mesotron이다. 

덩치크고 글래머 스타일의 미국 여자 애들 사이 비해 둘 다 가x이 뭐 만하다고ㅋ; 낄낄 대면서 붙인 별명.)
학교를 때려치우고 여행 한다고 사라졌다며? 이 배신자! 넌 바보 멍충이 같애.
너 앞으로 10년간 솔로로 지내게 해 달라고 신에게 기도하겠어!!
김밥이라는 요리는 안 먹여 주고 꺼져버린거야?"(이하 우리끼리의 통하는 슬랭은 생략;;)
옛날에 한국음식 김밥에 대해 이야기 해줬는데 무척 흥미로워하면서 비싼 음식이면 언제 한번 공짜로 먹여 달라고했다.ㅋㅋ
아직 한국 친구를 안사겼나? 김밥을 못먹어 본 모양이네..
(헉; 근데 그런 심각한 저주를..이느무 지지배ㅠㅠ  걔네 신이 누군지 모르지만 신빨이 쫌 있는거 같아 무서웡-_-;;)

캠브리지에는 봄과 겨울에 칼바람이 분다. 이 친구가 그 스키바지를 잘 입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아주 따뜻 할텐데...
내가 회사를 다니니 보스턴을 가는 건 이제 힘들고 한국으로 그 애를 불러서 언젠가 김밥을 만들어서 함 먹여 줘야 할텐데...

다른건 몰라도 단무지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기나라 인종이 한명도 없는 우리학교에서 그애는 한번도 외로워하지 않고 참 씩씩했다.
 
 

회사 휴게실 유리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 오는 햇볕이 참 따사롭다.
추위를 잘타는 그 친구가 있는 캠브리지에도 이렇게 따뜻한 햇볕이 쏟아져서 친구의 등을 따뜻하게 비춰주면 좋겠다.
마음이 부유했던 친구..
'어디를 가든 신의 축복이 너와 함께 하리라...'
 

Addition:
음,  근데 비밀 한 가지 알려 드릴께요.
'사랑한다'는 말은 쉽게 가볍게 쓸수 있는 말이 아니고 허파 속에서 맴돌다가 도저히 더이상 담아두지 못할 정도로 

가득차서 입으로 나왔을 때 진심이 전달이 되는 것이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