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요즘 심각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괜찮은 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였습니다. (자랑처럼 들렸다면 죄송..)
정말 대학 4년간 공부와 결혼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미친듯이 공부했죠...
시험기간만 되면 거의 학교에서 살았으니..
저는 학부 전공이 화학은 아니었지만, 미국에서 괜찮은 주립대에서 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2년이었지만,
TA assistantship을 받으면서, coursework, TA, 연구를 미친듯이 해내어, 졸업 쯤에 JACS에 퍼블리시도 했습니다.
저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첨에는 학부 때 공부하던 버릇이 있어서, 미국에서도 좋은 학점을 받아,
올 A로 깔아야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게 되는데, 학점 잘맞을려고 공부하기가 너무도 벅차더군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 아니고, 더구나 TA (화학 하시는 분들 아시겠지만, 화학과 TA가 돈을 많이 받긴 하지만,
recitation과 실험 assistant까지 해야 하죠..정말 빡셈)까지 하면서, 연구까지 할려니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저는 석사라서 그런지 지도교수님이 마지막 학기가 돼도 RA를 안시켜주시더군요...마지막 학기때는 졸업 논문 쓰면서 TA 하느라,
정말 죽어났습니다. 어떻게 그 시간들을 버텨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네요
첫학기때,
A2과목인가 맞고 나머지는 모두 B...(4과목 들었습니다) 자존심에 큰 타격을 받았고,
열심히 했는데도 A가 안나와주니 힘이 빠지더군요..
근데, 겨울방학때 곰곰히 생각해보니,
도대체 내가 왜 미국까지 와서 학점에 목매달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겁니다.
학문하는 사람이면,
어디 저널에 몇편의 양질의 논문을 내는지가 중요하지, 대학원생이 A 받으면 멀해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우리가 (유기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우러러보는) EJ, Corey, David Evans, Yoshito Kishi, Overman,
Schneider, Sanford, Danishefsky 이런 분들이 대학원때 GPA가 얼마나 되는지 관심이나 있나요? 이들이 존경받는 이유는 고급 저널에 많은 논문을 내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거 아닌가요?
그리고, 또 하나 드는 생각이 도대체 미국까지 와서 최고가 되려는(될수도 없지만) 이 야심이 너무 부질없이 느껴지는 겁니다.
미국왔으면 학위만 성공적으로 받으면 되지..최고는 무슨..!! 생존 자체에 의미를 두는게 속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험 전날까지 실험하고, 시험공부는 새벽에 3,4시간 잠깐씩 하면서 나머지 과목 졸업때까지 B로 깔아주었구요..-_-;;
A도 몇개 있긴 했지만, 하여튼, 리서치 코스웍(무조건 A주는 거, 수업은 안하고)까지 합쳐서 3,6정도로 졸업하구,
지금은 박사과정으로 다른 학교에 다시 어플라이해서 왔습니다.
전, 석, 박사를 애초부터 다른 학교에서 하자라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학문적으로 다양성을 기르고 싶었거든요
이런 생각을 갖다보니, 여기서도 시험에 너무 안일해진 제 모습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랩니다.
전, 한국에서 학부때 시험기간만 되면, 제 어머니께 학교에 갈때,
"A학점 사냥하고 올게요.." 이랬던 제가.........
물론, 제가 학위따는것만 목표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전 정말 학문을 사랑합니다.
일례로, 생리학, 생화학등 다른 과에서 하는 세미나도 스케줄 보면서 찾아다니며 들을 정도로 공부를 좋아합니다.
모든 것이 내 리서치의 소재가 될수 있단 포용력을 기르기 위해서이지요..
근데, 목표가 B정도로, 학교에서 안쫗겨날 정도로만 학점은 유지하자...
이런 생각이 드니, 시험공부기간이 되도, 긴장이 안됩니다. 집이 좀 학교에서 멀어서 요즘은 집에서 시험공부하는데,
한 1시간 공부하면 맨날 인터넷이나 하고...집중력도 많이 떨어진거 같구요..
같은 과 한국인 누나가 시험공부좀 신경써서 잘해라...나중에 지도교수 선정할때를 위해서도 학점은 잘 받아놓아야 한다..
이렇게 충고를 해주시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몸이 이젠 따라주질 않아요..
그리고,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더군요...학점이라면 환장하는 제가 '공부하라'는 충고를 듣는다는게...
그저, 빨리 코스웍 끝내고 연구만 하고 싶구요...
시험에 너무 지쳐버린건지, 연구하면서 문헌 찾아보고 하는 공부는 재미있는데,
시험있는 코스웍은 정말이지 진저리가 납니다.
또하나 이렇게 변해버린 이유는, 제가 석사할때 몸이 부셔져라,
시험공부 한적 이 있는데, 초반에 스퍼트를 엄청 내버리니, 나중에는 연구할려고 해도 몸이 지쳐버려서,
실험실에를 안나가지게 되더군요..
그때 느낀게 아! 이건 정말 장거리 경주구나...
그냥 꾸준히 페이스 유지하면서 가는게 좋겠구나...이런 생각이 들어서, 몸이 부셔져라 밤 새가며 시험공부하기가 겁나기도 하네요...
이러한 저의 생각들이 옳은 것인지...
읽어보신 후 박사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의 말씀 기다리겠습니다.
길고 잼없는 고민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