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닉네임을 보고 아시는 분은 이제 해커스에 안계시겠죠?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유학준비하며 해커스에 몇번 글을 올렸었는데... 어느덧 디펜스도 하고, 그렇게 고대하던 학위과정도 마무리가 되어가네요.
불과 3-4개월 전에는 졸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디펜스 날짜가 잡히고 나니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이 되더라구요..
디펜스 하고 나니, 이렇게 쉬운거였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허무(?)한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학위과정을 돌아보니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네요... 제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1년차때 지도교수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10명이 넘는 교수에게 거절당하고, 장학금이 떨어져갈때쯤...한국으로 돌아가야 되나..하는 시기에 지금 지도교수님을 만났어요 (교수님 미안해요. 교수님이 저의 첫 선택은 아니었어요.ㅋㅋ). 그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 따질겨를도 없이 감사합니다 하고 조인 했죠.
지도교수님 스타일은.. 극단적인 hands off... 돈 줄테니까 너 알아서 연구해... 그래서 저희 랩에는 고년차들이 엄청 많아요. 다들 멘땅에 헤딩하면서 시작하기 때문에... 저도 처음 3년정도는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네요. 괜찮은 데이터 뽑기까지 무려 4년이란 시간이 걸렸어요... 그래도 데이타 못내는 동안 저를 한번도 푸쉬하시지 않은 교수님... 저를 믿고(?) 그러신건지. 그냥 관심이 없으셨던건지... 그래서 그 큰 5년짜리 프로젝트를 시원하게 말아 먹었어요..(교수님 죄송해요. 그래도 연구책임자는 교수님이니 까요.. 메니징 안하신 교수님 책임도 있어요 ㅋㅋㅋ)
그 큰 프로젝트 말아먹고 나니... 프로젝트 중일땐 안보이던게... 나중에 보이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딴 프로젝트 돈 끌어다 실험하면서 어찌어찌 졸업논문 마무리 했네요. (교수님, 딴 프로젝트 돈 끌어다 써서 미안해요. 저도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지도교수와 지도학생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랄까요? 지도교수님이 정말 싫을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를 지도학생으로 받아주시고, 돈도 주시고, 데이타 못낸다고 질책도 안하시고,... 돌아보니 감사한것 투성이네요. 그냥 지도교수님은 기다려 주신것 같아요. 제가 준비가 될때까지. 디펜스 하고나서 손잡아 주시면서, 잘했다고 해주시는데.. 감동이었어요... (근데 애들 지도 좀 잘해주세요. 다들 너무 힘들어해요ㅋㅋㅋ) 그리고 랩에서 유일한 외국인인 저를 동료로 받아준 랩 친구들에게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네요. (7-9년차 애들아! 나 먼저 졸업한다. 배아프지? 메롱ㅋㅋㅋ 고맙다. 다들.)
돌아보니 박사과정 학생으로써는 많이 이루어내진 못한거 같아요. 박사과정이 생각한것보다 오래 걸렸고, 논문갯수도 원래 목표했던거에 반밖에 못썻네요. 그래서 그런지 항상 학위과정중에 뭔가에 쫓기면서 전전긍긍하면서 살았던거 같아요. 지금도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아서 전전긍긍하고 있는건 마찬가지지 만요.
그 바쁘고 우울한, 박사과정중에 한편으론.... 인생에서 중요한 몇가지를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짬짬이 여행도 다녔고, 와이프도 만났고, 생각지도 않은 애기도 찾아와주었고..ㅋㅋㅋ 네 이래서 제가... 논문을 많이 못썻군요. 쩝..
예전부터 학위를 마무리하는 날이 오면, 해커스에 들려서 글 한번 남겨야지 해서 남겨보는 거에요. 시덥지않은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박사과정생분들이 저마다 어려움을 가지고 지내시리라 생각됩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되도, 그 학위과정의 끝은 있는거 같아요. 좋은 일이 있길 바래봅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