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심한 성격 탓에 어드미션 포스팅을 쓰는 것이 정말 많이 망설여졌습니다. 많은 분들의 기적과 같은 도우심이 있었기에 제가 가진 보잘것 없는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아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고요. 대가이신 TAMU의 지도교수님의 높은 기준에 맞지 않아서, 아니면 퀄시험에서 탈락해서 짐싸서 오면 이 글이 또 얼마나 부끄러울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몇 번의 자기부인 끝에 하나님께 많이 구하고 나서야 이 글을 쓰게 될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잘 적지도 못한 포스팅이지만, 제가 해커스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던 만큼 제 기록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텍사스 학교에만 지원한 것 관련: 개인적인 이유로 Texas 학교들에만 지원을 하였고, 이 부분이 사실 큰 선택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득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세 분 정도의 교수님을 정말 intense하게 탐구할 기회가 있었고, 그분들 각각에 개인화해 저를 최대로 어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쏟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진학하는 TAMU CE에서 곧 제 지도교수님이 되실 교수님의 경우 제 분야의 대가분이셔서 유튜브 강의를 포함한 자료가 정말 많았는데, 그런 사이드 자료들은 정말 하나도 빠짐 없이 보고 정리하고 분석했습니다. 그분의 논문들을 다 보기에는 너무 논문이 많았지만, 그래도 citation이 많은 주요 논문들은 정독하고 잘 정리해서 제 SOP 요소요소마다 흔적을 남기려고 노력했습니다. TAMU IE의 교수님의 경우에는 인터뷰 직전 홈페이지가 다운되었었는데, 그 오래 전부터 저는 그 홈페이지를 팠었기 때문에 그 분이 무엇을 연구해 왔고 앞으로 어떤 연구 방향을 가지고 계신지 제가 줄줄이 다 알고 있었습니다. 이를 인터뷰에서 제가 발표한 ppt material에 최대한 전략적으로 녹여내려 했고, 우리가 research fit이 잘 맞으며 내가 즉시전력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한 점은 실제 사실이고, 제가 거짓말을 하거나 없는 말을 지어내서 했던 것은 아닙니다)
2. 석사 없이 지원한 것 관련: 공대에서 실적의 부재는 교수님께는 리스크이고, 이 리스크라는 것이 또 굉장히 큰 마이너스 요소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공대 지원자들의 경우 석사학위 등을 하면서 실적을 잘 쌓고 오는, 리스크가 없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유학을 나와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 부득이 Direct 박사로 지원을 하였는데, 제가 인터뷰 준비가 정말 많이 되어 있었음에도 TAMU IE 교수님과 인터뷰를 할 때 "내 연구 경험이 바로 실적을 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득시키는 것이 꽤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이 점을 생각해 보면, 처음 메일을 보낼때부터 "내가 실적을 CV에 제대로 적을 만한 상황이 아니지만, 인터뷰만 시켜주면 내 연구 능력을 pt해 보이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던 것 덕분에 인터뷰 기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3. 공대 유학지원은 SOP와 reference letter의 비중이 정말 큰 것 같습니다. 추천서 시즌 직전에 나왔던 좋은 연구 결과가 지원 시기에 이르기까지 논문으로 출판되지 않았는데, 이런 부족한 점들을 교수님들께서 rereference letter를 통해 메워주신 것이 제가 TAMU CE의 대가 교수님과 UT Austin ORIE 학과와의 인터뷰 없이 어드미션을 받게 해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컨택 관련: 공대는 컨택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공대에도 커미티가 있고 그분들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Fellowship을 받을 정도로 출중한 객관적 스펙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미래의 지도교수에게 RAship offer를 받는 것만큼 확실한 어드미션 전략이 없기 때문입니다. RAship을 받으려면 즉시전력감임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려려면 일단 컨택을 통해 나를 어필할 기회를 충분히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5. 컨택 및 컨택 이후의 모든 이메일에 관련하여 팁이 몇 개 있습니다. 먼저 교수님께 첫 컨택 이메일을 쓸 때는 메일 제목과 처음 한 두 문장으로 쇼부를 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고려한 메일과 그렇지 않았던 메일의 답장 및 답장 이후의 결과가 정말 크게 달랐습니다. 그리고, 이메일을 마치 논문 쓰듯 정성스럽게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은 논문 읽으시는 게 직업이신 분들이기에, 독자를 배려한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교수님이 이 제목의 메일을 읽으실 때 어떤 생각으로 읽기 시작하실 지, 그래서 언제쯤 지루하실지, 그러니까 어떤 내용이 어디에 배치되어야 할 지, 그래서 이 부분에서는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안 거만해 보이면서 intersting하게 느끼실 지, 그러나 이메일 전반적으로 최대한 succinct 한 느낌이 나게, 이메일은 "내가 메일 하나도 이렇게 깔끔하고 정확하게 잘 쓰는 사람이다. 나 논문도 잘 쓰겠지?" 이런 것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업로드를 하려고 하니 또 부끄럽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그렇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느님께 순종하는 마음으로 부끄러운 글 올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