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Fulbright Graduate Study Award와 International Fulbright Science and Technology Award에 모두 합격한 사람입니다. 비록 한 개는 decline했지만, 원하던 곳으로 돈 걱정 없이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가 받은 엄청난 혜택을 저 혼자만 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입니다.
이 곳 해커스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Fulbright 위원단 (한미교육위원단) 으로부터 큰 혜택을 입었기에, 제가 아는 작은 정보지만 많은 분들께 알려드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Fulbright 프로그램에 도전하여 미국 유학 성공의 디딤돌로 삼으시길 기원합니다.
우선 아셔야 할 것은 Fulbright 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장학금에 선발이 되면 F-1 비자가 아닌 J-1 비자를 받게 됩니다.
일장일단이 있는데요.
미국에서 막바로 취직을 하실 생각이라면 다른 장학금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이고 저처럼 처자식까지 있는 몸이라면 아내가 받게 되는 J-2 비자를 생각할 때 상당히 파워풀합니다. 제 아내는 J-2 비자 덕분에 미국에서 취업과 학업이 자유롭게 됩니다.
또한 J-1 비자는 세금 감면 측면에서도 굉장히 유리하다고 하더군요.
보다 자세한 설명을 위해 시간 순서로,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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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T Award (첫 번째 이야기)
- 대상은 이공계 전분야이다. 인원은 전세계에서 40명 선발. 장학금 규모는 대략 1년에 5만 달러씩 4년 지원. 정확히 말하면 3년은 Fulbright 측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1년은 학교 측에서 지원하도록 Fulbright가 쇼부(?)를 쳐준다.
대부분 학교 측에서 이 제안을 수락하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20만 달러 규모라고 보면 된다.
해마다 다른데 지금까지 한국인은 0명, 1명, 2명 되는 경우가 있었고 3명 이상 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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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의 지원 양식, 학부/석사 성적표, 영문 추천서 3부, 토플 성적표, GRE general, GRE subject 성적표를 제출했다.
소정의 지원 양식에는 학업계획서, 자기소개서, 이력서가 포함된다.
영문 추천서 3부는 지금은 교수가 되신 전 직장 상사 2분과 현 직장 상사 1분께 받았다.
토플은 92점 이상이어야 하고, GRE는 지원 당시 성적이 없어도 가능하나 추후 일정 기간 이내에 시험을 쳐야 하며 quantitative 성적이 700 점 이상이어야 한다.
- 2009년 6월 중순, 서류 합격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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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자는 한 사람씩 들어가며 면접 시간은 15분.
면접관은 6~7명쯤 되는데 한미교육위원단 측에서 2분 들어오시고 (단장님과 외국인 관계자), 나머지는 모두 이공계쪽 교수님인 듯했다. 아마도 한미교육위원단 측에서 지원자들의 서류를 보고 관련 분야 교수님들을 일시적으로 모신 듯하다.
A4지 4장 분량의 영어로 된 예상 질문을 뽑아갔는데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다.
내가 준비한 것은 Fulbright가 누구인가, Fulbright 위원단의 역사와 전통은 무엇인가 이런 것들이었고, 실제 면접 내용은 나의 석사 학위 논문 주제와 관련된 매우 학문적인 것들만 다뤄졌다.
“당신이 합성한 물질은 무엇인가?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런 방식으로 안 하고 왜 그런 방식으로 했는가? 다른 물질에 비해 무슨 이점이 있는가? 사용 가능한 응용처는 어디인가?”
석사 졸업한 지 4년 넘어서 가물가물한데 완전히 죽쒔다. ㅡ.ㅡ;;
면접관으로 그렇게 전문가들이 들어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
한마디로 석사 학위 논문 심사를 영어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완전 학구적인 분위기이다.
아. 첫 질문은 자기 소개이다. 영어로 자기 소개 준비 필수!
실패라고 예상하며, 다음 Graduate Study Award 지원을 서둘렀다.
2. Graduate Study Award
- 대상과 인원은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15명, 자연과학 계열 (올해부터 공학 계열 포함으로 변경됨) 5명 선발. 장학금 규모는 첫 해 4만 달러, 이듬해 3만 달러이며 기혼자의 경우 가족수당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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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S&T Award도 지원했었는데 Graduate Study Award까지 중복 지원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하신다. 정황 상 내가 중복 지원하는 첫 사례인 듯했다. 앞으로도 계속 가능할지는 미지수. 이 글이 공개되면 많은 이공계생들이 중복지원하려고 할텐데…
S&T Award와 다른 점은 토플 커트라인. 영문학과 언어학 전공자의 경우는 100점, 그 외의 분야는 88점이다.
그리고 제출 서류 목록에는 재직증명서가 있으나 안 내도 된다. 지인 중에 회사에 유학 준비한다는 사실이 알려질까봐 이 장학금에 지원 못 한 경우를 알고 있어서 하는 이야기다. (보통 회사에서 재직증명서 뗄 떼 용도를 기입하게 되어 있으므로 ‘장학금 신청용’ 이러면 곤란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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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T Award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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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S&T 장학금 되셨어요.”
“네?” (꿈인가?)
“이번에 한국에서 2명 되셨는데 XX 씨가 그 중 한 명이에요.”
“진짜요? 이거 얼마라고 하셨죠?”
“5만 달러씩 4년입니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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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관심있던 교수들을 알려주었고 A 양이 나 대신 교수님들께 컨택을 해주기 시작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컨택했을 때는 이메일 답변조차 없던 분들이, A 양이 컨택을 해주니 태도가 돌변했다.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고, A 양은 장학금 정책 상 6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으므로 6군데를 고르라고 했다.
그 이후 내가 한 일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A 양이 도맡아 전산 입력 작업까지 다 해주었다. 어떤 학교는 지원 절차가 완료된 것조차도 몰랐다. 달력 보다가 데드라인 지난 걸 알고 깜짝 놀라 그 학교 어떻게 됐냐고 물어봤더니 걱정 말라고, 이미 지원 완료했다고…
일체 지원비가 들지 않으며, 각 지원 학교마다 따로 챙겨야 하는 복잡한 성적증명서 리포팅, 토플 점수 리포팅, GRE 리포팅 이런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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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편하게 제가 원하던 곳에 가게 되었고, 이 뿐 아니라 지금도 비자 관련, 출국 관련 모든 프로세스를 그 쪽에서 해주고 있습니다. 전 그냥 기다리면서 가끔 그 쪽에서 요청하는 것들만 해주면 되죠.
그리고 얼마 전엔 Fulbright 동기 모임에서 앞으로의 유학 생활에 대한 정보들을 나누며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미국에 가서도 Fulbright 수혜자들을 위한 pre-academic English language program이나 Gateway orientation program이 입학 전에 있고, 또 매년 11월에 있는 Fulbright enrichment seminar 등 전세계 Fulbrighter들이 모여서 교류하는 기회가 많습니다. 미국 교수들 중에도 Fulbright 출신들이 많고요.
그리고 학위 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매년 동문회에서 기라성 같은 풀브라이트 선배님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 50~90년대에는 삼성장학금, 관정장학금 같은 것이 없었고 (두 장학금 모두 2000년대에 설립) 자비로 유학을 간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었기에 많은 유학파들이 풀브라이트 동문들입니다. 국무총리,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대통령 수석비서관, 대학교 총장님들... 작년 동문회 때 연설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님이 하셨습니다.
이런 기회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명성에 비해 금액이 조금 작긴 하지만 단지 액수만으로 Fulbright 장학금을 평가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http://www.fulbright.or.kr/xe/index
올해 장학금 공고가 이미 떴습니다. 선발 인원이 소폭 증가했네요. ^^
아. 그리고 이렇게 되면 제가 뭐 대단한 스펙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그건 절대! 아닙니다.
학점도 안 좋고, 영어 점수도 안 좋아요.
그나마 내세울 건 논문이랑 특허 조금 있는 것뿐이고요.
하나님이 제 기도를 들어 주셨다고 밖에 설명이 안되는군요.
제 사견으로는, 사람이 어차피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자신만의 차별화 전략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고 그것을 최대한 부각시켜 서류를 작성하고 면접 때 자신감 있게 하시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서 썼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그리고, 애까지 생겨 가사에 지친 와중에서도, 유학 준비 한답시고 집에도 안 들어오는 남편 묵묵히 뒷바라지 해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