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2016-2017년도 미국 대입을 마친 시니어입니다. 저는 올해 9월에 USNWR 랭킹 기준 5위내 대학에 입학합니다. 해커스는 대학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가 발견하게 되었는데, 미국대학을 과하게 한국적인 잣대로 평가하거나 방황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IB도 끝났고 조금이나마라도 그릇된 편견을 바로잡고 도움이 되고자 제 경험과 생각을 써봅니다.
제가 첫번째로 얘기하고 싶은 점은 최상위권 학교 입시에 임하는 자세입니다. 올해 최상위권 학교들에 지원하면서 제가 느낀 점은 미국의 대입은 노력과 재능이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기보다는 배경과 운이 더 크게 작용하며, 대부분의 학생은 막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정하고픈 결과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비극이라는 것이였습니다. 국제올림피아드 정도에서 입상할 수 있는 학생들은 실력만으로도 입학이 가능합니다만, 대부분의 최상위권 학생들도 그정도의 재능이 없기에 입학 결정은 결국 내 원서를 읽는 입학사정관의 그날 그때의 기분, 추천서를 잘 써주실 수 있는 선생님의 유무와 그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운, 또 에세이의 스타일이 입학사정관에게 개인적인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운 등, 노력으로는 관여할 수 없는 요소들에 달려있습니다. 또한, 비싼 사립학교를 보낼 수 있는지도 입시 준비와 원서 작성에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운이라는 요소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예컨데 올해 저와 함께 입시원서를 제출한 공립학교 친구 6명은 모두 다 불합격 통지서를 받아들여야 했지만, 제가 알고 있는 5명의 사립학교 친구는 모두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제 공립학교 친구들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건 아니였습니다. 한명은 생물학 저널에 공동저자로 논문을 출간하기도 하였으며 학생회장 및 몇만달러를 모금한 비영리 단체에서 학생임원 직을 맞고 있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미국 대입 시스템은 공정하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으니 지원을 할 때 다 떨어지는 것이 현실적인 가능성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최상위권 학교에 합격하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20위권 학교와 10위권 학교의 커리큘럼이나 난이도가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며, 또 강의의 질은 교수의 연구 역량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 제가 만나본 제가 입학할 대학 선배들의 일치된 의견이였습니다. 따라서 곧 지원을 할 예정이라면 너무 부푼 기대나 집착은 버리고, 만약에 결과가 나온 상태라면 너무 불행해하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두번째로는, 너무 과도한 한국식 대학 서열화에 대해 말을 하고 싶습니다. 미국에도 한국처럼 어느정도의 "서열화"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HYPS라는 acronym의 존재가 이 사실을 입증하고, USNWR같은, 시카고대의 어느 한 교수 말로 "scam"인 랭킹기관들의 줄세우기가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미국대학에 대해 어느정도 리서치를 해본 사람이라면, 혹은 인터넷을 도배하는 상업적이고도 단순한 문구들에 혹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랭킹들의 세세한 구별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합격자들의 페이스북 그룹에서 본것만 해도 컬럼비아와 프린스턴 대신에 랭킹상 상대적으로 하위권인 대학으로 가기로 결정한 학생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탠퍼드 대신에 공대가 더 약하다고 알려진 학교에 간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위 세 학교들은 돈이 많은 학교라 재정보조 문제는 아니였을 것이라고 추청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내릴 때 따르는 주위의 난리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은 학생들을 고려하면 그 수는 더 많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케이스들이 다수는 아닐지어라도, 이들이 보여주는 점은 대학의 질은 랭킹같은 별 의미없는 것에 의해 단정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어짜피 특정 그룹에 속하는 대학들을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에 있어서는 다 비슷하게 여겨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대학들을 서열화하고 그거 가지고 싸우는 일은 좀 유치하지 않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미래에 미국대학에 지원할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먼저 미국 대학을 지원할 때 내가 왜 지원하는지 잘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학교의 명성이나 prestige가 합리적인 지원 이유가 될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아이비리그를 가고 싶은지, 혹은 갈 필요가 있는지를 잘 생각해보세요. 아이비리그나 아이비리그 급 학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학교들은 있고, 그에 따라 좀 더 행복하고 편하게 고등학교를 다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대입을 위해 IB, AP, SAT에 시간을 붇는 것은 시험 테크닉만 늘어나지 학문적 능력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럴 시간에 관심있는 분야의 책을 한권이라도 더 읽는게 훨씬 도움이 되지요. 또한, 아이비리그에 지원한다는 것은, 특히 공립학교에 다닌다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굉장히 고된 일입니다. 혼자 알아나가고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은데다가 노력한다고 합격이 보장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데로 제 주변에는 고등학교 4년간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피나게 준비하였으나 결국 safety 학교들로 진학하게된 친구들이 많습니다.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것은 고되면서도 실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도박과 같기에 한번 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한다면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클럽을 한다면 최대한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논문을 쓴다면 정말 관심이 가는 주제를 탐구하세요. 진정성 없이 하는 과외활동은 사람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 뿐더러, 이미 전세계의 수많은 학생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원서나 인터뷰에서 들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서나 인터뷰에서 여과없이 들어나는 것은 진정성 없는 활동뿐만이 아닙니다. 열정을 가지고 하는 일도 자연스레 들어나기 마련이지요. 제가 만나본 대부분의 합격자들은 실제로 무언가 한가지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세기 초반 프랑스 소설, 토폴로지, 19세기 영국철학, 분자생물학 연구부터 댄스까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물론 대입에 사용할 수 있으려면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피곤한 일들을 해야하는 것은 다르지 않지만, 열정을 가지고 하는 일은 즐길 수도 있고, 나중에도 이어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