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고 컨설팅에 대하여
밑에 ‘해외고 컨설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어서 나의 견해를 올린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절대 다수의 경우 입시컨설팅은 스스로 돈을 내고 일종의 ‘임상실험’에 자원하는 짓인 동시에, ‘우리 부모님으로부터 추가적으로 돈을 더 빼먹어주세요’라고 간청하는 짓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 그런가?
가령, A라는 대학의 B 전형에 100명의 학생이 합격했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그 모든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정확한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 학원은 없다. 때문에, 그들은 제한적 정보를 가지고 컨설팅을 하는 것이다. 즉, 자기 학원에 다녔던 학생들, 자신에게 전년도에 컨설팅을 받았던 학생들의 자료만 가지고 상담을 한다. 이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가?
또 다른 상황을 가정하자. ‘가’라는 학원에서 SAT ****점, IB ** 점 (혹은 AP 몇 개와 GPA *.**점), 혹은 토플 ***점이 합격선이기 때문에 A대학 B전형에 지원하면 된다고 컨설팅을 해줬다. 정말 그 정도 점수가 커트라인일까? 아니다. 사실 그들도 모른다. 그들은 오직 자신의 학원에 다녔던 작년 지원생의 데이터만 가지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나 에세이, 면접 평가에 대해서는 그들도 모른다(물론, 그 학생을 가르쳤던 선생이 실력이 있는 좋은 선생이라면, 학생의 실력에 대한 추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담은 담당강사가 하는 게 아니라 원장급이 한다. 그리고 원장급이 가지고 있는 것은 그 학생의 점수나 수상경력 정도이다).
여기서 또 다른 가정을 추가하자. 미안하지만, 여러분은 컨설팅 업체의 말을 듣고 A대학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그러면 그 업체에서 모종의 책임을 지는가? 아니다. 하지만, 학원측은 이익이다. 첫째, 학원은 이미 여러분들에게 돈을 받았기 때문에 이익이다. 둘째, 학원은 여러분의 자료를 내년 상담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이다. 여기서 학원측의 입장을 좀 더 설명하겠다. 학원측의 입장에서 컨설팅을 하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정보를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종의 샘플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서, 특히 과거의 정보와 여러분의 정보를 조합하여 불확실하지만, 일단 지원시켜 본다. 그리고 합격 하기 위해서는 추가로학원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잔인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 자식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떨어지면, ‘올해 이 정도는 안 되는구나’라는 [불확실한] 판단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내년에 활용하여 다시 돈을 벌 것이다. “이 정도는 A대학 B전형에서 합격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정말 그런가? 사실 정확한 것은 그들도 모른다. 바로 이 맥락에서 여러분들은 돈을 받고 넘겨줘야 하는 정보를 돈을 주고 넘겨주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여러분들은 스스로 돈을 내고 일종의 ‘실험’에 자원하는 바보같은 행위를 하는 것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학생들이 합격할 수도 있다. 이 때 학원은 ‘우리의 자기소개서 첨삭 때문에’, ‘우리의 에세이 수업 때문에’, ‘우리의 면접 수업 때문에’라고 말하게 된다. 여기에 혹한 이들이 그 학원에서 컨설팅을 받고, 그 학원에서 첨삭을 받고, 정규반, 파이널반 수업을 들으며, 그 학원 내에서만 맴돌게 된다. 바로 이 맥락에서 컨설팅 업체를 찾는 것은 ‘우리의 부모님으로부터 추가적으로 돈을 더 빼먹어주세요’라고 간청하는 짓이 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경험을 말하겠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학원 원장이 도대체 K대는 무슨 기준으로 뽑는지 모르겠다며 줄담배를 피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해 합격자가 자기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허나 다음 해 그는 다시 “작년에 우리 아이들은 … 이렇게 합격했습니다”라고 상담했다. 진짜다. 그 때 내가 같이 담배 피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지만, 여러분들은 부족한 정보에 목마를 것이다. 때문에 그래도 컨설팅을 받고 싶을 것이다. 이 때도, 첫째, 고액의 컨설팅업체에는 무조건 가지 마라. 그냥 새겨들어라. 가/지/마/라. 위에서 설명한대로 사실 모두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고액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개별 대학 합격생들의 정보를 정확히 아는 곳은 그 대학 입학처 고위 관계자들밖에 없다(몇몇 경우, 입학처 관계자들은 어떤 전형으로 뽑은 애들의 입학 후 학점추이를 추적한다. 만약, 어떤 전형 입학생들의 학점추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낮다면, ‘그렇게 뽑은 애들이 똑똑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다. 이 경우 전형, 평가항목, 문제 등이 바뀌게 된다. 상위권 대학 입학처장, 논술 출제위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둘째, 죽어도 컨설팅 업체를 찾고 싶다면, 수강생이 많고, 합격자가 많고, 가격 부담이 없는 곳을 택하라. 짧게 상담해도 된다. 문제는 상담 그 자체가 아니라, 나아가 그들이 찍어주는 대학이 아니라, 거기서 작년에 상담받은 애들이 어느 대학을 대략 어느 수준에서 붙었는가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기를 바란다. 가령, ‘여기에 지원하려면 IB 41는 되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자. 그런데 너는 39라고 하자. 이 경우 대략 작년에는 어느 정도에서 형성되었다고 감을 잡는 용도로 활용하기 바란다.(다른 학원에서는 그보다 늦은 점수를 제시할 수도 있다). 이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 학원의 제한적 정보일 뿐이며, 또한 작년의 경우일 뿐이기 때문이다. 사실 입시는 각자의 전략적 행위의 전체적 응축이기 때문에 올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때문에 만약 네가 그 학교와 그 과에 대해 잘 알고, 그곳에서 정말로 공부하고 싶다면, 그곳에서 공부하기 위한 활동들을 했다면 살짝 부족하더라도 한 번 지원해볼만 하다. 사실 입시는 너무 복잡해서 이렇게 단순히 이야기하는 것도 좀 조심스럽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고액의 컨설팅 업체에는 갈 필요가 없고, 컨설팅을 받는다면, 믿을만한 대형학원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정보를 획득해 어떤 ‘감’을 형성하는 정도로만 활용하기 바란다.
자기소개서와 면접, 특히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국제대학에 대해 쓰고 싶은 말 많은데, 시간 없어서 넘어가겠다. 위의 내용 중 나의 건의는 참고로만 활용하고, 컨설팅 업체의 행태는 대략 내 말이 맞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 오늘은 바빠서 질문 못 받는다. 하지만, 질문 남기면 시간날 때 답변하겠다. 물론, 어처구니 없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