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유학생생일기에서 예쁘고 감동적인 글을 올려주시는 hani님입니다.
역시 이번에도 예쁜글과..멋진 노래까지 함께 보내주셨네요^^
일주일 중 정해진 몇몇요일에 들르던 피아노 선생님 손엔
항상 작은 수첩이 있었던것 같고
무엇이 있나 슬쩍 넘겨보던 내 눈엔 빼꼭한 선생님의
글씨가 가득해 잘 알아볼수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선생님이 되었을때 내 수첩을 슬쩍 넘겨보던
녀석들이 있었다면 그애들도
그랬을겁니다
그림 일기, 일기 숙제, 영어 일기, 유치했던 얘기들,
그리고 작은 메모들, 편지들
을 지나 매해 12월이 되면 준비하는 새 수첩에 무언가
하나씩
채워가는 일이란 이젠 그렇게 그냥 내가 사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것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이렇게 가끔
남들이 훔쳐보게 고의적으로 내던지는 글들로 그렇게 목을
축입니다
초등학교때 개학날이면 어김없이 5배 정도 두꺼워진
탐구생활을 들고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나를 얄미워 했던 누구누구의 얼굴도 기억이 납니다
난 그렇게 얄미울 만큼 열심히 하는 아이였고 내가 해낸
만큼 항상 나를 자랑스러워 하던 아이
였습니다
나쁜 머리를 탓하며 새벽잠을 깨우는 엄마의 요구르트를
손에 쥐고 책상에 머리를
까딱까딱 박아가며 공부하고도 받아본 맘에 들지않는
시험지를 손에 쥐고도
가고 싶었고 갈꺼라 믿었던 대학에 가지 못했을 때도
남들이 내가 가진 것들을 우습게 말할때도
나보다 뭐든지 훨씬 잘하는 사람들을 만날때도
내가 해낸것들을 생각하며 자랑스러워 하는데에만
집중하던
참으로 가잖은(?) 아이였나 봅니다
그렇게 제대로 기 한번 죽어보지 못한 죄값을(?) 이먼
땅에 혼자와서 혹독하게
치루다 보니 할말이 더 많아지나 보는지 이런데 글을 다
쓰는 영광을 안게되었습니다^^
그렇게 집 욕조에서 물받아 놓고 수영연습하다가 스스로
너무 만족한 나머지(?)
바다에 뛰어든 무모한 여인네가 되어 빠져죽지 않고
어찌어찌
육지로 다가가고 있다고 믿으며 어디론가 흐르고 있는
나를 보면
어느 날은 너무 기특하기도 하고 어느날은 너무 우스워
보여 팔 다리짓을
포기하고 싶을때도 있습니다
이곳에 들른 초기 목적을 달성(?)하고서도 콱 발을 떼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그렇게 팔다리 휘저어 가며 나보다 열심히 앞으로
나가는
너무 많은 사람들을 여기서 보았기 때문일겁니다
모두 다 육지에 다다르는 날에 우리 파티해요
아름다울꺼에요 그럴껄요? 우리가 헤엄친 차갑고 거칠었던
파도가 잠잠해진 바다는
더없이 파란 빛으로 우리 파티의 조명을 대신할꺼에요
곧일껄요? 금방일꺼에요
먼저 도착한 사람은 바베큐에 와인을 준비하기로해요
나중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뽀송뽀송한 수건하고 작은
모닥불도
준비해 주겠어요?
조금 뒤쳐진 사람들은 앞에가는 사람들이 얄미워 다리를
잡아당기는
바보짓 같은건 하지 않기로 해요
참, 건너편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사람들은 슬퍼하지
않기로 약속해요
팔다리 휘젓지 않은채 가뿐히 날아 우리 파티에 함께 할수
있는 날도
곧 올테니깐요 다 금방이에요
대신, 우리, 모두 다 올때까지 파티 끝내지 않을께요
어때요?
White As Lilies - Andreas Scho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