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구촌특파원 14기 채쓰리입니다.
마지막 동유럽 여행 칼럼으로는 슬로베니아 여행에 대한 칼럼을 작성하고자 합니다!
생각보다 잘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지만 갔다 온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인생 여행지라고 할 만큼 좋았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갔던 여행이었습니다!
첫날은 버스가 연착되는 바람에 류블라냐에 도착하자마자 밤이 되었습니다. 제가 다녀온 시기는 10월 중순 정도였기 때문에 해가 긴 지금과는 달리 정말 해가 빨리 지더라구요. 더군다나 비까지 와서 바깥 구경은 포기하고 숙소에서 짐을 풀고 쉬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은 여전히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꼭 가고 싶었던 블레드 호수에 다녀오는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블레드 호수는 류블라냐에서 꽤나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대중교통으로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습니다.
류블라냐 중앙버스터미널에서 블레드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되는데 버스는 보통 30분에서 한시간 간격으로 있었습니다. 중앙에 버스표를 구매할 수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었고 대부분 사람들이 이 곳에서 버스표를 구매하더라구요! 주말에는 특별히 주말 교통권이라는 할인 제도가 있어서 평일보다 더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인터넷으로 버스표를 구매했다고 그냥 탑승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꼭!!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종이 티켓으로 교체를 해야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탄 버스에도 온라인으로 표를 구매하고 탑승하려던 분을 버스 기사님이 태워줄 수 없다고 하시는 모습도 봤습니다. 그러니 꼭 종이티켓으로 교환해오셔야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굳이 지도를 볼 필요 없이 사람들을 따라서 가면 됩니다. 가다보면 서서히 호수의 모습을 볼 수 있을거예요.
여전히 날이 흐리고 안개가 자욱했지만 호수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럼지 흐린 날만의 차분한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저 섬 주변으로만 안개가 자욱해서 더욱 섬이 분위기있어 보이더라구요.
호수를 따라 걷다가 블레드 성에도 올라가 보았습니다.
성은 호수 바로 옆 절벽 위에 세워져 있는데 11세기 처음 세워진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랜된 성 중 하나라고 합니다. 중세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고 박물관과 전통 양식의 인쇄소도 있어서 역사적인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로 올라가니 안개가 짙어져서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구요..ㅎㅎ 맑은 날이면 호수와 섬, 그리고 알프스 산맥까지 한눈에 들어온다는데 정말 아쉬웠어요.
산책을 좀 하다가 블레드역 바로 뒤에 있는 Mega Burger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픈 시간에 맞춰서 주문을 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인 것 같았습니다. 이름처럼 버거 사이즈가 정말 크고 패티가 육즙이 가득해서 맛있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근처에 있는 디저트 카페인 Confectionery Zima에 들렀습니다. 여긴 슬로베니아에서 꽤 유명한 전통 케이크인 크림 레지나를 판매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위에 페이스트리는 정말 바삭했고 안에는 부드러운 크림이 들어있어서 맛있었습니다. 날씨가 꽤 추웠기 때문에 이곳에서 라떼와 함께 몸을 녹이기 좋았습니다.
다시 류블라냐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바로 용의 다리였습니다. 이 다리는 류블라냐의 상징과도 같은 곳입니다. 다리 양 끝에 네 마리의 용상이 웅장하게 서있었습니다. 사실 슬로베니아는 용이 상징적인 동물이라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영웅 아이손이 황금 양털을 찾아가는 여정 중에 이곳을 지나가게 되었고 당시 류블라냐 늪지에 살던 거대한 용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용은 도시의 수호자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고 지금도 류블라냐의 문장이나 기념품 곳곳에서 이 용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재미있는 도시 전설을 하나 더 소개해드리면 처녀가 다리 위를 지날 때 용이 꼬리를 움직인다는 이야기도 전해내려온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그냥 재미 삼아 하는 이야기들이지만 그런 이야기 덕분에 이 다리 자체가 더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용 다리를 지나서는 Cacao라는 젤라또 가게에 방문하였습니다. 이곳은 친구의 추천을 받아 들어간 젤라또 집이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걸 보고 정말 맛집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크림 레지나를 먹고와서 상큼한게 당겼기 때문에 망고 젤라또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젤라또를 먹으며 길을 걷다보니 프란치스코 수도회 교회, 흔히 핑크 성당이라고 부르는 건물을 발견하였습니다. 류블라냐 시내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아 대부분 걸어서 모두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용다리를 중심으로 지도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걷다보면 주요 관광지들은 다 지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류블라냐에는 신기하게도 우유 자판기가 있습니다. 이것은 그냥 시판 우유가 아닌 진짜 농장에서 바로 공급되는 신선한 원유를 살 수 있는 자판기라고 하더라구요! 슬로베니아는 유기농 농업에 대한 자부심이 큰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런 자판기는 그 문화의 일부로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빈 병을 자판기에서 구매한 후 바로 우유를 채울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우유병이 생각보다 커서 저는 구매하진 않았지만 이런 신선한 우유라면 구매해서 들고다니면서 마셔도 좋을 것 같더라구요.
다행히 마지막 날은 하늘이 맑게 개어서 기분 좋게 류블라냐 시내를 다시 산책할 수 있었습니다. 나라 이름에 사랑이 담긴 유일한 나라(sLOVEnia) 답게 맑게 갠 류블라냐 시내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류블라냐 시내에서 마라톤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로를 많이 통제해놔서 아쉬웠습니다.
저는 길에서 파는 소세지 빵 하나를 먹으며 시내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다시 Cacao로 돌아가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초콜릿 젤라또를 먹었습니다. 친구도 이 초콜릿 젤라또가 정말 진하고 맛있다고 했는데 먹자마자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겠더라구요..ㅎㅎ 정말 진하고 묵직한 초코의 맛 때문에 마지막에는 조금 물릴 정도로 달게 느껴졌습니다 ㅎㅎ
짧았지만 그만큼 꽉 채워서 돌아다녔던 슬로베니아 여행이었습니다. 다양했던(?) 날씨 덕분에 슬로베니아의 다양한 모습들을 본 것 같아서 오히려 좋았어요!
여름에 슬로베니아에 가신다면 블레드호수는 꼭 들러보시는것을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