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학기까지 다른 교수와 일을 하다가(담에 기회가 되면 여기에 관해서도 언급을...^^), 이번 학기들어 현재의 새 교수와 일을 시작한지 약 3주정도 되었고.. 지난 주 올해들어 처음으로 실험실 미팅을 가졌었는데.... 12시 30분까지 교수 오피스로 모이라고 해서, 시간 맞추어서 갔더니... 대략 15명이나 되는 인파들로 오피스는 인간시장을 방불케 했고.. 옆 강의실에서 조그마한 의자를 가져와 맨 뒤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근데 가만히 다른 실험실 동료들의 얼굴을 보니, 아는 사람이 반이요, 모르는 사람이 4분의 1, 그리고 나머지 4분의 1은 알다가(도) 모르는 사람들..^^

워낙에 교수가 많은 일을 저지르고(?) 다니셔서 여기저기 심어논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고.. 어쨌든, 첫미팅이니 내심 '금방 끝나겠지'이러며 빨리 내 차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제일 끝에 자리를 잡은 죄(?)로 내차례가 돌아오기까지 기다린 시간은 2시간 하고도 30분.....

한사람당 10분 이상의 발언권이 돌아갔고, 중간중간 갖은 양념을 치시는 교수덕분에 내 차례가 돌아왔을때는 정말 아사직전 상태까지 갔고......ㅠㅠ...빨리 끝날줄 알고 점심을 먹지 않은 나의 어리석은 선택에 다시 한번 배신감을 느꼈고....... 목소리에 힘이 없어, 억지로 쥐어짜듯이 말을 하는 내가 안스러웠는지, 교수,

'오늘은 여기까지'..

바로 며칠 전, 두번째 미팅을 가졌는데... 저번의 실수로 타산지석으로, 이번엔 평소에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침식사도 억지로 했고, 혹시 몰라서 몇가지 몸에 좋다는 가벼운 음식들(초코렛바, starburst, 화이트 초코렛^^)을 주머니에 담아갔는데.. 시간에 맞추어 교수 오피스로 들어가니, 이번엔 지난주보다 1명이 늘은 16명.... 새로운 1명이 누군지 확인을 해보니, 전혀 새로운 인물이었고..... 참고로 나와 중국 여자 동기빼고 나머진 전부 미국인 및 영국인(1명).....

이번 미팅은 지난 주와는 달리, 진도가 빨랐고...

각자 자신의 데이터 및 앞으로 할일에 대한 간단한 언급 및 서로의 의견을 간단히 공유하는 식으로 미팅이 전개되어가고 있었는데..

드디어 문제(?)의 새로운 인물 차례가 되었고....

그 친구 이름도 모르기에, 솔직히 궁금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고...

편의상 J군(미국인)이라고 부르기로 하고... J군도 역시 자신이 일주일동안 한 실험과 그것에 관한 고찰, 보완해야 할점 등을 이야기 했는데. 경청하고 있던 교수, J군에게 언제 실험을 했냐고 물어보았고... 약간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던 J군, 주말에 나와서 실험을 했다고 했는데...

대부분 실험실 생활을 하는 유학생들에겐 익숙한 내용이겠지만, 주말에 특별히 할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실험실에 나와, 책을 읽거나, 아님 평소에 눈치 보여서 하지 못했던 대단위 양의 프린트 아웃을 즐겨 하곤 하는데..적어도 나는.....^^

암튼, J군이 주말에 나왔다고 하자, 반가운 마음에(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나도 잘..^^),대화에 끼어들어버린 나...

나: " 어, 나도 주말에 실험실에 있었는데....무슨 요일, 몇시에 나왔어요?"

J군: (상당히 당황해하며..)어..그게..글쎄..아마도 ...오후쯤...

나: 무슨 요일? 토요일?(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토요일 오후엔 나도 계속 실험실에 있었는데......

J군: (내 눈치를 살피더니)..아니...그게......... 일요일.......오후에...잠깐.........

나: 아, 일요일 오후엔 교회에 가서 실험실엔 없었는데..그럼 그때 나오셨군요...^^

나의 눈치없는 발언은 계속되고..

나: 다음에 주말에 만나면 식사나 같이 하시죠...혼자 먹기도 그렇고....^^

J군: ..그러지........뭐........

우리의 짧은 대화가 끝이 나자, 모든 사람들이 j군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고...

'설마'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암튼 이번엔 2시간 만에 미팅을 마쳤고.모두들 재잘거리며 다시 실험실로 향했는데... 그런데 어쩐일인지 J군은 다시 교수님의 호출을 받았고,교수님과의 단독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약 10분 정도가 지났을까...J군이 실험실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때 나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 작업에 심취해 있었고...

그때 j군, 내 뒤로 와서 내 어깨를 치며 던지는 말..

J군: (나를 향해) hey, man.....Thanks a lot.....(약간 비꼬는 투로)

나: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본능적으로 'Thanks'라는 말에 생각도 않고 반사적으로)

... No problem.......man...

이렇게 대답을 하고 난후

'근데 뭐가 고맙다는 거지?"

'아, 내가 주말에 같이 식사하자고 한것 때문에 그런거구나.....^^'.. 라며 혼자서 상상의 날개에 터보엔진까지 장착하기에 이르렀는데..

계속 나와 눈이 마추치기를 원한 J군.....계속해서 내등을 주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슬쩍 뒤를 돌아보니, 정말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실험실을 떠나버리고..... 그때까지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하던 나... 그런데 옆에서 다른 실험실원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고...

" 아마도, J군, 올해 안에 졸업 못할 것 같다....'

무슨 의도로 그말을 했는지가 궁금했던 나, 다른 실험실원들에게 그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알고 보니, J군, 올해로 박사 7년차의 경력(?)을 자랑하는 실험실의 신화적인 인물임을 알게 되었는데... 보통 4년반에서 5년 반에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내가 하는 분야에선 일반적인 흐름인데, 새로운 전례를 만든 J군...올가을에 졸업한다고 입버릇 처럼 말한것이 벌써 몇년전째라는 것이 측근(?)들의 주장이었고...

아마도 J군은 박사학위가 목적이 아닌, 기네스북에 가장 오래동안 박사과정을 지낸사람으로 남고 싶어한다는 전혀 근거 없는 소문도 돌고 있었고.... 실험실원들 사이에선, 불성실하고, 거짓말 잘하며, 요령피우기의 권위자(?)로서 명성이 자자했고...

실험실에 나온 적도 없으면서 교수님 앞에선 항상 밤이나 주말에 실험실에 나와 열심히 실험한 것처럼 이야기를 꾸며낸 것만도 벌써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양을 뛰어넘었다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야, J군이 나에게 한 'Thanks a lot'이 식사 offer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순간 나의 눈치없음이 이 친구의 1년을 허비하게 만들지는 않을까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정말로 이 친구가 원하는 것이 기네스북에 오르는 것이라면, 어찌보면 잘된(?) 일일수도 있고.. 근데, 정말 이 친구, 엄청난 체격의 소유잔데... 얼핏보면 찰스바클리(구 NBA 선구, 지금은 해설자)를 닮은듯한 체격과 외모에, 귀에 거슬릴정도의 저음의 목소리.....

결론적으로 내가 잘 피해다녀야 한다는 것이 다른 실험실원들의 중론.....ㅠㅠ

물론 나도 태권도로 다져진 대한의 건아지만 (초등학교 2학년때 이틀 배웠음....더 배우고 싶었지만, 한겨울에 그 추운 마룻바닥에서 미끄러진다며 양말을 신지 못하게 하자 황당해서 그만둠^^)..한국 밖의 나라에 와서 한국비시민권자에게 망신당하고 싶지는 않기에...^^

평일에는 정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J군..배트맨이라는 소문도 있지만...설마...!.

아무래도 내가 주말에 실험실 출입을 자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남자답게 내가 먼저 다가가 사과의 의미로, 부근의 한국식당에 데려가 구수한 '청국장'을 사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

참고로 만약에 후속글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나의 안녕에 대해서는 각자의 상상에 맡길려고 하는데.^^

암튼 다들 입조심, 몸조심, 그리고 한겨울이니까 추위조심 하시길.....^^
어떤 자매님이 겪은 일인데....

1) 나이(?)에 걸맞지 않게 귀엽고 앙증맞은 학용품들을 즐겨 사용하는 이 자매... 하루는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서둘러 강의실을 빠져나온후, 볼일을 다 보고, 집에 돌아왔는데. 저녁식사를 마친후, 복습을 위해 가방안의 것들을 모두 꺼냈는데...

그런데 필통이 보이지 않았고....다시 가방안을 샅샅이 뒤졌건만, 야속하게도 필통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너무 늦은 시각이라, 강의실문은 궂게 잠가져 있을 것이 당연했고.

그 다음날, 일어나, 준비를 끝낸후, 그 강의실로 직행했지만, 누군가 집어갔는지, 자신의 필통은 보이지 않았고.....필통뿐만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던 다른 필기구들을 생각하니 많이 아쉬웠지만, 자신의 불찰이라 생각하고, 그냥 잊기로 했는데...

다음날, 같은 수업때문에 다시 그 강의실을 찾은 자매...잊어버린 필통과 필기구는 이미 잊은지 오래고 새로운 것들로 새롭게 시작하려 결심한 이자매..

그런데..... 교수님께서 강의실로 들어오시자마자 자신에게 다가오더라는데.. 그러더니만, 나지막히 말씀하시더라던데..

교수님: '너 필통 잃어버리지 않았니? (물론 미국교수, 모든 대화는 영어로 진행..)

자매: 네, 지난 수업끝나고 잃어버렸는데, 결국 못찾았거든요...ㅠㅠ

교수님: (주머니를 뒤적거리시더니, 잃어버렸던 필통을 꺼내드시고는) 이거, 네것 맞지?^^

자매: (너무 좋아라 하며)..네~~~~~^^..이걸 어떻게 교수님께서 가지고 계시죠??

교수님: 수업 마치고, 나가려는데, 책상위에 이게 놓여져 있길래, 내가 보관하고 있었지..

자매: 근데, 이게 제것라는 것을 어떻게 아셨죠???

교수님: 딱보면 알지......필통위에 한글이 쓰여져 있는데, 어찌 모를수 있겠니^^

(학과의 모든 교수들이 이 자매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데.. 참고로 이 자매, 외국인이 거의 없는 분야를 전공하는데.....)

한글이 필통위에 써있다는 교수 말에,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한번 본인의 필통을 살펴보는 이 자매...다시 보니, 헬로키티와 함께 있는 일본말을 발견........

교수님: 여기서 한글쓰는 사람이 너밖에 더 있니?^^ 담부터는 주의해라....(그윽한 미소^^)

일어를 당연히 한글이라고 생각하신 교수님의 표정과 행동이 너무나도 웃겼지만, 자신의 필통을 보관해주셨기에, 앞에선 웃을 수 없었고 집에 와서 데구르르 굴렀다는...^^

2) 독실한 크리스천인 이 자매(위의 자매와 동일 인물)....

거의 2년 가까이 다녔던 한인교회를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주 나가지 못하고, 대신 다른 교회들을 몇번 나갔다는데.. 영문을 모르는 교인들, 이 자매가 소식도 없이 나오지 않자, 궁금해하기 시작했고.. 특히나 같은 구역에 속해 있던 신도들은 특히나 더 궁금해 하였고... 결국은 다시 맘을 바꾸어, 예전 교회로 나가기로 결정한 이자매..

거의 한달만에 예전 교회에 다시 나가니, 많은 이들이 반가워하며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주시더라는데...

그동안 왜 나오지 않았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고, 대신에 어떻게 지냈는지등에 대한 안부를 주로 묻는 신도들..

그중, 특히나 그동안 같은 구역에서 다른 구역식구들을 잘 이끌어오신 구역장(구역반장)께서 이 자매를 발견하고 다가오더라는데..

구역장: (반가워하며)..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자매: 예......^^

구역장: 앞으로는 빠지지 않고 교회에 잘 나오실거죠???

자매: 예......

(참고로 이 구역장님, 아들하나 딸하나를 가진 유부남 박사님....특히나 아이들을 좋아하시고 아이들과 잘 어울리셔서 때로는 아이들에게나 어울릴법한 제스처도 성인들에게 곧잘 취하시는데..^^ )

구역장: 자, 그러면 저와 약속하시는 거에요....교회에 잘 나오기로...

( 그리고선 그분의 아들, 딸에게서 약속을 유도할때 곧잘 사용하는 제스처를 취하셨는데..)

자, 악수하고.....도장도 찍고....(시키는 대로 잘 따라하는 이 자매......)..

(그리고 마지막으로).....볼에 뽀뽀.....

자매:(깜짝 놀라면서) ?!?????!!?!!!!!!!!!!??/?!?!??!? 예??????

구역장: (본인도 굉장히 놀라며..말까지 더듬으시며)....아니...저..그게..아니라.....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ㅠㅠ

평소에 그분의 아들, 딸들과 했던 습관이 본인도 모르게 역량(?)을 발휘한 순간...

이 말을 들은 자매와 더불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쓰러졌다는......내가 그 당시 그 자리에 없어서 아쉬울 따름인데.....^^..

지금은 모두 다른 곳에 계시는 이 두분들....많이 그립다는....^^

아, 그리고 너무나 많은 주위분들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계시는 상황인지라, 더 이상, 예전처럼 자유롭게(?) 주변분들을 이야기의 소재로 쓰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금, 아마도 더 이상의 기고(?)는 없지 않을까..혹은 있다하더라도 justom이라는 ID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을까 싶은데..

대신 다른 분들께서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길 기대하며...^^

박사 7년차....... (25)

한유학생의 두이야기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