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간에 쪼그리고 앉으면 어머니가 세수 대야를 앞에 놓습니다..목에 수건을 두르고 다이얼 비누로 얼굴을 닦아 줍니다..그리고.."흥..!!" 했던거..코를 풀고..제깐에는 안먹겠다고 해도..언제나 비누 거품이 코로 들어갔었고..그래서 꼭 세수를 하고 나면 코속에 매운기가 남아 있곤 했었죠..그런데..어느날부터인가..비누를 먹지 않고 세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그게 언제였을까요?..기억은 나지 않지만..

뒤돌아 기억해 보면..언제 내가 그랬었지?..했던게 참 많습니다..언제부턴가..넘어져도 울지 않게 되었고..언제부턴가..라면 한개를 끓여도 다 먹었고..언제부턴가..그 시뻘건 김치를 먹게 되었고..

어릴적엔 그렇게 하고 싶었고..했음 했던건데..언제부터 내가 그랬는지..기억이 나질 않네요..영어도..외국 생활도 이럴까요?..언제부턴가..나도 모르게 영어로 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게 되었고..언제부턴가..여기가 외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었고..어릴적 경우의 예를 들어보면..될거 같기도 한데요..그런데 왜 이리 조급할까요..

비행기 타고 태평양을 건너오는 그 시간동안..비행기안에선 절대 한잠도 못자는 동팡이..그 긴 시간내내..유학 가면..이렇게 살리라..다짐을 했었죠..

그 황당했던 첫 수업..강의실을 뒤로 하고 나오면서..그런 다짐을 다잡아 먹었었고..한 시간에 한페이지 속도로 리딩을 하면서도..다시 마음을 굳게 했었죠..

카톨릭 기도문중에 영광송이란게 있습니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처음과 같이..이제와 항상..영원히..조급해 하지 않고..처음 문고리를 잡았을때 처럼..종종 마음을 다잡아 먹을려고 하지만..그게 그렇게 마음 같지는 않네요..

한국서 동팡이..드라마?..절대 안 봤슴다..허준?..그게 몬데?..수목, 주말만 되면..TV 앞에 나란히 앉아..광분하며 드라마를 보시는 동팡이 모친과 동상..절대 이해 안갔져..(허기사 주말의 명화 보면서 열광하는 동팡과 동팡 파덜도 있지만..)우야둥둥..그런데..미국 와서 즐거움 중에 하나라면?..바로 한국 비됴보기 아니겠슴니까..

처음 미국와서 본 비됴..신귀공자라구..김승우하고 최지우하구 나온던거..마지막 공항서 최지우가 김승우 만나러 뛰어가는 순간..눈물이 핑 돕디다..(도시 인간이 얼마나 유치발랄해 진건지..)그러던 와중..역시나 유학 세계를 강타한 문제의 드라마..가을 동화..종강을 기다려 재빨리 한 셋트를 모두 빌린 동팡이 친구..기록 세웠져..수건 세장..한번 짜구..담날 눈이 안 떠져서 난리 부르스를 떨었다는 말도..

기숙사에 랜이 깔리면서 제일 광분하는 건..공부에 유익한 자료를 빨리 찾고..이런게 아닙지여..요즘 발달한 한국 방송국의 VOD..그걸 보자는 것이겠지요..지난 2001년..동팡이를 광분하게 만들었던 비됴..99초 광고 되겠슴다..설마..암만시롱..동팡이의 취미가 이상야릇엽기발랄하다손..강호동, 강병규땜시 이걸 좋아하겠남유?..그렇슴죠..여기에 핑클이 나옵지여..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깊이 하며 맹세컨데..동팡이 한국에 있을시절..핑클과 SES의 구분을 못했슴다..효리는 이쁘다고 하도 말해서..주현은 뚱뚱하다고 하도 떠들어서..알았지만..(그렇지도 않더만..)진과 유리는 동팡이 꺼꾸로 알고 있었는지..여기 와서 알았슴다..그치만..지금은 횰과 율까정 알고 삽니다..이 얼마나 장족의 발전입니까..^^V

유학 나오기 전..동팡이..고딩을 가르쳤드랬습니다..물론 이 아해들과 떠들기 위해서 10대들이 좋아하던 주제에 대해 알고 있어야 했습죠..그래도 끝까지 구분못했던건..그 많은 10대 그룹들의 이름이었드랬습니다..밥줄임에도 불구하고..안되는건 안되는거드라구요..심지어 구분도 못합니다..(동팡이 10대 시절이 기억나네요..부룩실즈..피비케이츠..다이안레인..연습장 표지 모델들이었져?..)

군발이 시절..가요 프로그램에 발광을 했고..밖에라도 나갈라치면 지나가는 여자들 쳐다보며 난리 부르스를 떨었습니다..이유가 모냐?..사회와 격리되어 있다는 느낌이죠..그럼 동팡이가 두메산골에서 담배피는 호랑이랑 같이 있었느냐..요즘 호랑이는 산에서 내려와 도시에서 산답니까?..동팡이 춘천..그것도 강원대 바로 옆에 있었슴져..근데도 그런 엽기유치뽕짝을 하고 있었다는 검니다..

문제는 공간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있느냐..이게 아닙니다..정신적으로 느끼는 차이가 얼마나 있느냐..이겁니다..핑클과 SES는 구분해도 HOT와 잭스키스를 구분못하는거 보면..(심지어 멤버가 몇명인지도..) 역시 관심의 차이가 맞다는게 입증된다 하겠습니다..

넌 떠들어라..난 책본다..이런식으로..그리운 우리말(?)을 들으며 책보고..페이퍼 쓰고..그럼..마음이 편안해지고..안정이 됩니다..야..내가 지금 유치하게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걸 보고 있냐..싶어도..영어 비됴는 눈 똥그랗게 뜨고..새겨 들어야만(!) 한다는 본인의 언어 능력상..편한 한국어 비됴를 찾습니다..여기에 생각을 깊이 안해도 되는 오락프로그램이라면 금상첨화되겠지요..

때로는 한국 비됴 한편이 가져다 주는 심적 안정이..참선 서너시간의 효과를 가질때도 있습니다..단..이거이 중독성이 있더라구요..한번 시작하면 계속 봐요..옛날꺼 또 다시 보게 되고..접때는 글쎄..질투(92년)까지 빌려왔다니깐여..물론 저게 왜 그리 인기가 있었지..싶었지만..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28.初心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29.한국 비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