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플라이를 몇군데 했다고 아주 해커스에 죽치고 사는 나와 룸메형들은 오늘 밤에도 수집해논 몇개의 정보를 갖고 엑셀을 사용 '가격대비 최고선택'을
계산했다. 여긴 이래서 안돼, 저긴 저래서 안돼, 여기서 이정도만 해주면 대박이다, 아 여기 물가는 괜찮은데 심심하데, 너랑같이 절대 안간다
뭐 이런말들. 보름째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저녁만 먹으면 요란하다.
형들과 나는 작년에 우연히 만났다. 혼자 농구를 하고 있는데 한국사람 같은 무리가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일본인인줄 알았덴다. 통성명을
하고 주말에 놀러오라고 하다가 주말에가서 그 무리중 두명이 고교선배라는 것을 알고 부터 꼼짝없이 난 따까리가 됐다. 꽤 처지가 비슷하다는
것때문에 우리는 빠르게 친해졌고 이제는 같이 살기에 이르렀다.(어차피 만날걸 그 기름값으로 술이나 사자 뭐 이런 취지였다)
혹자들은 한국사람 5명끼리 같이 살면 영어도 안늘고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서로 얼굴보고 노가리 까는건 금요일밤 정도 뿐이고 다들 자기
종교생활, 근육생활, 북웜생활, 남자인생등등의 자기세계가 있기때문에 나혼자 쓰레기 비우는거 빼면 불만은 없다.
형들은 개성이 강하다. 한예를 들자면, 사람을 보면 친구를 안다고 하루는 어느날 낮잠을 거실에서 자는데 한형 셀폰에서 아리랑이 울리면서
낮잠을 방해했다.
나:'여보세요'
x맨: '아 씨x 만기냐? 이 개x끼 잘지내는겨? 너이 개새x 한국에 오기만 해봐 아주 죽여버릴겨'
나:(유학생끼리도 이러는구나 하며, 미국에온지 두달째였다)'저 이거 만기라는분 셀폰이 아닌데요..'
x맨:'이거 xx에사는 xxx전화 아니에요?'
나:'맞긴한데요...뉘시죠'
x맨:'만기오면 윤발이한테 전화왔다고 해줘요'
그날 저녁 난 형한테 윤발이가 만기를 그리워하는 전화를 받았는데 이게 뭐냐고 하니 다른 형이 크게 웃으며 '에이 이새x 여기 오기전에 수유리
나이트 웨이터였잖어' 하는 것이였다. 유학생과 웨이터는 매치가 되지 않어 연거푼 나의 질문이 쏟아졌고 그에 형은 그냥 해보고 싶었다는 말로
마무리 했다. 참 색다른 사람들이다.
우리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주립대를 다닌다. 그리고 학부유학생이다. 공통점은 한국에서 대학다닐때 학점이 매우 안좋아서 여기로 왔고 학부생치고
나이가 꽤 있다.(내가 제일 어린데 78년생 이다) 우리는 1년반정도를 여기서 꽤 열심히 했고, 올해 지원한 몇몇개의 학교에서 어드미션을
받고 있다.
사실 요즘 우리집 모든 구성원들은 아주 신경이 날카롭다. 자연스럽게 들리던 욕들이 약간은 거북하게 들리니 나도 신경이 날카로워 졌나보다.
며칠전 식구들(우리는 우리를 식구라고 한다..마피아냐? 하시면 할말 없다)끼리 나의 학교때문에 논쟁이 크게 벌어졌었다. 뭐 얘기하자긴 너무
길어서 간단히 요약을 해 보자면 '학부에서 돈지랼하지 말고 후딱졸업하고 아낀돈으로 대학원가라'와 '그래도 비싸지만 학부도 좀 좋은 학교에서
졸업하는게 좋지않겠냐' 뭐 이런것이다.
우리 식구중에서는 나만 인문계다. 이름도 거창한 비지니스 스쿨. u of iowa, indiana, buffalo, 에서 나에게 어드미션을
주었는데 처음에는 학점인정과 물가 등등을 고려해서 buffalo에 가려했으나 서로 다른 말들을 해서 머릿속이 아주 복잡하다. '학비 싼
버팔로가서 빨리 졸업해라(버팔로가 학점인정은 제일 많이 해줬다)' '경영학부는 랭킹이다 인디애나 가라' '학부는 전체적인 밸런스다 아이오와
가라' 이러는데 나때문에 식구들이 의견이 갈라지고 해서 요즘은 마음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난 학부를 졸업하고 곧바로 경력을 요구하지 않는 경영학부쪽 석사를 할생각이다. 그래서 학부를 비싼데서 하면 뭐하나 하는 생각도 있다. 집에다가
생활비 포함해서 일년 3만불을 달라고 하기도 미안하고...경영학부는 학부라도 랭킹이 중요하다는데....빨리 졸업하고 좋은대학원 가면 된다는데...도대체
누구말이 맞는건지....알 수 가 없다.
지금 저인간들은 요즘 서먹했는지 오징어와 고추장찌개를(이거 할말 많은데 참..) 안주삼아 달리고 있다.(월요일에 수업이 없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라며...) 아마 오늘밤에 난 성인식을 출지도 모르겠다.(난 술을 많이 먹으면 성인식을 춘다)
추신>아! 원래는 이제 서로 뿔뿔이 흩어지기전에 형들과 있었던 정말 웃긴 이야기를 에피소드형식으로 써볼라고 했는데 이거 내 일기가
되어버렸다. 이런일이...분위기 봐서 써보던지 해봐야 겠다.
알림>저와 같은 고민을 하셨던 분들의 조언 환영합니다. iowa물가 싸다고 하는데 버팔로 보다 싼가요? 버팔로는 학비 12,000에
1년 생활비 8000 정도해서 20,000정도 한다는데.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은 편이라 메모를 해놓지 않으면 잘 까먹는다. 게다가 갑자기 떠오는 생각을 적지 않았을 경우에는 나중에 기억이 잘
안난다. 요즘들어 즐거웠던 일들이 계속 떠오르는 걸 보니 '어딘가에 저장해 놓지 않으면 지워 버린다' 라는 메모리의 협박인것 같아 빨리
써야겠다.
해커스 게시판에서는 룸메들과의 트러블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한국식으로 '뭐 알아서 하겠지..'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생긴일이 아닐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본다. 내가 이집에 들어오기전 형들은 나에게 '문서'에 싸인을 요구했다. 장을 따로보고 청소할 날자를 지키며 각자구역은
확실히 전담마크하자는 지역방어제등이 주요 골자였다. 처음엔 '이런 개짠돌이들..후밴데 뭐 안사줄라고 이러나?'했지만 아주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지금은 생각한다.(한국룸메랑 사는분은 처음부터 문서로 문서로~ 문서는 거짓말 안하거든요)
룸메형들에 대해서 떠오르는건 너무 많은데 조각조각 이라 일단 소개부터 해야겠다. 난 4명의 한국사람하고 산다.(우와 미친놈 아니야? 하실분
있을 것 같으나 앞으로 내말들으면 꽤 수긍하실분도 있을 것이다) 76년생1명, 77년생3명 그리고 78년생인 나.
우리 왕고는 예수쟁이다. 뭐 우리가 그렇게 부른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사탄들을 교화시켜볼라고 같이 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체념한것
같다. 왕고는 주야로 말씀을 묵상하고 항상 성령의 은혜로 살지만 사람이 꽉 막혔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절대 교회 다니라고 하지도 않고 술먹을때도
잘논다. 하지만 저 미친인간들이 가로수를 뽑아와서 트리를 만든다거나 눈이 심하게 오는날 술을 먹고 눈싸움을 하러간다 등의 개짓을 할때 집안의
균형을 잡아주는 어른이다.
장가도 가야하고 직장도 잡아햐하고 학부도 졸업해야하는데 아직은 그냥 좋은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사람이다. 가끔 쓸쓸한 표정을 질때 좀 가슴이
아프다.
욕쟁이형은 정말 욕을 걸쭉하게 잘한다. 말에 씨와 개가 안붙은게 없어서 듣기 싫은 날은 '그냥 영어로 해요' 라고 할때도 있다. 전직 웨이터
이만기이자 한때 관리했던 핫칙이 200명이라는 확인안된 말을 하는 이형은 나의 초-중-고등학교 선배이자 심지어 대학교도 같이 다녔던 사이다.
항상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을 꾸미는 이형은 크리스마스면 가로수를 톱으로 썰어 집으로 갖고와 트리를 만드는 사람이다. 아버지가 유학간다니까
'너같은 새끼 유학가면 나라망신', '니돈 벌어서 가는건 안막는다'해서 억한 심정에 돈벌라고 시작했던 웨이터 생활이 은근이 오래갔다는 형은
가끔 우리한테 무서운 표정으로 '씨발 유학끝나고 직장잡았는데 웨이터 했던것보다 돈 못벌면 청산가리 마실꺼야' 한다(리얼리티를 위해 문장을
그래도 옮겼다. 양해바란다)
아! 형은 유부녀들한테 인기가 참 좋은데 이유는 알 수 없다. 개지랼 하고 싶어서 농구잘하는 대학에 간다는데 이형가는 곳에 계신분들 참
걱정이다.
유령형은 어디에 있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심지어는 우리랑 사는지도 우리는 잘 모른다. 형을 볼때는 학교갈때, 가끔 저녁, 금요일밤밖에 없다.
이집이 전에 흉가였다는 소문이 있던데 혹시 그집의 원혼이 아닌가 싶을때도 많다. 난 형한테 궁금한게 많다. 그럴때 마다 형은 웃는다. '왜
사냐면 웃지요' 하면서.
별자리도 볼줄알고(욕쟁이형말에 의하면 여자 꼬실라고 배웠단다) 권상우 몸에 우리중에선 유일하게 사립대를 갈 사람이다. 도대체 학점은 몇이며
토플은 또 언제 봤으며 그 대학엔 언제 지원했는지...형이 제일 잘하는 말은 '어 나좀 어디 나갔다 올께' 다. 유령이라고 부르다가 지겨우면
함흥차사라고도 가끔은 부른다.
오정이형은 귀가 먹었다. 말을 못알아 듣고 동문서답에 말도 안되는 말만한다. 형이 요리를 잘하지 않았다면 같이 안살았다는 말이 있다.(이쁜
마누라는 버려도 요리 잘하는 마누라는 못버린다며) 형은 나이에 맞지 않게 수줍다. 이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학교 학부생-교포들에게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요즘들어 느끼는 건데 컨셉인것 같기도 하다.
농구도 잘하고 남의 말도 잘들어주고 정말 착한 이형은 옥수수가 좋아 옥수수밭이 있는 동네로 간다고 한다. 우리중에 유일한 국립 s대 생이였다.
나? 나는 그냥 이 사람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평범한 유학생이다. 형들은 나를 악마라고 부른다. 도둑고양이가 자꾸 귀찮게 해서 덫을 쳐놓고
잡아서 나무에 며칠 묶었었고, 동네 꼬마애가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어서 잠깐 빌려 먹었고, 수업시간에 뒤에서 떠드는 네이티브
애들한테 욕몇번 했더니 악마라고 한다.(이런짓 한다고 악마라고 하다니 유학생들은 역시 갑빠가 없다)
이사를 3달정도 앞둔 요즘 우리는 차처리 문제로 고민이 많다. 왕고는 처음에 미국에 왔을때 눈이 돌아서 이차를 샀다고 했다.(89년식 포르쉐)
상상하기도 끔직한 마일을 뛴 이차는 지금 죽여달라고 난리다.(차에서 기차소리나는것 들으면 진짜 무섭다) 우리 동네가 좀 오지고 처리하기가
마땅치 않아 고심하던중 며칠전 얘기를 하다가 욕쟁이가 '강물에 빠트리자'라고 했다.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난 이런곳에서 산다)
추신>우리가 그동안 살아왔던 모습을 쓸라고 했는데 내용이 계속 이어질것 같다. 추잡스러운니네 하드코어 보기 싫다 하시는 분은 말씀하시라!
뭐 그럼? 안쓰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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