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텀기간이라 쓰고 싶어도 못썼네요. 미드텀 보시고 계시거나 보실 분들 화이팅입니다!!

한국룸메랑 사는 장점중에 하나는 우연히 생각한 얘기가 좌중의 입맛에 맞아 떨어졌을 경우 굉장히 빠르게 실천에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번 땡겨?’라고 했는데 분위기가 맞아 떨어지면 우리는 몇 시간 뒤 슬롯머신 앞에서 손지창을 욕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 새끼 때문에 괜히 헛바람 들어갔어 썅’ 이러면서

술을 먹다가 미국주 이름 맞추기 내기를 했는데 오정이 형이 ‘다코다란 주가 어딘가에 있다’ 하니 욕쟁이가 ‘븅신 그거 차 이름이야’ 라며 또 멘트를 쳤다. 모두들 그런가 보다 했는데 며칠 후 욕쟁이가 ‘미안하다 다코다인지 타코인지 그거 주이름 이란다’ 라며 실수를 고백해왔다.(참고로 우리는 이런 일이 생겼을 경우 한 보름은 놀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형은 미국에 사는데 주를 너무 모른다며 지리공부도 할 겸 겸사겸사 청춘의 낭만인 미국 횡단여행을 해보자고 했다. 분위기 무지 좋았다.(사실 분위기 좋을 때면 우리는 화성에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어설픈 아메리카 지오그래피 지식을 총동원하여 별별주 들이 다 나왔다.(난 버몬트라는 주 그때 처음 들어봤다) 대충 일정을 짜고 우리 동네에서 갈수 있는 방향을 고르니 일단 텍사스-뉴멕시코-애리조나-캘리포니아-오레곤-워싱턴-아이다호-와이오밍 이렇게 돌아야 반바퀴 정도 돈다는 것을 알고 절망했다.

아이다호는 뭐고 야오밍이 아닌 와이오밍은 또 뭐며 왜 워싱턴은 태평양 근처에 있는지….하지만 사나이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 하는 법. 론니 플레닛을 사는 것을 시작으로 우린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기말고사를 보고 학기를 마무리 하다보니 각자 바빴고 얘기는 잠시 잊혀졌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유령이 집에 있으면 뭔가 끝난거다) 간만에 고기를 궈먹으려 하는데 갑자기 여행생각이 났다. “어찌 된거에요? 여행 안가요?” 나의 문제점은 참을성이다. 좀 참으면 누군가 했을텐데 또 먼저 말을 했다.(항상 이러면 짬안되는 나는 정말 고생한다)

욕이 들려오며 론리 플레닛을 찾고 미국지도를 펼치고 대충 계획을 짜는데 누군가 “차는?”이라고 말을 했다. 우리는 고민했다. 저 89년 포르쉐를 타고 갈수는 없다. 장가는 가보자. 지금 돈 없는데 어찌 저차를 다 끌고 가냐. 그럼 팀을 나눠가자. 닥쳐라 여행은 같이 차를 타야 재밌다. 렌트카는 너무 비싸다. 그럼 어쩌냐? 그러다가 술김에 U-haul트럭 얘기를 내가 꺼냈다. ‘그거 LA에서 반납해도 된다던데요’ 이 말을 했던 것 정말 두고두고 후회한다.

형들은 ‘이 새끼 오랜만에 밥값하네’ ‘야 너 천재아니냐?’ ‘오 좋아, 내일 당장 빌려’ 하며 이날 밤은 대충 수습이 됐다.(술김에 한말인데 인간들이 호응하자 솔직히 난 ‘저러다 말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며칠후 아침, 욕쟁이가 U-haul을 몰고 나타났다. ‘야 짐 싸라! 다음주 씨애틀에서 반납하기로 했다’ 모두들 황당해 했지만, 어른답게 왕고는 ‘야 이건 아니지, 술김에 한얘기 아니냐 돌려줘라’ 라고 했다. 욕쟁이 발끈해하며 ‘형이 그러니까 애들이 패기가 없어, 남자가 그냥 질러야지 안그래?’ 이말이 왕고의 마음속 깊이 숨어있던 사나이 sprit을 자극했던지 왕고는 격양된 어조로 ‘다들 짐싸라’ 라는 말을 던졌다.(왕고는 격양되면 톤이 삑사리 난다)

차에 오르기 전에(타는차가 아니라 오르는 차였다) 욕쟁이는 연비하고 뭐하고 하니 이치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흐뭇해했다. 그러면서 약간 좁긴 하지만 우리사에에 문제가 될건 아니라며 다함께 타보자고 했다. 이미 정신은 혼란스러웠고, 처음 올라보는 u-haul에 어르신마저 신기함을 표시하고 있던 상황이라 우리는 그냥 구겨진채로 앞좌석에 오정이형 빼고 전부 착석했다.(형은 차를보니 냅따 사라졌었다. 형인생에 가장 현명했던 순간이 아니였나 싶다) 좀 가다보니 도저히 참을 수 가 없었다.

‘형 다른거 타면 안돼요?’
‘뒤지고 싶냐’

그런 채로 몇 시간을 더가다가 더 이상은 못버티 겠는지 유령형이 ‘한명 뒤로 보내자’라는 제안을 했다.(오호라 역시 저형만 우리집에서 사람이야했던 내가 얼마나 순진했던 넘이였는지 참으로 바보스럽다)

(나) ‘가위 바위 보 결정하죠’
(이구동성) ‘일단 짬대로 가고 좀 있다가 바꿔줄게’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울엄마의 말이 120%진실임을 알았다는 것은 미주리로 넘어가고 있다던 새벽1시. 잠을 좀 좀 자야겠다며 짐칸으로 욕쟁이와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이 들어왔다. ‘야 핸들 잡아라’ (짐칸에 타신분이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혼자 있으면 정말 무섭다. 문좀 열어달라고 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고 했는데 전혀 듣지 못했단다. 혹시 만약 키드냅을 트럭으로 당하시게 된다면 괜히 트럭 발로차고 그러면서 힘빼지 마시라. 다들 생각이 있어서 거기에 모시는 것이다)

달빛은 정말 밝았다. 주위의 풍경 난 몰랐다. 난 그냥 길이 있길래 달렸고 달리다보니 아침이 됐고, 테네시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표지판을 보였다. ‘형 테네시라는 데요’ ‘야이 미친새꺄 텍사스로 가야되는데 저 @!#$%!#$%!!’(또 우리 식구들 씹창나는구나…)

우여곡절 끝에 오레곤 까지 왔는데 정말 모두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식당에서 잠시 요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씨애틀에 이차 갖다주면 우리 뭐타고 집에 가?’ 라고 물어봤다. 이에 욕쟁이는 세상에 거칠 것 없는 천하장사의 눈빛으로 좌중을 바라보며 ‘씨애틀에서 다시 빌려서 우리동네에 갖다주면 되지 븅신 뭐가 걱정이냐’ 라는 정말 내 인생에 다시는 들을 수 없고 결코 다시는 들어서도 안되는 말로 마무리 했다.

혹시 유학생 여러분 중에서 비용절감 한다고 이런 생각하시는 분들 있을지도 모르는데 비추입니다. 만약 정말 해보고 싶다면 one-way만 하세요.ㅋㅋ 아직도 뼈에서 바람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형들은 가끔 뭔가 약을 먹을때마다 항상 이 얘기를 꺼냅니다. ‘저 새끼가 트럭얘기만 안꺼냈어도 약 안먹고 사는건데’ 그럼 전 ‘씨빠 내가 지금 먹는 건 해바라기씨냐!’ 라고 응수한답니다~

<꼬랑지 >
결론적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여행이였습니다. 차 광고판에 쓰여진 20몇불이라는 말과 LA에 반납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넘어갔던 바보들의 실수담이죠.(차라리 '떠나세요 렌트카로'로 제목을 바꿀까요? ㅋㅋ) 신기해서 탔는데 가다가 중간에 버릴 수 도 없고. 다음학기는 used book에 딸기쨈이다 하는 심정으로 갔었죠. 글 중간에 '우여곡절'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말이 아니죠 아마? 당시 제 기억에 제가 냈던돈만 300~400불정도 됐었던 걸로 기억나네요.

식구들의 압박으로 이메일 주소 한번 적어봅니다. 뭐 여러가지 궁금하신거 있으면 velazquez1004@hotmail.com으로 이멜 보내 BoA요~

며칠전 혼자 낄낄대며 이번 얘기를 쓰고 있다가 형들이 지나가다 한마디씩 했습니다.

'웃음이 나오냐'
'미친새끼'

생각했습니다. 물론 웃으며 사는것은 좋은 것이지만 내가 '너무나 고민없이 지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매일 저녁 집회에 나간다는 친구들과의 전화통화 내용도 절 참 불편하게 했습니다. 몸이 멀리 떨어져있다고 내 나라에 대해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반성했습니다.

나라 돌아가는 상황이랑 룸메형들이랑 무슨 상관이냐 하시는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가 왜그런지는 모르지만 혼자 낄낄대는게 웬지 깔끔한 기분은 안들어서 이번주는 안쓸랍니다. 다음주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꼬랑지>메일보내주신 j모군, p모양, c누나, k형, u모(성별이 감이 안잡힙니다) 님들께 감사드립니다.(인상적인 메일 잘 받았습니다) 이분들말고도 메일보내주신분들 감사합니다.(오늘중으로 모든분들께 답장 들어갑니다)

혹시 몰라서 이메일 주소 다시한번 적습니다. velazquez1004@hotmail.com

[3] 룸메형들3....U-haul의 추억

[4] 룸메형들3-1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