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아빠: 38세, 직업: 무림고수 (본인의 미래 희망사항)
엄마: 37세, 직업: 통역사
아들: 7세, 직업: 초등학교 1학년

아들: 엄마, 우리 진짜 미국가는거야?
나: 응.
아들: 그런데, 엄마는 영어 잘 하지만, 나는 영어 하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나: 너, 옛날에는 우리 말도 하나도 못했어. 기억 안나?
- 첫 돌 비디오를 보여준다

나: 봤지? 아빠! 그 말 밖에 못하잖아., 뭐가 걱정이야, 지금은 너 말도 잘 하고 받아쓰기도 늘 백점이잖아. 영어도 금방 잘하게 돼. 처음 조금만 답답하다가 어느날 기적처럼 말도 잘하고 잘 쓸 수 있고 그렇게 돼..,
아들: ??##@@

-- 잠시 후
아들: 엄마, 그럼 나 갈 때 동화책 좀 가져 가야겠다.
엄마: 왜?
아들: 미국 애들은 영어를 잘 하지만 한글은 못하고, 난 한글은 잘 아는데 영어를 못 하니까, 내가 그 친구들한테 한글을 가르치고, 그 친구들은 나한테 영어를 가르치고 그러면 되겠네..
나: 역시 엄마 아들., 좋다, 챙겨!
아들: 근데 엄마.., 나중에 그 친구들이 한글을 너무 열심히 해서 영어를 까먹고, 난 영어를 너무 열심히 해서 한글을 까먹으면 어떻게 하지? 나 옛날에 영어 잘했는데 나중에 한글 땜에 다까먹었다며..,
나:##@@??

때: 밤 8시 50분
장소: 아이 방 침대 위

매일 이 시간 즈음이면 아이와 나란히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다. 요즘은 날로 발전하는 아이의 지적수준(?)에 맞춰 그리스/로마 신화 시리즈를 읽어주고 있다. 이름들이 어쩌면 그리도 많고 복잡한지...,아이는 그 많은 이름들을 줄줄이 꿰고 있다. (너도 더 살아봐라, 인생 꼬이고 피곤해 지면 기억력이고 뭐고 다 없다! - 왕년에 한 기억력 한 엄마의 항변!).. 제우스, 헤파이스토스, 하데스, 아프로디테, 포세이돈,..., 어쨌건, 한창 오버하면서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읊어대는데,..,

아들: 엄마, 나 미국 가면 이름을 뭐라고 해?
나: 이름? 너는 나서 죽는 순간까지 찬.우! 미국에서도 당연 찬우지!
아들: 찬우? 그건 한글 이름이잖아.
나: 그래도 사람 이름은 고유명사이니까..--
아들: ##@@ 고유명사가 뭐야?
나: 그러니까, 이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아들: 박찬우도 있어. 지난 번에 텔레비에도 찬우 나왔잖아?
나: 내 말은 너는 어쨌건 찬.우.라고.. 그러니까 미국가서도 찬우야
아들: 찬우는 한글이잖아, 미국 사람들은 우리말 모른다며?
나: 그래도 찬우라고 하면 돼. 아니지, 미국가면 발음이 아마도"채누!" 이렇게 부르겠다. 그러지 말고 영어 이름 하나 만들까?
아들: 뭐라고?
나; 마이컬! 쟌! 탐! 케빈! 롸버트!.......
아들: 다 싫어, 케인!
나: 케인? 카인 아니냐? 성경에 나온?
아들: 아니, 케인이야! 케인할래.
나: 오케이, 케인! 하이! 케인, 하우 아 유?
####
아들: 엄마, 근데..., 러시아에서는 무슨 말을 써?
나: 러시아어
아들: 그럼, 터키는? (아들 지난 해 월드컵 때 열렬한 터키 팬이었음. 이유는 터키 국기에 있는 초승달과 별 모양 때문에)
나: 터키어
아들: 그럼, 내가 만약 터키를 갔다고 해. 그럼 내 이름은 뭐야?
나: 케인
아들: 케인은 영어라며?
나: 그럼 찬우!
아들: 찬우는 한글이잖아. 아! 큰일났다. 터키어, 러시아어, 이렇게 이름을 다 만들어야 돼나?
나@@####@###??

[1] 태극패밀리 미국가다.

[2] 영어이름 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