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퀴즈 게임에 심취한 우리 아들, 쇼 호스트의 액센트까지 흉내내며, 웬만한 질문은 퀴즈형태로 한다. 그런 우리 아들의 화법에 따라서,
"자, 태극패밀리 중에서 유학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1번) 장래 무림고수가 꿈인 아빠 - 직장에서 보내주는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승진을 하기 위해..
2번) 영어로 밥 먹고 사는 엄마 - 말은 많으나 머리가 비어서, 빈 머리 채우기 위해
3번) 탁월한 언어감각의(?) 소유자인 아들 - 조기유학을 시켜, 훗날 아들 덕 좀 보기 위해..
4번) 잠시 들른 위층 아저씨
힌트!
배우 설경구는 영화 '공공의 적'의 배역을 정할 때, 모두가 자신을 범인형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형사 하리라!'하고 결국 범죄자처럼
생긴 형사의 역할을 맡게 되었죠.
때: 오후 5시
장소: 서재와 아이 방 (동시상황)
황금에 눈이 멀어 출국일도 얼마 안 남았건만 떡 하니 큰 번역 프로젝트를 맡아 손가락 끝이 얼얼할 정도로 번역한다고 생고생 중인 나.
아이 방에선 아이와 아빠가 유아 영어사전을 펴 놓고 열심히 영어단어 공부 중.
아빠: 자 테스트 시간이 돌아왔다. 나비는?
아들: 버-러플라이
아빠: 좋았어! 배는?
아들: 무슨 배? 먹는 배?
아빠: 네 마음대로 해라, 아무 거나
아들: 먹는 배는 페어, 바다에 있는 배는 쉽!
아빠: 좋아, 물은?
아들: 워~러
아빠: 혀 굴리지 마라, 워-터! 따라 해. 웟-터!!
아들: 아니야, 워~러야! 엄마! 물은 워~러 맞지?
나: 둘 다 맞아, 웟-터!도 되고, 워~~러!도 돼
아들: 선생님이 워~러랬는데..,엄마, 진짜 워~러 아냐?
나: @@@######
남편: 아빠, 우리나라 국기는 태극기라 그러지? 태극기는 영어로 뭐야?
나: 태극기? Korean national flag! 짜식!, 너 미국 국기는 뭔지 알어?
아들: 뭔데?
남편: Stars and Strips! 우리말로는 성조기., 성. 조. 기! 일본 국기는 일.장.기!!음 -하하하!
아들: @@##### (경외감에 찬 눈으로)아빠, 그럼 터키 국기는 뭐야? 우리 말로?
남편: @@@@@#######???????
2003년
7월 8일 이삿짐 싸던 날
남편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미국에 가져 갈 물건, 버릴 물건, 나중에 돌아와서 쓸 물건 등을 분류하며 짐을 싸고 있는데 갑자기 거실에서
아이가 울음을 터트린다.
나: 왜 울어?
아이: 이렇게 짐을 다 갖다 버리면 어떻게?
나: 버리는 거 아니고, 우리 미국 갈 동안 짐을 잘 봐 주세요 하고 맡기려고 그러지.
아이: 내다 버릴꺼잖아, 다 알아! 짐을 다 이렇게 갖다버리면 나중에 우리 집 보고 싶을 때 생각할 수가 없잖아? 집을 왜 다 부숴? 엉엉,
앙앙!!
나:@@@@#######???
그날 저녁(아이의 올갠을 친구에게 주기 위해 포장하려는데..)
아이(체념한 표정으로): 엄마, 이제 이 피아노 나랑 헤어지는 거니까 마지막으로 작별인사 할게
나: 그래, 뽀뽀나 한 번 해 줘라. 사진 찍어 줄까?
아이: 됐어. 마지막으로 나 노래 할테니까 이거 쳐 줘.
아이가 가져 노래의 악보는? 바로, 아이가 다닌 초등학교 교가와 애.국.가.!였다 아이의 요청으로 우리 가족은 음정과 박자를 모조리 무시한
채 초등학교 교가 2절, 애국가 4절을 아주 큰~~ 소리로 불렀다.
7월 18일 (금요일) 출국일
우리의 험난한 미래를 예고하듯 폭풍우가 몰아친다.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 케인! 이제부터는 미국사람들하고 같이 살 건데, 너가 처음에는 영어를 잘 모르니까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 들어서 답답할 수 있거든.
그렇지만, 옛날에 너 우리 말 하나도 몰랐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말 잘하잖아, 그치? 그러니까 한달 정도만 참으면 어느날 갑자기(?) 영어가
잘 들리고 너도 말 잘할 수 있게 되거든., 엄마 믿지? 그러니까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화내고 짜증내고 그러면 안 돼? 알았지? 우리 그
날을 위해 좀 참자? 오케이?
아이: 응, 근데 엄마 진짜 어느날 갑자기 말을 알아들어? 내가?
나: 그렇다니까.,, 엄마만 믿어,
탑승통로에서 우연히 우리 가족과 외국인 한 사람만 있게 되었다.
아이: 응. (그 때 외국인을 발견한 아이) 어! 외국인이다.(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국인: 굿 모닝!
나: 너도 굿 모닝! 해야지
아이: 굿 모닝!
외국인: 하우 아 유?
아이: 엄마 뭐라 그래?
나: 파인, 탱큐, 해야지!
아이: 파인, 탱큐!
외국인: You are going to the United States, huh?
아이: 뭐래?
나(외국인에게): Yes, have a nice trip! (아이에게) 너 진짜 영어 잘한데, 좋겠다!
아이: 와! 엄마 나 외국인하고 말해 본 거 난생 처음이야. 어때 나 잘하지?
7월 18일 금요일 (14시간의 비행 끝에 목적지 다착)
아는 분의 주선으로 우리보다 이틀 전에 귀국한 분의 아파트와 가재도구 일체를 인수인계했다. 우리 가족은 아파트의 크기와 시설에 눈이 휘둥그레..,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수영장까지 있다. 피곤도 잊은 채 짐을 들여놓고 구석 구석 집 구경을 하는데.., 갑자기 아이의 괴성!
아이: 엄마 이거 봐~ 와 짱이다! 엄마, 미국이 이렇게 좋은 곳인지 몰랐어.
나: ##@@?
아이는 전에 살던 아이가 남겨 놓고 간 디지몬 카드, 할로윈 가면 및 칼, 자전거, 장난감 등에 거의 졸도 직전의 흥분상태.
7월 19일 토요일
시차로 고생하는 아빠와 엄마를 졸라 아이는 기어이 풀장에 가고야 만다. 풀장에는 미국인 남자 아이 혼자 수영 중., 그 친구의 이름은 데이빗이고
마침 우리와 같은 동 같은 층에 산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와 그 아이의 대화를 듣던 아이.
아이: 몇 살이래?
나: My son wants to know how old you are.
데이빗: Eight and a half
아이: 뭐래?
나: 여덟살, 그러니까 한국 나이로 아홉 살.
데이빗: How old is he?
나: Six and a half.
아이: six? 내가 무슨 여섯 살이야? 나 일곱 살이야.
나: 한국에서는 태어나면 한 살이 되잖아? 여기는 태어나면 빵살이고 일년이 지나야 한 살이야,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나이를 한 살 빼야 해.
그날 오후
아이: 엄마, 내가 만약 미국에서 여덟살이 되면 한국에선 아홉 살이 되는거야?
나: 응,
아이: 그럼, 내가 만약 미국에서 이천 이백살이야, 그럼 한국에선 몇 살이게?
나: 이천 이백 한 살!
아이: 맞았어, 그럼 만약 내가 미국에서 무한살이면 한국에선 몇 살이게?
나:##@@??
아이: 몰라? 무한 한살이지!!
7월 21일 월요일
데이빗이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아이들은 처음 관계가 으레 그러하듯이 서로 적당한 예의(?)와 경계를 보이며 잘 어울린다. 디지몬 카드는
아이들 세계의 공통어! 중간에서 두 아이의 의사소통을 도와주고 있는데..,.아이는 계속 형 형 하며 부른다.
나: 케인, 이 형 이름은 데이비드거든 그러니까 데이빗! 이렇게 부르면 돼., 형이라고 하면 못 알아 듣잖아?
아이: 데이밴드! come on!
나: 아니, 데이밴드가 아니고 데.이.비.드, 따라 해 봐. 데이빗!
아이: 내 생각에는 꼭 데이밴드 같은데...,
나: 아니 그렇게 놀리면 안돼. 데이빗! 이렇게 해야 해.
아이: 알았어, 데이밴드!!!!!, come on!
7월 22일 화요일 (미국 생활 4일째)
어제는 데이빗이 오전 10시에 와서 오후 세시까지 무려 다섯 시간을 아이와 놀다갔다. 우리 아이는 한글로, 데이빗은 영어로 이야기하며,
즉 상대방 말은 무시하고 자기 할말들만 하며 잘 놀다갔다.
아이: 엄마, 너 과자먹을래. 이렇게 물어봐
나: 싫어, 또 먹어. 그만 먹어
아이: 아니 그냥 말로만 물어봐, 영어로
나: 케인, 유 원 섬 쿠키스? (You want some cookies?)
아이: 슈어 (sure)
나: 어, 짱이다. 잘하는데. 알았어, 손 씻고 와 밥 먹게.
아이: 노 웨이 (No way!)
나: 뭐시라? 빨리 테레비 끄고 손 안 씻어?
아이: 노 땡스 (No thanks!)
아빠: 너 한 대 맞고 씻을래?
아이: 노 땡스! (No thanks)
나: 그만. 너 그러면 오후에 티브 못 본다
아이: 노 웨이! (No way)
나: 밥 먹고 수영장 가자 / 남편: 수영장 갔다가 놀이터도 한 번 가 보자
아이: 오, 예. 쌍 슈어 (sure)
우리: ###@@@ 그게 뭐야?
아이: 엄마한테도 sure, 아빠한테도 sure, 그러니까 쌍 슈어!
우리: @@##$$??
그 다음 날 공원에 놀러갔는데 아이는 계속 sure, no thanks, 그리고 no way 세 표현만 번갈아 써먹었고, 그 말을 들은
외국인 들은 아이의 영어실력에 감탄(?)해 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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