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야기...
그 둘..

이건..내가 캘리포니아로 옮기고 나서의 일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 인터네셔널 클럽에 가입했었는데..( 사실 자동가입이다..ㅡ.ㅡ;; )

음..그러고보니 한달정도 밖에 안된일이군..한달쯤 전 우리학교에서 무슨 클럽행사같은걸 해서..우리 클럽도 이것저것 준비해서..스튜던트센터에서 책상몇개 가져다놓고각국에서 온 물건들로 우리 클럽을 소개하고 있을때였다..

사실 난 이 클럽에 주요멤버가 아니라서 그저 애들하는거 거들고 있을뿐이었다..근데.. 말레이지아에서 온 남자애하나가..어떤 미국여자애 하날 데리고 나를 막 찾는다..

그넘: 야...어슬픈넘 못봤냐?
일본넘1: 저기있어..
그넘: 야..어슬픈넘..!! 야..드디어 찼았다..
나: 왜?
그넘: 너 한국인맞지?
나: 마저 ㅡ.ㅡ;;
그넘: (옆에있는 미국애한테..) 얘야..얘 한국애야..얘한테물어봐..
나: (뭔지도 모른체.. 감동감동..!! ㅠ.ㅠ...)
미국에서 일본애들한테 뭐 물어보는애들은 많이 봤어도..한국애라고 찾아오는애는 첨봤었기 때문에...

그 여자애: 너 한국인마저?
나: 마저.. 왜?
그 여자애: 그럼 너 한국말 알어?
나: 물론이지..ㅡ.ㅡ;;
그여자애: 너 쓰고 읽을줄도 알어?
나: 야..나 한국사람이야..왜 못믿니? 나 여기온지 이제 일곱달밖에 안돼..영어보다 한국어를 당근 잘하지..!
그여자애: 오우 슈트..땡큐땡큐.. 그럼..너 이것좀 한글로 적어줄수 있어?
나: 뭔데?

호기심에 그 여자애가 내미는 쪽지를 펴보니...거기에 영어로 단어가 두개적혀있었습니다..근데 그건 단어가 아니라........가만히 보니..이름이었습니다..

"BORAM" , " GARAM"

나: 어..이거 사람이름인거 같은데..
그여자애: 오우..슈트슈트..너 진짜 맞구나..아..너무 다행이다..
나: (야..그럼 아깐 안믿었던거야? ㅡ.ㅡ;;)

암튼..전 정성스레 한글로 적어줬고..그애는 옆에서 열심히 지켜보더니 자기도 몇번 따라적어 봅니다..

그리고는..
그 여자애: 야..너무 고맙다..얼마주면 되니?
나: 야..돈은 무슨 돈이냐..뭐 한거 있다고..
그 여자애:정말이야?
나: 정말이야..그나저나 이거 뭐할려고?

" 아..우리애들 이름인데..말도 안통하고..친해지기가 힘들어......조금있다 그애들 생일인데..카드에 이름이라도 그애들 나라말로 적어주고 싶어서.. 고마워..힘들게 찾았어..한국사람..오늘 나 행운이네..굿바이.."

갑자기..머리속이 텅 비어버리더군요.........정말..정말 말그대로 머리속이 텅비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몇번이나...어디서 배웠는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가는 그애에게..인사도 못했습니다...

젠장.......!!! 우리나라가 애들을 수출한다더니...젠장....젠장... !!!!!!!

거의 그애가 안보일때까지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가..그애에게 달려갔습니다..

"야....이봐...저기말야...이거 내전화번혼데...........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그래? 고마워.."
"그래...잘가..........고마워......"

또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슬프더군요......

조금뒤에...
절 더 슬프게한건...
저도 모르게...고마워.... 라고 말한...
제 모습이 생각날때였습니다.........



숫자를 발명한 사람..
누군지 밝혀지지는 않았지?
난 그런걸로 아는데..내가 무식해서인가...

숫자라는거..정말 편리한거다..

숫자가 있기에..
시간이란 개념도 서고..
학문이란것도 가능해졌고..
과학이란것도 가능해졌다....

우리에게 숫자라는건 의심의 여지없이 행복을 가져다준것처럼 보인다.......그러나 난..요즘 이 숫자라는데서 자유로워지려 노력하고 있다...

나이..
연봉....
탑텐스쿨로의 유학...
몇평의 집...
몇씨씨의 자동차....

우리들은 어느새...이 숫자라는놈의 노예가 되버렸다...

우리의 나이란걸 표시하는 숫자때문에..우린 늘 쫓기며 살아야한다...

도대체 스무살이란 나이에 대학을 가는것과..마흔살에 대학을 가는것이 무엇이 다른가.....무엇이 정상적이고 무엇이 느린것인가..

도대체 서름즈음에 결혼을 하는것과..오십이 되어서도 결혼을 하지않은것이 무엇이 다른가...무엇이 정상적이고 무엇이 느린것인가.....

벌써 몇십년을 산듯한 깊이의 마음과 인격을 가진 스무살도있고..이미 몇십년을 살아도 이제야 고작 십년도 살지못해 보이는 인격의 어른도 많다..도대체 그 나이라는 숫자가 나타내 주는건 무엇인가....

기껏해야 주민등록증상의 숫자일뿐인 그 나이라는거 말이다..

직업을 선택할때 말이다....난 아직 한번도 이런질문을 들어보지 못했다..

"어느어느 회사의 경영방침이 뭔지아니?"
늘 내가 듣는 질문은...
"야..그 회사 얼마준대냐?"

누군가를 보고...
난 이런말을 가끔 듯는다...
"쟤 말야..걔가 다니는 회사를 끔찍히 아끼고, 하는일이 너무 재미있데"
내가 아주 자주 듣는 말은...
"재 연봉이 말야...."

그 남자는 키가 얼마래니?
참 니 친구 이번에 연봉 ***마 짜리 취직했다며?
야 쟤 토익점수가 *** 래..
나 학점이 *** 밖엔안돼....
참 내나이가 벌써 **데.. 아직도 이러고 산다...
내가 이번에 가는 학교가 이번에 미국랭킹 **위래..

닥쳐..!!!!!!!!!!!!!!
하고 소리지르고 싶다..

이 숫자라는데서...벗어날수 없을까...그 '현실'이라는 우리의 주인 때문에....'그걸 누가 모르냐'라는 스스로의 채찍질 때문에...'더 높은 점수'라는걸로 허기진 배를 채워가면서...그냥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이렇게 평생...숫자의 노예로 살아야 하는가.............

안녕하세요...어슬픈 유학생입니다...오랜만에 뵙네요...^^정말 오랜만에 들어와서..오늘은 절 기억해주시는 모든분들께...시원한 웃음을 드릴만한 에피소드를 올릴려고 왔는데....그동안 올라온글들을 죽.. 읽으면서...예전에 제가 해봤던 생각들이 떠올라서요...

우리가 고민하는 모든게...더 높은 수치의 숫자를 원하는거라고..자신이 원하는 그 높이의 숫자를 얻기위해...모두들 불행해진다고..

괜히 우울해져서 죄송합니다..뻔한 소리 해서 죄송하구요...

아까 닥치라고 한말은... 물론 저에게 한말입니다...저역시 그 숫자의 노예이니까요..

전 요즘 스스로를 바보스럽게 만들고 있어요...아니 정확히 말하면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죠...이 숫자라는걸 망각하는 바보루요...너무 어려운데...꼭 해야만 할거같습니다.....

그래야 행복해질거 같아서요....



13.<슬픈 이야기,둘>

 

14.<숫자의 노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