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선정...
이것만큼 머리 아픈일도 없는것같다..

안녕하세요.. 어슬픈 유학생입니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저도 '어슬픈'이라는 이름을 뗄수 있겠죠?요새 학교선정때문에 머리가 복잡하네요..

제가 대학을 지원할때는..정말 단순무식했었거든요.. 사실 고2때까지 대학이라는곳에 크게 뜻이 없어.. 그냥 취업이나 알아볼까 하던차에..저에게 아주 짧막한.. 그렇지만 제 인생을 결정해버린 대화가 있었습니다..

때: 고3초의 어느 야자시간..
장소: 교실..
등장인물: 어슬픈넘, 친구

친구: 야 너 대학어디로 갈꺼냐?
어슬픈넘: 아직 생각안해봤는데..
친구: 과는?
어슬픈넘: 몰라.. 갈지 안갈지도 몰겠는데.. 과는 무신..
친구: 토목과 가면 돈많이 번대.. 그래서 난 토목과 갈려고..
어슬픈넘: 무슨일 하는건데?
친구: 나도 잘모르는데.. 노가다하는건가봐.. 노가다가 돈많이 벌자나..
어슬픈넘: 그래? 돈많이 번다고? 그럼 나도 그거 하지뭐..

그러고는 고3때 토목과 하나만 보고 살았지요..그리곤 결국 토목과에 입학을 합니다..

너무나도 단순했지요..^^;;사실 저뿐만은 아닙니다..제가 고3때만해도..대학이라던지.. 과라던지.. 적성이라던지.. 그런거 다 생각한 친구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대부분이 수능점수 받아놓고.. 두꺼운 '작년 대입수능 커트라인의 결정판!' 책한권 펼쳐놓고..담임선생님이 '넌 여기여기 가능하다..'라고 하면 가능한곳중에 가장 이름이 마음에 드는 학교와 과로 지원을 하곤했었지요..그래서 울나라 대학생들 90%가 자신의 전공에 적성이 안맞다는 생각을 하고 산대요..

그렇게 단순하게 살아온 어슬픈넘..이제와서 해본적없는 학교선정을 할려니까..어렵네요.. 첫사랑은 실패한다는데.. 첫학교선정도 실패하는거 아닌가? ^^;;;

학교선정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건 비용이더라구요..제가 전공하고자 하는것이 워낙에 돈이 없는분야라..석사때는 장학금 포기하다보니까..(돈안받고 유학가면 바보라던데.. 너무 욕하진 마세요..^^;;)집안형편상 제일 싼학교로 갈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교수들한테 전화해서 돈좀없냐부터 시작해서리..그 동네 생활비에다 기름값, 보험료까지 일일이 체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Texas A&M 과 UF로 좁혀져있구요..

똑같은 생각을 하도 여러번 하다보니까..요새는 그냥 다트판 하나 만들어놓고.. 핀 던져서 그냥 그리루 갈까싶기도 하네요..^^복잡한거 체질에 안맞는데.. 남들처럼 신중해볼려고 하니까.. 완전 뱁새가 황새쫓아가는 형국입니다..

사람의 고민중 대부분을 차지하는게..현실과 이상의 사이에서 오는거 같아요..자신의 마음은 이런데.. 현실은 막상 그렇지 못한것...가끔 아주 대단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는 경우도 있더라만은요..저같이 평범하고 어슬픈넘에겐.. 그게 말처럼 쉽지많은 않지요..가진거라곤 맨주먹에 오기뿐인 어슬픈넘..커서 뭐가 될란고.. 자꾸 이상을 현실로 만들라고 발버둥칩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남아도는 시간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니..유학이라는것도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군요..과연 투자한 돈과 시간만큼 가치가 있는가부터..내가 해낼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또.. 많은 것을 버리고 가는데.. 그걸 다 버릴가치가 정말 있는가..등등..(사실 이런것들은.. 저보다는 제 주위의 사람들이 저에게 자꾸 생각하게 만들더라구요..)

주위에서 가끔 묻습니다..
'유학 왜가니?'
'그만한 가치가 있어?'

전 이렇게 말합니다..
'젊은 혈기죠 뭐..^^;;'

하지만 조금더 친한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잘몰라.. 아니 어쩌면 투자한가치를 뽑아내지 못하는게 현실상 맞는것도 같아..그런데.. 난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은 뭔가에 도전해보는게 좋아.. 뭐랄까..아직은 내 삶을 규정짓고 싶지않거든? 때로는 평범하고도 조용한 삶이 부럽기도 하지만..아직은 그냥 그렇게 부딛치면서.. 그렇게 내 한계까지 가보고 싶어..'

제가.. 이상주의자인가요???

요샌 지나치게 많은 생각들을 하고 사는거 같습니다..전 '단순함의 아름다움'을 최고로 치는데말이죠..

이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할려구요..어차피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은'게 없다면..지금 제 마음이 가는데로 사는게.. 그나마 가장 '옳은'것이라고 믿을려구요..

우리.. 넘 복잡하지 말아요.. ^^*


미국을 떠나기전에 몇몇 후배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후배1: 선배. 와 이제 선배 미국갔다오면 선배한테 영어배워야 겠네요..

어슬픈넘: 아냐.. 대학원으로 가면 전공공부하느라 바빠서 영어는 별로 안늘어..

후배1: 어? 선배 영어공부하러 가는거 아니었어요?

어슬픈넘: ㅡ.ㅡ

후배2: 야~야 선배 토목하러 가신다 토목..

순진한 후배1.. '미국'이라는곳은 영어배우러만 가는곳인줄 알았더랍니다..

그리고 약 한달이 지난 오늘.. 드뎌 개강을 하고 각과목들의 첫수업들이 시작됩니다..

원래 분위기를 잘타는 어슬픈넘.. 개학분위기에 맞춰 도서관에 함 가줍니다.. 그리고 제 소지품중 몇 손가락에 꼽히는 비싼물건인 전공서적을 꺼내들고 여유롭게 펼칩니다..

약 두시간이 지난후.. 그때 그 후배1의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전공서적의 내용을 써머리 해볼려고 펼쳐둔 제 노트에는 온통 단어공부한 흔적뿐입니다.ㅡ.ㅡ;;

불면 날아갈까 만지면 부서질까(?) 몇번 꺼내보지도 않았던 반짝반짝한 제 전자사전.. 두시간만에 밧데리가 다떨어지는지 화면이 흐릿해집니다.. 지도 피곤하겠지요..

토플리딩이 미국대학교재에서 발췌했다고 했던가요..? 그런 거짓말.. 함부로 하면 안됩니다.. 아무생각없는 어슬픈넘.. 제 전공서적에도 벌레얘기나 천체, 혹은 음악얘기들이 나올줄만 알았답니다..

단어 다 찾고나면 땀흘리며 열심히 콤마찾고 접속사 찾고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그 후배1의 순진한 말이 어찌나 가슴에 사무치던지..

진짜로 대학원 유학을 오게되면 제 이름앞에 있는 '어슬픈'을 뗄수 있겠지하면서 얼마나 설레었는데.. 아마 꽤나 오래도록 더 가지고 있어야 할 듯합니다..^^;;


12.<학교선정>

 

1.<석사? 어학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