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팡이의
미국에서 보는 월드컵 이야기는 2회에 걸쳐 올라갑니다..이거이 원래 일찌감치 쓸려고 했던건데..생각보다 한국팀의 일정이 길어저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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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솔직히 고백합니다..동팡이..한국서도 축구 거의 안 봤습니다..한일전도 안 봤다면..말 다했죠..
근데..전래 속담도 있지만..외국 나오면 애국자 된다구..더군다나..월드컵인디..여기 유학생들도 단체 관람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함께 보기로
작당을 합니다..
동 팡 : 근데..TV 있잖아..우리가 모두 모여 보긴 좀 작지 않나?..
친구A : 그럼..코스코 가서 60인치 프로젝션 티비 사서 보다가..리펀할까?..한달내로만 하면 되자노..
(이 순간..모인 일동 모두 그 친구의 잔머리에 말을 잊습니다..넌 크게 될놈이야..)
모 두 : 그래..그래..그러자..
그러다가 구찮음과 게으름의 합산으로 인해..결국 집에 있는 21인치로 보게 됐슴다..그거 샀음..우리들..몇달동안 손가락만 빨고 살아야
할뻔 했져..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경기가 한달 넘게 할줄 아무도 몰랐죠..
폴란드전..
地神을 감동 시켜야 한다고..밤 10시부터 모여 듭니다..(방학이라 할일이 없져?..)물론 빨간 옷을 입지 않음 입장불가나..아님..모든이들에게
무진장 잔소리를 듣습니다여..속옷이 빨갛다고 주장하면 벗겨봅니다..
그러면서 지난날 대한민국의 축구를 회고합니다..
"난 이번엔 제발 후반 5분..불안하지 않게 좀 봤음 좋겠어.."
"느그들 그거 기억나냐?..비오는데..우리가 수중전에 약하다고..잠실 경기장에 비닐 깔아버린거.."
"황선홍 머리가 조금만 짱구가 아니었다면 우린 1승 했었을꺼야.."
이래서 월드컵이 무서운 겁니다..4년마다 모여서 다들 지난 월드컵史 복습하잖아여..
"내가 중국 룸메이트한테 우리보다 축구 못한다고 흉보잖아..그럼..개네들..맨날 5:0 얘기한다니까.."
"그럼..브라질하고 할때..네가 자리 만들어서 중국애들 다 불러다 놓고 봐.."
"야..부지런한 독일애들이니까 8:0까지 만들었지..브라질이 한 네골 넣어봐라..구찮아서 더 게임 안해.."
언제나 한국 경기가 시작되기 바로 전..했던 멘트..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여기는 어디어디의 어디어디입니다.."
"자랑스런 태극전사들의 모습을 보겠습니다.." 하면서 국가대표 프로필과 함께 나오는 노래..
"우리는 대한 건아..늠름하고..용감하다~~" (이젠 정말 두드러기 돋습니다..)
그치만 막상 그런거 없이 혀꼬부라진 소리로 쏼라대는 방송보면..그것도 그리워집니다..
경기가 어땠는지..우리가 어떻게 이겼는지..이건 구지 쓸 필요가 없겠죠..다들 잘 아시니까..(사실 동팡이 골들어가는거 두개 다 못 봐서
잘 모릅니다..자느라구..)
미국전..
12시를 전후해서 모입니다..
"야..다들 돈 걸어..경기를 쫌 재미있게 보자구.."
물론 모두 한국이 이긴다고 겁니다..그러나..그 와중에 미국이 이긴다고 거는 '넘'이 있습니다..
"한국이 이기면 마음이 즐겁고..미국이 이기면 주머니가 즐겁고..이를 일러 win-win 전략이라고 하지.."
한국이 한골 먹습니다..순간 무수한 발차기가 그 '넘'을 향해 날라갑니다..남의 돈 먹기가 그렇게 쉬운건 아닌가 봅니다..사소한 거에 목숨걸면
안되는 법입니다..
미국 선수가 부상을 당해 우리 의료진에 의해 실려 나옵니다..
"야..다리 분질러 버려...누가 알아?.박씨 물어다 줄지.."
그치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만회하긴 늦었습니다..순간의 배팅 실수가 이리 클 줄이야..점차 분위기가 험악해지고..입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거칠어집니다..
이윽고 안정환의 동점골이 터집니다..순간..시라소리..의자에서 솟구치기보다 더 빨리 치솟습니다.동네..떠나갑니다..저기 어딘가에서 또 난리난리
벌어집니다..저기도 한국인 사나봅니다..동팡이도 동팡이가 그렇게 소리소리 지를줄 몰랐습니다..노래방에서 티삼스의 '매일매일 기다려' 부를때보다
더 발광을 합니다..
그러나..이 순간..제일 기뻐한 사람이 있었으니..미국 이긴다고 돈 건 '넘'입니다..안정환은 자신의 골이 꺼져가는 한 생명을 구한줄..절대
모를겁니다..
월드컵 기간중..소음죄로 경찰에 75불짜리 티켓 먹은 집..수도 없습니다..웃으면 기분 좋게..벌금내는 경우도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닐겁니다..허허벌판에
외따로 떨어진 집..그런 집이 그렇게 인기 좋았던 시절은 없었드랬습니다..
미국에서 본 월드컵..그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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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16강전..
지금까지 동팡이가 사람들과 같이 보면 비겼고..혼자 보면 이겼습니다..
(같이 본 경기..미국전..따로 본 경기..폴란드(중간에 자느라고 빠져나옴..), 포르투갈..한국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동팡이 혼자 보는
아픔을 선택합니다..(고백합니다..역시 늦잠 잤습니다..일어나니까..이미 1:0 되었더군요..)
집니다..끝까지 정말 열심히 뜁니다만..골..안 들어갑니다..지난 월드컵에서 황선홍의 역활을 이번엔 설기현이 대신하나 봅니다..
"저러다가 한번 잘못 맞지 않을까..그럼 들어가잖아.."
이제 5분 남았습니다..동팡이 출근 준비합니다..도시락 싼다고..부엌서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데..갑자기..티비에서 난리 부르스를 떱니다..동팡이
문제의 쌍동이표 식칼을 들고 티비 앞으로 달려갑니다..
그렇습니다..드디어.. 설기현발에 잘못 맞고야 말았던 겁니다..스페인 방송의 해설은 무진장 신기합니다..특히 골이 들어갔다..그럼..꼬~~~~올~~~~~이
소리를 한 템포로 1분도 넘게 합니다..정말 호흡 깁니다..
(보실려면 요기루 가세..http://www.ddanzi.com/ddanziilbo/worldcup/gisa/
0626_gol.html) 이제 다 때려치우고..제대로 볼랍니다..
동팡이 난리부르스에 동생도 깼습니다..시간은 지나갑니다..이제 승부차기 하나..그럽니다..동팡이는 티비가 너무 안나와 이리저리 채널 돌리기에
여념없습니다..그런 순간..동생이 하던 전화기에서 소프라노 하이톤이 터져 나옵니다.
."아~~젠장..또 못 봤다.."
4강 올라갈때 까지 월드컵 기간 내내 동팡이 한국 골 넣는거 딱 두번 봤습니다..미국전 안정환..포르투갈 박지성꺼..학교 다닐때 너무 못자서
웬수..이젠 너무 많이 자서 웬수..이래저래 잠이 문젭니다..
요 시점에서 잡담 하나..
독일과 미국 댈라스에서 했던 94년 월드컵 경기였드랬습니다..황선홍이 첫번째 골을 넣으면서 나즈막히 내뱉습니다..
read his rips..육두문자가 나갑니다..'ㄸ'볼이다..모다 해서 비난도 하고 욕도 하지만..정작 제일 많이 속상한거..그 자신일겁니다..
일밤의 이경규가 간다.(개인적으로 이번에 너무 감동적으로 봤습니다..)설기현의 골이 들어간 순간..모든 선수들이 설기현에게 달려 갑니다..
그러나..그 때 그라운드에 폭 꼬끄라져서 어쩔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안정환입니다..누구보다 그 순간..제일 기뻤던 사람일겁니다..어쩜
골 넣은 설기현보다 더..
스페인 8강전..일방적으로 몰리던 게임이 끝나고..이제 승부차기에 들어갑니다..(이 경기는 동팡이 모여서 같이 봤죠..안자구..골 안들어가더군요..)네번째
스페인 키커가 나섭니다..이운재 막습니다..역시 한국인들 솟구칩니다..손에 손을 잡고..스페인의 삑사리를 기대하던 우리..이젠 어깨동무를
합니다..그가 있어 한국 축구 10년동안 수비수 발전이 없었다는 홍명보..그가 찬 피버노바가 그물을 출렁거리는 순간..기숙사 한 구석의
중국애들 배아파 돌아가실려고 합니다..학교내 기숙사에서 소리가 터지는 집은 모두 한국인 집입니다..기숙사 애들..한국 이길 줄 다 압니다..남의
나라에서 우리가 이렇게 목청 터져라 소리소리 지를 날이 또 있을까요?.. 98년 프랑스 월드컵..피튀기면서 벨기에 딴지 걸던 그 경기..
이임생의 모습..쑈인지..진실인지 모르겠지만..어린아이처럼 계속 눈물을 훔쳐내던이경규..슛하는 선수의..그 공을..발로 막는게 아니라..몸을
던져서..아예 그 길에 드리누워서 막던 선수들..적진에서 전쟁중인 국민 영웅이던 야전 사령관을 경질하는 말도 안되는 인사행정의 한국..축구와..월드컵과
연결되었던 모든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마지막 경기..터키전..
맨하탄까지 올라가서 공동 응원을 합니다..프러싱 한인 타운..길 막았단다..맨하탄 난리 났단다..동팡인들 왜 거기 안 끼고 싶겠습니까..그렇지만..막상
1시간 넘게 걸리는 그 곳까지 올라가서 응원했는데..졌다..그럼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멀까..이 생각에 차마 올라갈 자신이 없었습니다..(아닌거
같다구요?..역시 예리하시군여..경기 초반도 자느라고 못 보는넘이..무슨 재주로 거기까지 갑니까..)
월드컵에서 4강안에 드는 팀들만이 7경기를 합니다..스페인전이 끝나자 마자..집에 전화를 때렸습니다..독일전과 관계없이 한 경기 더 하니까..
(기껏 공수받았는데..못 써먹음..얼마나 억울해여..)그래서 공수받은 be the reds 티와 뺨에 붙이는 스티커..약품 냄새가 너무
많이 나 세탁기에 넣고 돌렸습니다..건조기에 나오는데..붉은 악마가 아니라..오렌지 군단이 돼 버립니다..짝퉁입니다..같이 빨래한 빨간색
티..새로 염색한것처럼 이쁘게 색이 변합니다..T.T
새벽 4시반에 일어나(기적이죠?..) 부랴부랴 맨하탄으로 올라갑니다..주차장에 파킹을 하니..벌써부터 붉은 물결입니다..말로는 그 감동
전달 못합니다..장소가 어딘지 구지 물어볼것도 없습니다..그냥 그 물결만 따라가면 됩니다..
아침이다..배고프다..밥부터 먹자..그리고 감미옥을 들어갑니다..뉴욕 맨하탄의 감미옥..LA의 소공동 순두부와 더불어 미국 한인 사회의
대표적인 한식당이죠..주문을 합니다..그러나..싱글 둘..싱글 대우 메리드 하나..(1년에 한달 정도 와이프랑 같이 있음)엄한데 정신을
팔고..먹는건 뒤로 제낍니다..
때는 바야흐로..주말을 낀 새벽녘..밤새 무도장이나 조명이 화려한데서 온몸 비틀기를 했던 분덜..집에 들어가기전 출출한 속을 때우고자 식당을
찾습니다..뉴져지 깡촌에서 살던..인간들..눈높이 교육 한번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여..그래 여기가 사람 사는데여..주문이 안 들어가 설렁탕(그냥
국자로 퍼다 주면 되는데..) 그거 40분 걸려 나왔건만..누구도 불만 없습니다..
뉴욕엔 크샤니(KSANY)란 한인 학생 연합회가 있습니다..여기 주도로 하는 응원장을 갑니다..입구에서..동팡이 아주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여중생
사망 사고를 추도하고자..검은 리본을 나눠줍니다..붉은 티를 입고..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태극기를 휘두르면서..맨하탄을 활보하는거..여러가지
의미와..생각을 가지게 합니다..(역시 글로 정리 안됩니다..)
동팡이..LA, NY 등..한국인이 많은 사는 도시에서 가까운데 주로 있었습니다..(거기 자체에는 없고..주변 변두리에만 있습니다..동팡이
삶이 그렇죠..모..변두리 인생..)그렇지만..지금처럼 많은 수의 태극기를 본적..없습니다..거의 모든 가게마다..태극기를 붙여 놓고..
응원 자체는 무진장 짜증이 났습니다..경기때문이 아니라..축구와 농구를 구별 못하는 몇몇 몰지각한 인생들 때문에.. (공 한번 잡고 상대편
진영 넘어가면 골 넣야 하는줄 알더군요..모르면 조용히나 있던가..목소리는 왜 또 그리 커..)
마지막 응원이 끝나고..동팡이 고생 좀 했습니다..뺨과 팔에 붙인 응원 스티커..역시 짝퉁입니다..비누로도..동생 크린징 크림으로도 안
지워집니다..결국 락스와 '이태리'타올로 문딩겨 지웠져..뽈따구에 불나는줄 알았습니다..
운전하다가 붉은 악마 응원 주제가 intro곡과 윤도현의 오! 필승코리아를 들었습니다..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물이 치솟습니다..내가
왜 감동을 하는지..왜 눈물이 흐르는건지..이유도 없고..설명도 못합니다..
월드컵 4강에 올랐다고..응원 좀 신명나게 한다고..왜 내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고 하지?..세계 무대에서 맨날 당하기만 하고..눌림만
당하던 한국 축구가..내 모습의 투영인가요?..
水의 기운이 부족하다는 동팡이 사주팔자..아닌가 봅니다..이렇게 눈물이 흔해지는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