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팡이는 서울 강남의 상문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아시는 분들 아시겠지만..정말..무자비하게 맞았습니다..(군대가 헐 더 편했드랬습니다..)우리 사회가 학연, 학연하지만 아마도 요즘들어서까지 고등학교때의 인연을 들춰내는 사람들은 드믈겁니다..그러나..이노무 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왜냐... 그만큼 '비정상적으로'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입니다..두사부일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동팡이 모교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입니다..(상춘고..)그 영화를 보다가 동팡이 및 동창들..떼굴떼굴 구르면서 웃었습니다..똑같아..똑같아..하고..

한번은 시애틀에 있는 후배가 차사고로 사경을 헤맨적이 있습니다..그 당시는 4월말..Final이 목앞에 쳐달은 시기였음에도..펜실베니아,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캘리포니아, 미시건, 캐나다 등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에서 열명이 넘는 동문들이 서로 날짜가 겹치지 않게 순서를 정해놓고 자진해서 당번식으로 간병을 하러 시애틀로 날아간다고 조직을 만들었습니다..원래 매로 큰 자식들이 서로 우의가 좋은 법입니다..

2000년 5월..강남의 모처에서는 동팡이랑 같이 가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알콜을 곁들여서 이빨 장난질을 치다보니..처음 만났을때의 긴장감이 풀어지고..앉아 있는 자세가 서서히 의자 아래로 내려가고..혀가 약간씩 꼬이면서..점차 말끝이 짧아지는..그런 분위기가 됩니다..(맞먹자 분위기..그렇져 모..)

"이제 그만 정리하죠?.."
"네..근데..집이 다들 어디예요?..멀어요?.."
동팡이의 이 말에 바로 앞에 앉은 한 친구가 답합니다..

"저는 요 앞이에요.."
"그래요?..고등학교 어디나왔는데요?.."
"상문요.."

요 시점에서 동팡이의 눈이 빛납니다..
"그래?..몇긴데?.." (너 잘 걸렸다..)
"(흐트러진 자세를 일으키며..)상문나오셨어요?.."

이 날의 사태를 전해들은 동팡이 후배들..가슴을 칼로 후비는 아픔을 느낍니다..
"그 친구들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형이랑 같이 그 먼길까지 간데..내세엔 제발 선배로 태어나길.."

우야둥둥..이렇게 만난게 된 고등학교 후배 두명..권모군..박모군..더군다나 같은 기숙사 같은 동..옆 동에 살면서..특히나 권모군과는 뷰엘브라더스라 일컬어지면서..한인학생들이 일으키는 사고 자리에는 동팡이나 권모군..둘중에 한명이 꼭 있다는 일도..(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공부와 노는게 충돌하면 공부를 포기한다는..)

이렇게 후배들 갈구는 재미로 유학생활의 스트레스를 풀던 동팡이..임자 만납니다..동팡이 사는 동네의 한 음식점..어찌저찌해서 그 식당의 사장님과 알게된 동팡이 동생..

"그럼 강남살았다면 네 오빠는 어디 나왔는데?.."
"상문요.."
"그래?..그 자식 나 좀 보자구래.."

동팡이랑 띠동갑인 선배님이셨드랬습니다..그 선배의 출신 학교를 듣는 순간..동팡이 가슴을 예리는 감격이..뒷골을 따라 꼬리뼈까지 짜르르 전해집니다..

"그래 이 바닥서 굶어죽진 않겠다..팔자에 어디가도 먹을복은 있다더니..이건가 보다.."

MIT에서 미팅이 있더랬습니다..오전에 TA하는 수업..들어갔다가 짬봐서 일찍 나왔습니다..(전문용어로는 땡땡이라고 하지요..)

12시에 시동을 건 동팡이 애마..코롤라..디립다 보스톤으로 달립니다..핑클의 노래를 블루레인서부터 당신은 모르실꺼야..거기다 라이브 음반까지..섭렵하며..Interstate Highwy 95 (한국의 경부고속도로다..생각하심 됩니다..) 주구장장 달립니다..이윽고 오후 5시 조금 넘어..보스톤에 도착합니다..

두리번..두리번..캠브리지까지 무사히 들어왔는데..이거이 학교가 어디있는지 어케 아남..우왕좌왕..왔다갔다..찰스강가에서 헤매고 있는 동팡이..길치, 방향치인거 자랑하는건지..하이야트 호텔이 보입니다여..옳거니..저기가서 물어보면 되겠다..문 앞에 서 있던 양반에게 물어봅니다..

"저기여..MIT가 어디있어여.."
그 사람..아무 말도 없이 동팡이만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MIT요..(알아 알아..나 잘생긴거..내가 모를줄 알았지?..)"
그래도 계속 씹고..쳐다 봅니다..

"저기요..(그래도 그렇게 넋나간 듯 쳐다보면 내가 쑥스럽잖니..)"
이윽고 손을 들어 한방향을 가르키더만 염장을 사시미칼로 부욱 내지르는 단어 두개를 말합니다..

"over there"

오호라..세종문화회관앞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 어디있어요..이것과 똑같은 질문을 한겁니다..하이야트와 MIT는 길하나 사이였던것입니다..왜 동팡이 눈엔 안보이는걸까요..바로 이 순간..가슴을 져미는 한국어의 위대함이여...어찌 이런 상황을 embarrassed라는 허접함 단어 하나로 표현할수 있겠습니까.. 쪽팔려 죽겠다..바로 이것이 이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하는거 아니겄습니까..

미팅이 있는 장소를 확인한 다음..출출한 속을 채우려고..둘레를 두리번 거립니다..이 때..오랫동안 고팠던 술생각이 남은 동팡이의 고질적인 문제만일까요..간이 배밖으로 나온 동팡이..(이거이 토끼간도 아니고..)좀 있음 교수들이랑 만나는 데 술을 먹습니다여..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독하다는 술을 모두 모아서 만들었다는 롱아일랜드티..

첫 한모금이 목구녕을 싸하게 감싸안으며 넘어가는 순간..
'아..나 오늘 햄버거 하나 빼곤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그러나..남는 술 두고..또 자리 못 뜨잖아여..이럼 천벌 받는다구여..^^;그거 한잔을 20분만에 마시고..자리를 뜹니다..이미 얼굴을 불타는 고무마가 되어 있고..스스로에서 합리적인 변명거리를 만듭니다여..
'혀..완벽하게 꼬이잖아?..영어 죽이게 된다니까..이럼..'

미팅 들어가기 전..가그린에 향수 드립다 뿌리고..(입안에 뿌렸다가 죽는줄 알았져..) 시간내내..동팡이는 고개 책상에 드리박고..(하필 내 자리가 맨 앞일껀 또 모람..) 교수들에게 인상 확실히 심어줍니다여..난 왜 이러고 살까..

이 날의 또 다른 작은 교훈 하나..담에 갈때는 김건모나 신승훈 전집을 준비해야겠다..핑클 6장으론 넘 멀어..(그럼 대륙횡단시엔 이미자나 나훈아껄 준비해야 하남?..)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34.동문들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35.보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