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결혼하고 온 남의 와이프는 왜 다 괜찮은 걸까?.."
"야..여자들도 그러드라..괜찮다 싶음..다 유부남이라구.."
"왜 그럴까?.."
"그러니까..그 사람들이 결혼했겠지..그리고 우린 결혼 못한거고..괜찮지 않으니까.."

뉴욕에는 여자들만 득시글 거린다고 여자들은 말합니다..그렇지만 반대로..뉴욕의 남자들은 또 남자들만 그득하다고 합니다..

국어에 약했으니..주제를 아나..수학에 한계를 가졌으니 분수를 아나..개체수에 있어서 남녀가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본인 생각..괜찮은(!) 사람이 없다는 의미겠죠..남녀불문..눈만 드립다 높아가지고.. 눈이 눈썹 위에 달라 붙어 있으니 모가 되나..

"오빠..객관적인 남자의 시각으로 날 봤을때..이쁘고 섹시하고 귀엽고 착하고..괜찮지 않아?.."
이럴때 정말 난감합니다..대놓고 진실을 말할수도 없고..저 환상을 빨리 깨야 될텐데..10년지기의 아성이 한 순간 와르르 무너집니다..난 거짓말을 못하는게 병이야..
"나에게 무슨 말을 바라니..접대성 발언?.."

유학와서 1년 이내에 가시적 성과가 없다..그럼..졸업까지 갈 가능성 무궁무진입디다..(동팡이짝이 딱 그 짝이라니깐여,,T.T)

동팡이는 어드미션을 봄학기로 첨에 받았드랬습니다..개강 보름인가 앞두구...주변을 정리하는 와중에..친하게..아니..친한거 보담은 더 가깝던..사람과의 문제가 끼었드랬져..공부하는 와중에 알게 된 사람인데..서로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약간 그렇고 그런 사이..너무나 갑작스런 출국이기에..서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죠..

동팡 : 아무개야..나 어드미션 왔다..몇주있음 떠나..

볕좋은 압구정동 카페의 창가에 앉아 어렵게 동팡이가 말문을 엽니다..
친구는 아주 상당히 놀라더군요..(시기 보담은 암만해도 어드미션 자체가 놀람의 대상이 아닐지..)한참 이런저런 겉도는 이야기만 서로 하다가..이윽고..

친구 : 오빠..그럼..나 공부..잠깐 하지 말까?..

동팡이..이렇게 선문답 같은 말의 의미를 못알아차릴만큼 바보멍청이는 아닙지요..그렇지만..동팡이..너무나 영화를 많이..자주 본 모양입니다..

동팡 : (잠시 생각하다가..) 아냐..하던건데..네 꿈이었잖아..공부 계속해야지..

역시 이런 뜬구름 소리를 감잡지 못할만큼 동팡틱하진 않은 친구였지요..그런데..며칠 후 어드미션 한학기 연기됐죠..너무 개강에 임박해서 주었다고..그럼..다시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나 연기됐어..우리 몇달 더 만나자..그럴까요?..그렇게 헤어졌드랬습니다..

지금요?..그때 그 말한 주둥이 쥐어 박으며 살고 있지여..어찌나 미운지..처음 석달이 중요한건 꼭 영어만이 아니라니깐여..


뉴욕 북부..시라큐스라는 곳에서 공부를 한 후배가 말합디다..
"형..그 동네..눈 열라 많이 온다..차가 눈에 묻혀..
그래서 라디오 안테나..뽑아 놓고..거기에 양말 묶어 놓는다..그래야 다음날 자기 차 찾으니까.."
그저 유학 기간중 늘어난건 뻥이러니..했드랬습니다..근데..그게 아니더군요..

뉴져지와서 첫해 겨울..2000년 12월 29일이었드랬습니다..
눈이 열라리 많이 올거라고 하루 종일 티비에선 내일은 일없이 돌아다니지 말랍니다..슈퍼엘 갔더니 물이 하나도 없습니다..이 인간들 붕어인가..물만 먹고 살게..그 날 밤서부터 눈이 조금씩 소담스럽게 내리기 시작합니다..커텐을 걷고 밖을 빼곰히 내다보니..한국의 함박눈에 비하면 애들 장난입니다.."일기 예보 구라치는건 한국이나..미국이나..근데 저 눈을 현미경으로 보면 Made in America라고 쓰여 있을까나?.."

다음날 아침에 됐습니다..
기숙사 1층 사는 후배가 전화가 옵니다..
"형..창문밖이 안 보여.."
소담하게..조금씩..아담하게 밤새 와서..가뿐하게 1미터를 넘긴 겁니다..오호라..이거이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것이구나..

유학 나올때 기대에 부풀어 사놓은 스키복..개시를 눈치우기로 합니다..
삽 없다..에라 모르겠다..비슷한 쓰레받기라도 들고 나가자..
등산화 비스무레한 신발을 신고..그 위에 비닐 봉다리를 씌웁니다..
"형..그게 모야.." "쨔사..물들어가면 발 시리잖여.."

다른건 몰라도 차가 나갈수 있게는 치워야 한다는 선배들의 경험담..
차 주변으로 가서 열심히 쓰레받기로 '삽질'을 합니다..근데..정말 삽질입니다..그렇게 손으로 깨작대서 치울 성질의 것이 아닙디다..군발이 시절..그 지겹던 삽..그 삽자루가 그리울지..그 땐 몰랐습니다..

신년맞이를 하자고 31일 뉴욕으로 나갔드랬습니다..
설마하니 보신각종 같은 건 없을거고..모가 있을라나..호기심만 하늘땅별땅 합니다..그 많이 온 눈..하나도 없습니다..대신 인도는 하도 걸어다녀서 반들반들 합니다..
"오빠..괜찮아..안 미끄러워?..그러 길래 그렇게 입지 말랬지.."
분위기 탄답시고..짧게, 얆게, 깊게 입고 올라간 동팡이..
오돌오돌 떨며 주머니에 손 넣고..길 걷다가 히떡 자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려..이젠 같이 올라간 친구 부축받아 걷습니다..첼로해서 그런지 힘 하난 장사입니다..

미동부 지역 시장의 재선 여부는 눈을 얼마나 잘 치우냐로 판가름 난다고 합니다..눈발이 날리기 이전서부터 염화나트륨을 뿌리고 다닙니다..(자동차 하부는 다 망가지죠..) 포크레인같이 생긴 차가 계속 길을 다니면서 눈을 치우고..

뉴욕시내는 길 양쪽을 차단막으로 막고..눈을 트럭으로 실어 나르더군요..기숙사에서는 몇월며칠 차 모두 빼라고 공고 붙이고..역시 트럭, 포크레인이 동원되서..집에가서 차 쥔이 없으면 어쩌냐구요?..견인해 가든데요?..나중에 찾으러 오라구..

그 해 겨울..school closing만 세번 했습니다..그거 보충 3월 spring break때 하더군요..(요 spring break 기간중 이타카 가는길에..차 세우고 눈싸움 했습니다..전날 왔다데요..)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36.미국에서 남녀 만남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37.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