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어제 밤 샜어요?.."
"응..왜 티나?.."
"아주 확 제대로 나는데.."
파이널 시즌에 제대로 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다음 학기엔..골프 수업도 듣고..펜싱도 수강하고..좀 인간답게 보내자.."
저번 학기 마친 즈음..이런 꿈같은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꿈깨는데 개강 1주일이면 충분했습니다..

"이거 하루만 더 있으면 완벽하게 정리할수 있는데.."
언제나 시험 몇시간 전이면 가슴속을 후벼파는 메아리겠져.. 물론 실현 불가능하리라는건 본인이 더 잘 알죠.. 차라리 하루 먼저 준비하지?..설사 한달 먼저 준비했다손..똑같을껄요?..

화요일 두개..목요일 한개..금요일 한개.. 전날 밤샘하고 목요일 시험 끝내니 4시..내일 12시 마지막 시험..
"여기와선 학기중에 몸살이 한번도 안 났단말야..
이거이..내가 공부를 덜 한다는 소린가?..아님..짬이 차니..요령이 생긴걸까?.."
고져..입싼 조댕이질을 하더만..어스름이 깔리는 6시경..터졌습니다..

등골은 장작으로 후려치는거 같고..종아리는 조여들고..머리는 빠개지고.. 그래도 어떻게 버텨보겠다고..겨울옷 꺼내입고..(여긴 지금 나시입고 다닙니다..) 약 찾아먹고..독하게 녹차 끓여서 먹으며 도서관에 자리 잡습니다..
"그래..오늘만 버티면 된다..내일 자자.." 이런 천사와..
"내가 지금 모하는건가..왜 이 고생이지?.." 이런 악마가..
징징 울리는 머리 양쪽에서 각각 다른 소리를 냅니다..

어떻게 어떻게 시험을 끝내고..이름도 소름끼치는 타이레놀 플루..Maximum Strength.. 그거하고 쌍화탕 두병에 전자요 틀어놓고 쓰러지고 15시간만에 깨어납니다.. (일어났다는 표현보다는 깨어났다는 표현이 적절할 겁니다..) 정신을 차려 집안을 보니..다시 어찔합니다..

"이거이 도깨비 소굴이야..폭격맞은 쓰레기장이야.."
요기 두 무더기는 화요일 본거..조기 한 무더기는 어제 본거.. 그리고 책상위 한바지기는 오늘 본거.. 발 디딜 틈이 없다는게 바로 이거구나..먹은 피자 상자나 좀 버리지..

이번 파이널 기간..코스코 18인치 피자만 세판 먹었드랬습니다.. 밥할 시간도 없고..라면을 먹더라도..끓여야 하니까..설걷이도 해야하구.. 구차니즘의 극치를 달리는 동팡이..렌지에 돌리면 땡이다..라는 생각이었져.. 10불에 한판 들고 와서 처음 이틀 먹을땐 좋았지만.. 세번째 마지막 판은 오바이트 쏠려서 도져히 못 먹어주겠더군여..

그래서 다행히 주방 정리거리는 없지만..빨래는 한바지기..가득..
"저 빨래거리는 세탁기 한번에 때려 죽어도 안되겠는걸?..
내가 여태까지 몰 입고 버텼지?..지금 속옷..어제부터 계속 입는거 아냐?.. 며칠동안 동팡이가 몰 입고 살았는지..바닥에 주르륵 깔려 있습니다.. 애벌레가 껍질 벗듯이..옷 벗어서 그냥 바닥에 팽개쳐 버리구.. 공간의 이분법(공부는 마루에서..잠은 방에서)은 확실히 지킴이 드러납니다.. 마루엔 프린터물하고..책 잔뜩..방엔 옷 한 덩어리..

빨래를 한 답시고..주섬주섬 챙겨 나갑니다..Tide..Bounce.. 그리고 목숨같이 중요한 쿼터..바지 주머니..가방 속..다 뒤집니다.. 동팡이 아파트는 세탁기가 쿼터 5개..건조기가 3개를 먹습니다.. 지금 있는 쿼터가 딱 8개다..이럼 기도하는 마음으로 동전을 넣습니다.. 접때 동전 하나 먹는 바람에..(그것도 건조기가..) 야밤에..쿼터 하나 때문에 동네방네 돌아다닌 생각하면..

Break 1주일..동팡인 혼자 라스베가스엘 갔다 왔습니다여.. 포커판에 앉아서 돈질하러?..그래서 학비 함 벌어보자구?..Oh~~No.. 동팡이 전공..Statistics and Probability.. 도박횟수가 무한대로 접근하면 인생은 패가망신으로 수렴함을 아는디..

알라딘에서부터 보물섬(Treasure Island)까지.. 그 호텔 하나하나가 각각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고.. 튼튼한 신발(농구화)에 편안한 바지(츄리닝)를 입고.. 마냥 뚜벅이로 걸어다니면 볼거 구경할게 얼마나 많은지.. 호텔리어에서 Time to say goodbye와 함께 나왔던 벨라지오의 분수쇼.. 미라지의 화산쇼..등등..길거리 걷다가 잠깐서서 보는것도 짭잘하죠..

야..혼자 갔다면서..그 비싼 호텔비내고 있었냐?.. LA에서 베가스 넘어가는 길에 Primm이라는 곳이 있습죠..일명 짝퉁라스베가스라고 하는.. 요기 호텔..주중에 19.99입니다요..

그렇게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산타바바라로.. 짧지만..그 여행의 뒤끝..오래가네요..학교가 무서워.. 모든걸 잠시나마 잊을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던 여행.. 그리고 그 잊었던 것이 다시 떠오른 개강후 학교에서의 비참함..

개강의 첫주..수강정정기간.. 요수업 한번 들어가보구..저수업 한번 들어가보구.. 그러다 교수한테 뻰지도 먹어보구..
"동팡아 미안한데..너 이 수업듣기 좀 무리일꺼 같거덩.."
"나 진짜루..이거 듣고 싶은데.."

사실 이 학교..이 전공을 찾아온 이유가.. 그 교수가 하는 그 수업..그 분야를 할려고 온건데.. 온지 2학기 동안..수학백그라운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물론 deeply understand하지만..) 기본수업만 죽어라 뺑뺑이 돌던 동팡이..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얼굴을 짓습니다..

"그럼..너 이러저러요러조러한거 아니?.."
그 말 한마디..동팡이 가슴을 헤집고..고개를 떨굽니다..
"절반은 1시간전 다른 네수업에서 처음 들었고..나머진 이자리에서 첨 들어봐.."
내가 할려고 했던 분야를 하기 위해..거쳐야 하는 길이..지나야 하는 과정이 이렇게도 많나.. 남들 졸업할 정도의 학점을 이수했건만..아직 본게임은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한 학기..한 학기..참 힘겹게 넘기고 있고..

IV라인 주렁주렁 달고..온갖 기기에 접속되어 중환자실에 누워있는거 같습니다.. 상태가 호전되지만 고비고비를 넘기고 있는..언제..일반병실로 옮겨지고..언제 퇴원을 할지.. 그냥..다시 건강하게 오늘을 얘기할수 있는 내일이 있겠지..라는 믿음만 있습니다.. 내가 갈길이 멀수록..여기서 지치면 안된다라는 각오도..

PS..아무래도 노는 동안 ER을 너무 많이 본듯..무슨 표현을 해도..병원쪽이니..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60.파이널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61.비교체험 극과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