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박찬호..그리고 김병현..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외국에서..치열한 경쟁끝에 성공했고 명성을 얻었다..
그렇지만..그들의 모국은 그들을 비난하고 끌어내린다..
차범근..솔직히..그의 전성기 모습이 기억나진 않습니다.. 그가 얼마나 축구를 잘했는지..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유일한 기억이라곤..국대
감독에 됐을때.."언젠가는 올것이 이제 온거다.."라는 반응.. 전승의 기록으로 월드컵 예선을 통과했을 때..시끌뻑적찌근하게
떠들던 언론의 반응..(대통령 시키자던가?..) 그리고..98년 월드컵..전투중인 사령관의 현지교체..뒤이어 이어지는 마녀재판..
"세계에서 추앙받는 차범근이 비난받는 유일한 나라는..그가 그렇게 사랑했던 자기 모국이다.."
97년 LA 다져스 스타디움..9회 시카고 컵스의 마지막 공격.. 이젠 더 안 던지겠지..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일어서려는데..박찬호가
걸어 나옵니다.. 구장에 남아 있던 관중들..모두 박수로 맞이합니다..
첫 타자를 아웃시킵니다..이젠 관객들이 일어섭니다.. 두번째 타자를 아웃 시킵니다..소리소리 지릅니다.. 마지막 타자..공 하나 하나에..관중들이..같이
박자를 맞춰 박수를 칩니다.. 모든 갈채가 모이는 그 지점에..나랑 같은 한국인이 서 있습니다.. 그 당시..그 감동..백날..애국조회하고..애국가
백번 부른것과..비교가 안됩니다.. 박찬호가 시카고 컵스와 첫번째 완투승을 할때입니다.. (완투를 하는 투수에..저렇게 갈채를 보내는건
일종의 미국 야구장 관례입니다..)
그가 메이저리그에 나간다고 했을때..동팡이..코웃음치면서 비웃었던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지가 감히..거기가 어디라고..주제를 알아야지..선동렬도
아니고.. 그리고 몇년후..위에서처럼 감동 만빵 먹습니다..
지난해..박찬호는 오징어가 됐습니다..사기꾼이라고도 하더군요.. 미국의 CEO중..연봉 천만불이 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돈이
사회적 가치 판단의 척도인 미국에서..그 정도 위치에 오르는거..고스톱쳐서 된걸까요?.. 텍사스 언론이 난리치는건 이해갑니다..지네들
돈 들어갔는데..죽쑤니까.. 그런데..한국은 그에게 무얼 해줬길래..그를 닦아 세우고 비난을 할까요?..
미국의 잘 나가는 많은 수의 흑인 스포츠 스타들 와이프는 백인입니다..왜?..백인 여자가 더 이뻐서?.. 인종차별에 대해 가장 엄하게
다스리는 나라중에 하나가 미국입니다.. 그렇지만..역설적으로..가장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중에 하나도 미국입니다.. Wall Street의
CEO 중에..유색인종이 거의 없음은..단순히 유색인종이 열등해서 일까요?.. Fortune 선정 500개 기업의 회장단에 한국계는
오직 한명입니다.. 케네디가 가지는 의미중에 하나가..WASP가 아닌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말도 있는 나라입니다.. -WASP(워스프)
White Anglo-Saxon Protestant..-
2억 8천만의 미국 인구중..한국계는 0.5%도 되지 않습니다..(2000년 센서스 기준..) 잘 났다고 고개 빳빳히 들고 다녀도..한국계는
미국에서 소수중에..소수 인종입니다.. 같은 아시안이라도..일본이나 중국계처럼..돈이나 머리 숫자로.. 자기 뒤를 받쳐줄 그런 소리를
낼만한 파워가 아직은 없다는 말입니다..
얼마전엔 김병현이 떡이 되었습니다..그가 성격적으로 무슨 결함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학자의 성격적 결함이 세상에 얼마만한 해를
미치는줄은 어설프레 짐작이 갑니다만.. 운동선수의 성격적 문제가..우리에게 무슨 해를 끼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다른 모든걸 다 제쳐 놓더라고..오직 하나.. 그사람들이..외국인이라는 핸디캡을 가지고..경쟁속에서 승리해서.. 그 자리에 오른것
하나만큼은 존중받아야 할겁니다.. 그들이 지금 무엇이든..어떤 상황에 있든..그들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걸어온 길이라도.. 우리에게
조그마한 희망이나 본보기가 되었으면 그걸로 족한거 아닐까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by 안도현
금요일..
시험 끝나고 간만에 느끼는 편안함..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그 편안함은 잔인함으로 바뀌고.. 동팡이 옷을 다 삼키고 있는 빨래통..레고대신
그릇으로 하는 탑쌓기 놀이.. 배째는 김에 등도 따자..라는 생각으로 그냥 내비둡니다.. 혹시 압니까..동팡이 잠든 사이..우렁각시가 왔다갈지..
토요일..낮..
오늘은 과에서 피크닉이 있는 날.. 산타바바라 거주 9개월만에 처음으로 나가보는 비치.. 각자 먹을걸 조금씩 분담해 가는 분위기..동팡인
화채를 준비합니다..
다라이에 7UP, 설탕, 우유를 섞고..얼음을 띄운 다음.. 코스코에서 사온 모듬 과일을 넣고..국자로 휘휘 젓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지..눈이
휘동그래지는 얼굴들.. 교수는 친절하게 다가와 묻습니다..
"동팡아..이런거 어디서 배웠니?.."
"(나이트 클럽에서 배웠다고 하면 찍힐까??..)"
"야..이게 모냐?..맛있냐?.."
미국산 과일중에 맛있는게 얼마나 있든..그냥 짐짐하지.. 역시나 맛은 영 아닙니다..니맛도 내맛도 아닙니다.. 곰곰히 오늘의 맛을 복기해
봅니다..아무래도 패착은 7UP이었던듯.. 다시 한번 칠성사이다의 소중함을 되새깁니다..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여..
배구 하자는 친구들의 유혹을 생까고.. 식후 취침이란 신선 놀음을 즐기고자..야자수 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습니다.. 야자수 사이로 문득
보이는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닷바람.. 근데 자꾸 동팡이한테 공이 날라오는건..암만해도 고의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요일..밤..
간만에 몸을 과하게 움직인 관계로..서산에 해 저물때부터 잠자리에 든 동팡이.. 어기적 어기적 일어나 집안 정리를 시작합니다.. 아직도
오지 않는 우렁각시가 무진장 원망스럽습니다..
동팡이가 접시를 닦고 있을때..갑자기..부르륵..하는 소리..느낌.. 철도 옆에 서 있는데 멀리서 기차가 다가와서..동팡이 주변을 지나
멀리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오호~~간만에 느끼는 지진입니다..
일요일..
냉장고엔 개가 들어 앉아도 모를 지경.. 편도 2시간 거리인 라성으로 장보러 갑니다..
그동안 벼르고 별렸던 사우나엘 갑니다..3년만입니다.. 벌개진 얼굴로 나와서 근처 중국집에서 짜장을 때립니다.. 목욕에 짜장면..군발이
외출이 생각나는 이유는 몰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