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너머
삶의 대부분을 말빨과 글빨이 세상의 전부로 여겨 살아온 문돌이 동팡이.. 몬 배짱인지..통계를 하겠노라고 동쪽 바닷가에서 서쪽 바닷가로..건너온지
1년..
첫학기 첫시험.. 학부 레벨인 Linear Algebra..대략 심히 난감..첫 미드텀 6문제중 5문제가 증명.. 심하게 문과 머리인 동팡이..결국
택한 대안은 책과 솔류션을 모두 외우자.. 그렇게해서 두번째 미드텀은 대략 선전..그치만 양이 엄청나게 많아지는 파이널..완전 폭탄..
태평양 건너온 다음..아니..학부 1학년때부터 거슬러 올라가도 처음인 C를 받았습니다.. 성적표에 뒤미쳐 날라온 편지에 새겨진 이뿐 두
단어..Academic Probation.. 눈에 스며들고 가슴에 새겨져 눈물로 떨어지며 한숨으로 나타납니다..
떨어지는 저녁 해를 감상하기보다는 새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해야 한다 -소설 대망(大望)에서..-
소설에서 읽었던 저 구절에 괜시리 마음이 뻑가서.. 여기에서 멈추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으로 보다 나은 나를 만들자.. 이런 생각으로 도전한
새로운 전공이었는데.. 내가 나를 너무 과신했다는 후회감이 산타바바라 해안의 파도만큼이나 밀려 오더만요.. (능력에 대한 회의는 이미 할만큼
한 상황이었고..)
이런 동팡이 상황에 염장을 지르는 인간들이 있죠..
"야..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그것도 못하냐.."
(당신이 멀리서 입으로 떠들지 말고..이 자리에서 손으로 함 해보시지..)
"그건 기본아냐?.."
(엔간한 책 한권 독파하고 북리뷰까지 하루만에 뽑아내는것도 나한텐 기본이다..)
"그게 모가 어렵냐?.."
(당신한테 어려운게 당신 전공으로 박사 받는거 말고 모가 있겠냐..)
저 인간들한테 말을 꺼낸 내가 잘못이다..이런 꼬투리를 잡힌 내가 잘못이다..
도시계획하던 시절..Eassy in class and closing book 시험이 있었습니다.. 두번째 학기였던 동팡이..교수 찾아갑니다..
"난 외국인인데..영어도 힘들고 주저리주저리..그니까..사전 들고 들어가께.."
한참 생각하던 교수.."사전있음 할수 있겠니?..그럼 그래라.." 합니다..
하하호호거리며 나오는 동팡이 뒷통수에 비수처럼 꽂히는 한마디.."근데 너 책은 읽을수 있지?.."
그러던 교수가 마지막 학기에 그럽니다.."동팡아..이제 너..글 쫌 쓴다.."
"나..이거 못해.. 근데..못하는건 지금 못하는거지..6개월후에..1년후에도..내가 이걸 못할거라는 생각은 안해.."
무수히 하얗게 밝힌 까만밤속의 경험에서 나온 자신감이랄까.. 어쩌면 그게 이런 도전을 가능케한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근데..통계..이건..내가 할수 있을거란 생각이 전혀 안 들어.."
이런 배신감으로 다가오더만요..
그렇게 두학기를 더 보내고..봄학기 마지막 시험.. 문제를 풀던 와중..머리에 스파크가 튑니다.. 글빨, 말빨로 표현할수 없는 어떤 감같은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리고 처음엔 못풀거라 여겼던 문제를 풀어냅니다..
대량 운석을 맞은듯 여기저기 패이고 깍인 성적표를 들고.. 쫒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보냈던 1년을 보낸 지금.. 이젠 친구에게
다른 말을 합니다..
"이제는 통계..이것도 할수 있을것 같아.."
이것 역시.."증명"이 필요하겠지만요..
운명이란 어떤 경우에나 시험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준비, 끊임없는 정진, 인내에 인내를 거듭하여 철저를 기하는 도리밖에 없다.
-대망(大望) by 야마오카 소하치-
금요일
아침..
몸은 천근만근 무겁기 한량없지만..마음은 한냥도 안되어 날아갈듯 합니다.. 일교차가 20도를 넘나드는 산타바바라의 요즘.. 반팔면티에 셔츠를
입고..오리털 조끼를 입고 나섭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씩 벗어 던집니다.. 아침과 밤은 초겨울..정오무렵엔 봄가을 날씨..3시경엔
한 여름.. 덕택에 감기는 아예 달고 사네요..
금요일 밤..
사람들과 모여 테니스를 칩니다..다들 악에 받혀있는듯.. 그게 아니라면 밤 1시반까지 다섯시간동안 치진 않겠죠.. 강아지마냥 좋아라 공을
쫒아다니고.. 또 무슨 원한이 있는지 공을 부셔져라 쳐댑니다..
토요일..
부엌은 발효과학 딤채..마루는 난지도가 이사온 모양.. 방은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갔고.. 청소하고 빨래하다 보면 해가 집니다..(늦게
일어났단 말씀..)
오늘 게으름을 떨다가..
청소를 못하면 돼지소굴속에서 또 한주를 보내야 하고.. 빨래를 못하면 수요일쯤가면 빨래통 속에서 참한 놈을 골라내야 하고.. 밑반찬을 못
만들어두면 한주는 손가락빨고 살든지..정크푸드로 살던지.. 장을 안 봐놓으면 냉장고속에 거미줄을 쳐도 모를겁니다..
일요일이 됩니다..숙제를 봅니다..
월요일입니다..숙제를 해야죠..
화요일이네요..숙제를 해야겠죠..
수요일이랍니다..숙제를 하네요..
목요일..역시 숙제를..
토요일 해질무렵부터 금요일 해질무렵까지..숙제속에 묻혀 삽니다.. 책에는 달랑 두페이지인데..내가 써낸 솔류션만 열페이지.. 심봉사 심청이
젖동냥하듯 이리저리 소스찾아 다닙니다..
외부시험 세개에..컨퍼런스 준비..타이트하다는 느낌은 있지만..스케쥴관리는 됩니다.. 허기사 사람은 바쁠수록 시간을 쪼게 쓰니까요..
여기와선 나름대로 조용히 살았는데..한인회장을 시키는걸 보면.. 동팡이의 조용한 삶이 다른이들의 시끌벅적함을 능가하는 모양입니다.. 허기사
취임사(?)가 산타바바라 놀이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겠다..이고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