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팡이의 첫 TA..꽃보직이라고 하는 한국어 TA.. 수업보조및 채점을 했던 거였죠..파트타임.. 4학점짜리..일주일에 3시간씩 두번 수업.. 퀴즈와 숙제가 매주 나가는..애들을 잡네..잡아..라고 했었져..

대부분의 학생은 교포 2세.. 그치만..꼭 동팡이같이 학점 꽁으로 먹으려는 인간들은 사방팔방에 존재하는 법..
"최소한 욘석은 중학교까지는 한국에서 나왔군.."
동글동글한게..한글체가 제대로 틀이 잡혀 있더만요..

"여자친구가 한국계라서..한국어를 배울려고요.."
그렇게 사랑을 위해 강의실을 찾아온 네이티브 백인 친구..
"사랑이란게 그리 쉬운게 아니란다..나보면 모르겠냐.."
그 사랑의 댓가는 잔인했습니다..

교수님이 수업을 진행하시고..동팡이는 주변을 맴돌면서 사소한 질문에 답해줍니다..
"저기요..선생님.."
요기까지가 한국어..그리고..와르륵~~ 영어로 쏟아댑니다.. 유학 1년차 동팡이 귀..조용조용 말하는 영어?..절대 안 들립죠.. 도끼다시로 아직 꽁꽁 막혀져서 비집고 들어가기엔 그들의 영어는 너무 매끄럽습니다..

그치만 한국에서 과외밥이 얼마인데..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순발력쯤이야..
"여긴 한국어 수업이니까..수업에 대한 질문은 한국어로 해요.."
이제 공은 질문자에게로 넘어갔습니다.. 그 친구는 버벅..동팡인 회심의 미소로 바라봅니다..
"That's okay, you can do it..Keep going.."
여기저기서 동팡이가 많이 들어서 완벽하게 구사하는 영어.. 그런 류의 문답이 오고갑니다..

한국어가 심하게 짧은 학생은 영어와 한국어가 섞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동팡이 머리는 두가지 언어를 조합해서 해석하기위해 과부하가 걸립니다.. 어학연수 갔다왔다고 조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문장을 영어로 말하던 친구들.. 그 밥맛없던 인간들이 고마웠던적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이탈리아위에 있는 나라가 스웨덴아니에요?.."
숙제 채점이 불만이 있는 학생들..
"아니..이탈리아 위에 있는 나라는 스위스야.."
"아니에요..제가 유럽에 여행을 갔던적이 있는데요..
이탈리아 위에 있는 나라는 스웨덴이예요.."

견문을 넓혔다고 앎이 많아지지는 않는가 봅니다.. 우길걸 우겨야지..계속 버럭버럭 우겨대는 학생에게..동팡이 열을 받습니다..
"봐요.." 그러면서 분필을 집어듭니다..
이게 이탈리아..그 옆으로 유고, 스페인..위로 오스트리아..그 옆에 스위스.. 사회탐구영역 과외로 밥먹고 살았던 동팡이..서유럽 지도를 그려줍니다..
"자..덴마크 위에 노르웨이..그 옆에 스웨덴..알았죠?.."
막힘없이 모양도 엇비슷하게 그리는 동팡이 모습에..항의하던 학생..석이 죽습니다..

"집이 어디예요?.."
"주말에 모해요?.."
"친구들이랑 주로 어디가요?.."
나이트에서 즉석만남 중에 오고가는 대화일까요?.. 교실에서 중간고사의 한 부분으로 하는 Oral Test의 대화내용이랍니다.. 묘령의 처자들과 무릎을 맞대고..마주 앉아서..얼굴 마주보고..
"지금 이 현실이 소개팅이나..데이트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요런 벼락맞을 상상을 하면서..그 순간을 즐기기도 합니다..

수업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쫒아가기 버겨워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열심히하고..노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들의 모습위로 동팡이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저들이 노력하는 모습이 내 눈에조차 보이는데..
내가 하는 모습이 교수들의 눈에 안 비칠까?.."

어쩜 시간당 십몇불의 돈보다..이런 모습이 더 큰 보탬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지리시간..
캘리포냐는 여름 고온건조..겨울 온난다습의 지중해성 기후대가 되겠슴다.. (동팡이 생각으로 LA 일대는 사막기후라는 쪽에 팍팍 표를 던지지만..) 문제는 바로 요놈의 겨울의 온난 다습..특히 "다습"쪽입니다여..

바야흐로 겨울 방학을 맞이하야.. 발바닥에 기름을 바르고..이리저리 끼질러 다니던 동팡이 핸펀이 삐리릭 울립니다..

"여보세여..동팡인데여.."
"여기 아파트 매너저 사무실인데..너 어딨니?..오늘 오니?.."
"아니..못 갈거 같은데..왜?.."
"네 차..물에 빠질거 같아서.."

원래 부실했던 주차장 하수시설.. 꼴랑 이틀내린 비로 주차장 절반이 물바다입더이다.. 근데..보다 시리어스한 문제는 그 비가 이틀에 그치지 않았다는거겠져..

한국의 장마는 그래도 빨래할 시간은 준다는데.. 이 캘리포냐산 미제 장마는 하늘에 구멍이 뚫어졌냐..드립다 쏟어붓더만여.. 비가 거의 오질 않는 산타바바라..(요맘때 오는 비빼고 열번이나 더 오려나?..) 배수 시설..동네 공중 목욕탕보다 더 꾸집니다..

그 지겹던 비가 그치고..무지개가 빼꼼히 얼굴을 내보인 날.. 한국에서 하던 짓거리 그대로..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이슬만 먹고 산 동팡이.. 축난 산이슬을 메꾸고자..라성으로 장보기를 떠납니다.. 그러나..출발 30분후..도로에 배깔고 가로 누운 표시판들.."Road Closed"..그리고 "Detour"

"몬 일이래요?.."
"산사태가 나서..길이 끊겼어..딴길로 가든지..집으로 가든지.."
"그럼 LA 갈려면 어케 가여?.."
짭새 아찌가 열심히 설명을 해주는데..절대 첨 들어보는 길들.. 복잡 다양한 손짓과 눈짓을 종합해 보건데..아주 열라리 멀거 같다는 불안한 느낌..

그래서 잽싸게 달려들어간 AAA 사무실..
"남캘리포냐 맵 있어여?.."
"LA갈려구?..디렉션 필요해?.."
어쩜 이리도 친절할까..지도를 꺼내서..가장 가깝다는(!) 우회도로를 형광펜으로 칠해줍니다.. 대략 손바닥 넓이 정도 돌면 된답니다..원래 다니던 길은 생명선 길이만 할까..
"근데..요 길은 산을 타고 가는거라 아주 안좋거든..좀 더 위로 가면 괜찮아.."
젠장..이젠 발바닥만 합니다..

원래 거리 자체가 엠티코스인 산타바바라-라성.. 평소 2시간만 걸려도 입이 댓빨로 튀어나와 도널드덕 주뎅이가 되는 마당에.. 트래픽이 없다면 5시간 30분 정도 걸릴거라는 말에..그냥 손가락 빨고 살기로 결정..
"모..내일이면 다 치우지 않겠어?.."

그간 드라마및 영화에 심취해 살았던 동팡이..일의 심각성은 절대 깜깜.. 캘리포냐의 두 중추도로인 101과 5번..그 중 101 venture 구간.. 어떤 우회도로도 없는 몇마일 안되는 바로 그 구간에 문제가 생긴거였습니다..그것도 아주 심각한..

"그냥 산이 옮겨진거 같다든데?.."
"그렇게 심각해?.."
"사람들 말로는 아예..길을 새로 뚫는 기분이라구 하던데?.."
이번 학기 LA에서 통학하는 친구..연짱으로 헛걸음을 칩니다..

지난 수업..못왔던 교수..오늘은 어찌어찌 강의에 들어옵니다.. (갑작스런 휴강에..좋아라 입찢어지는게 만국공용인걸 이번에 확인했슴다..)
"우리 집이 여기서 30분 거린데..돌아돌아..7시간 걸렸다.."
그 손바닥 길을 돌아왔답니다..

작년엔 불..올해는 물..내년엔 또 몰까?..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70.한국어 TA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71.겨울 장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