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시절.. 아무도 없는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는게 제일 싫었다는 유안진 교수님의 수필 한 문구.. 그리고 까만 방을 더듬거리며 불을 켜는 것도..

유학 나오고 첫 1년..그 힘든 스케쥴 속에서도 많이 힘들고 외롭고.. 어디가니?..란 질문에.."집"이라는 말대신.."기숙사"..혹은 "방"..이란 단어를 쓴다 함은.. 마음 한 구석에 자신의 거주 공간이 차지하는 의미를 나타낸다면 너무 억측일런지.. (절대 영어가 잘되서..my place란 답이 쉽사리 떡하고 튀어 나왔던건 아니었음..)

동팡이가 유학와서 가장 열심히 공부했었던 시즌은 첫 1년.. 과에서 살았드랬져..잠도 과휴게실에서 자고..주차장 차안에서 자고..(차 안에 언제나 이불이..) 이유는?..기숙사 룸메이트들이 너무 싫어서 기숙사에 가기도 싫었기에.. 물론 동팡이가 모나고 각진 성격의 소유자인 탓도 있겠지만.. (개강날 청소문제로 한판 크게 붙고..그래여..나 밴댕이소갈찌에여..)

그러다가..동생이 오고..아파트를 얻어나갔드랬져.. 이제는 "가족"과 같이 "집"에서 사는 거였죠.. 수업이 끝나면 갑갑한 과에 남아있기보단..장난치고 떠들수 있는 동생이 있는 집으로.. 결국 일주일에 3일은 기본이던 밤샘이..평균 1번으로 격하.. (이러고 퍼퍽트 학점이 나온걸 보면..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단 생각이..)

든 자리는 몰라도..난 자리는 안다고.. 그렇게 2년을 같이 있던 동생과 LAX에서 빠이빠이하고 나서.. 한동안 휑하니 비워지는 가슴때문에 고생 많이했었죠.. 이제는 정말 이 이역땅에 나혼자라는 생각..

동팡이는 겨울 방학중에 한국에서 오신 파덜마덜님과 같이 있었드랬죠.. 어머니 환갑..큰맘먹고 오신 부모님을 맞이하는 동팡이의 심정은 정말로 복잡미묘했습니다..

한달 조금 안되는 기간동안..동팡이는 다시 "가족"과 함께 "집"에서 살았습니다.. 동팡이 아파트는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사람사는 곳"이 되었습니다.. 소다와 먹다남은 패스트푸드만 남아..개가 들어앉아도 모를 냉장고는.. 어머님의 마술같은 솜씨로 각종 음식이 가득차게 되었고.. 손재주 많으신 아버님의 손길로 집안 구석구석의 불편함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부모님이 떠나시고 옷장에 다림질해놓으신 셔츠의 각이 풀어질때.. 그때의 가슴앓이에 동팡이는 걱정이 한아름이었습니다..

"집이 편하면 안돼..자꾸만 오고 싶어진다 말야.."
당신 떠난뒤 먹으라고 열심히 냉장고를 채우는 모친님을 향한 동팡이 말입니다.. 그렇지만..냉장고가 비어갈수록 마음이 미어진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동팡이 변명일지도 모릅니다..

부모님이 떠나시고.. 걱정했던 가슴앓이는 없었습니다.. 교수들이 알아서 딴데 신경 못돌리게 만들어 주더군요.. 과제물..좀 덜 내주면..손에 물집이 잡히는지..쥐가 나는지..

동팡이 학부 시절.. 참으로 머리가지고 난리 부르스를 떨었드랬져.. 앞머리를 늘어뜨리면 입에 닿았다나 어쨌다나..

칼라링을 했던 어느 날..본인 생각에도 이건 좀 색이 심하게 빠졌다 싶었는데.. 수업 중..맨 앞자리에 앉은 동팡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시던 교수님의 한 말쌈..
"너..중국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냐?.."

반은 짱구고..반은 평편하며.. 로키산맥과 중부대평원을 펼쳐놓은 듯한 동팡이 뒷통수.. 거기에다 반곱슬에 숱은 왜 또 그리 많은지.. 동팡이 머리를 교보재로 숙련도를 판단했다던 유비통신까지..

동네 미국 가게에서 깍을라치면.. 설사 동팡이 하이바가 불량이다손..주먹쥐고 커트질을 하는지.. 아님 바리깡을 버리고 쥐를 쥐었는지..쥐어 뜯긴 듯한..

그렇다고 한인 타운까지 간다손..모 별다를손가.. "짧게요.." 하면 해병대 돌격형 스탈이 나오고.. "길게요.." 하면 ROTC 머리가 나오는건 뉴욕이나 라성이나.. 한번 깍고 나면 두어달은 갈일이 없다는건 좋지만..
커튼(머리카락)이 걷히면 곱게 숨어 있었던 네모난 빵떡이 수줍게 미소 짓는다는..

"형 지금 스탈이 딱 이래.." 포크를 거꾸루 잡는 넘..
"어깨도 있잖아.." 그 포크 사이에 젓가락을 넣는..더 못된 넘..
순간 나이프를 잡은 동팡이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갑니다..

"오른쪽이 조금 더 긴거 같은데여?.."
"아닌데요..괜찮은데여?.."
암만해도 이상한데 같다고 하니..전문가의 안목을 믿을수밖엔.. 그러나...집에와서 모자를 써보고 알았습니다.."젠장..한쪽 머린 모자 속에서 안 나오잖아.."

멋을 부리고 광을 내는것도 누군가 보아줄 사람이 있을때나 하는 일..
머리 감고..탈탈 털고 나가는 작금의 현실..
"드라이?..캘리포냐..햇빛 좋잖아.."
포멀한 자리가 생겨서 몰 좀 바르고 광을 낼라치면.. "가만있자..내 가름마가 왼쪽이더냐..오른쪽이더냐..가운데더냐.."

"내가 한국와서 눈썹 제대로 그리는데 얼마나 걸렸는지 알아?.." 잠옷 외출복 일체의 패션인 수더분한 츄리닝으로 24시간을 살던 동팡이 동생.. 귀국한 뒤..가슴어린 충고를 해줍니다..

그치만 미래의 불편함 보다는 현재의 편안함에 쏠리는 법.. 주변의 충고는 차디찬 티끌이 되여 날라가고..

"공부하는데..몰.." 이란 자기 합리화의 쵸코케익을 만들고..
"무스, 스프레이 많이 쓰면 머리 빠진데.."라며, 그 위에 생크림 시럽을 얹습니다.. 그 맛..참으로 달디 달더군요..

두달 동안 고이 기른 머리.. 라성에 간 김에..이걸 잘라 말아..그냥 냅뒀다가 한국가서??.. 그러나..두달만에 이 지경인데.. 이렇게 석달을 더 뒀다간..길가의 홈리스 아저씨와 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을듯..

"머리 기를거거든여..뒷머리하고..'조금' 정리만 해주세요.." 분명 '조금만'이라는 말을 누누히 강조했건만..뭉텅뭉텅 잘려 나가는 동팡이 머리칼.. 동팡이가 삼손이 아닌바에야..머리칼이 짧다고..힘을 못쓰겠냐만..
짧은 머리는 만져야 한다는..안그러면 호섭이 머리가 된다는..

그렇게 한참의 가위질과 칼질이 스쳐 지나간 뒤..
"이젠 머리 '조금만' 만지시면 되여.."
무스가 말라서 앞이 막혀 버렸던데..이걸 사..말아..

오늘..거울앞에 서서..알았습니다..우씨..짝재기다..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72.가족이라는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73. (머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