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국인은 겨울이 있는 4계절에서 살아야 해..
1년이 어케 지나가는지 모르잖아..
아..추위가 그립다..눈이 보고 잡다..

역대 최저 기온이 영하 1도였던 산타바바라에서
겨울없이 지난 3년을 살았던 동팡이..
요런 오두방정 벼락맞을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드랬져..
그런 동팡이에게..12월에 뉴욕으로 갈 일이 생겼답니다..

"그래..눈은 못 볼지 몰라도..추위는 함 느껴보자구.."
뉴져지의 뉴왁 공항에 내리는 순간..
동팡이는 첫미팅에 나가 파트너 기다리는
심정으로 공항문을 나섭니다..

우와~~볼을 깍아내는 듯한 찬바람..
예리하게 찍히는 화씨 30도의 바깥 온도..
청바지가 몸에 딱딱 달라붙는 느낌을 짜릿하게 느낍니다여..

그치만..10분뒤..
I miss 겨울..그러던 오두방정 소리를 했던 입을..
오바로꾸로 종종종 꼬매주고자픈 기분이 들면서..
딴 대사가 튀어 나옵니다..
"우씨..열라 춥다.."

목도리를 챙겼으되..장갑은 빼먹었고..
이젠 산타바바라에서도 입고 다님..
종종 춥다던 얇아진 동계피복에..
무엇보다 겨울나기 방패막이인 절대 강자인
삼중보온 메리를 까먹고 온겁니다..
보온메리없는 청바지는 이거이 모시메리가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일으킵니다..

3년 반만의 맨하탄 행..
콘크리트 빌딩사이로 휘감아 내린 도시 특유의 칼바람..
좌우로 매몰아치는 찬기운은 뺨때기를 후려치고 지나갑니다..

그 편안함에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조깅화..
땀과 열이 나가라고 송송 뚫린 구멍 사이사이로
바늘같은 찬 바람이 스며듭니다..
"이렇게 차가운 바람을 계속 쬐이면
무좀이 좀 없어지지 않을라나?.."

캘리포니아의 태양에 까맣게 탄 얼굴이..빨갛게 얼어 버립니다..
이래선 도저히 안되겠다..CVS로 들어갑니다..
"저기요..마스트 어디 있어요.."
"응..조기 몇번 복도에 가면 있어.."
그래..마스크를 쓰고 다님..좀 낫겠지..
그러나..말해준 위치를 찾은 동팡이..입이 딱 벌어집니다..
공사장에서 쓰는 방진 마스크였습니다..

"아니..이거 말고..왜 의사들이 수술할때 쓰는거 같은거.."
medical doctor..operation..something like..등등..
구차스런 단어의 나열끝에 얻은 대답..
"그딴건 없는데.."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빰에 비비고 길을 걷습니다..
"야..이제 좀 살거 같다.."
자세히 보니..구석에 쭈그리고 앉은
홈리스 아저씨와 하는 짓이 똑같습니다..

"오빠..내일 첫눈 온다는데?.."
다음날..이쁘게 소담히 내린 하얀 눈발을 보고..
사진찍기에 정신없었지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종종 거리며 다니다가..
히떡 자빠지길 수어번..
눈길..얼음길의 평행 감각은 어따 두고 간건지..
"구두를 신었다면 이해를 해..운동화 신고 모하는 짓이람.."
친구들의 쿠사리도 아랑곳없이..동심으로 돌아가
달리면서 찍..미끄러지기를 해봅니다..
눈와서 좋아하는 인간 강아지..동팡 강아지...

피에쑤..
그동안 동팡이 모했냐..죽었니..살았니..(이거이 개구리 반찬도 아니구..)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일이 좀 있었습니다..
결론은 바뀐게 없어도..심정적으로는 이제 좀 정리가 되는군요..
(연애하다 차였냐구요?..그런거 라고 함 해봤음..)
언젠가..오늘을 웃으며 얘기할 내일이 있겠죠..

 


지독한 독감..
지난주 목요일 밤부터 몸살처럼 시작한 감기는..
기침에 밤잠을 설치게 하고..
감기로 점철된 꺽어진 일흔 인생에..입술터지고..
임파선까지 부었던적은 처음이라는..

2006년 1월의 문을 여는 기분이 여느때와 달랐던 이유는..
이번달을 끝으로..당분간..혹은 영원히
미국에서의 삶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겠죠..

예정에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반가울리 없겠지만..
교수 떠나고 펀딩끊기고..
이처럼..전혀 생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것에 대해..
저 역시 당황스럽기 이를데 없네요..

학생이 몇백명씩이나 되던 매머드급 학과에서..
석박사과정 모두 합해 50명이 채안되는 작은 학과로 온 다음..
너무나도 가족적인 과분위기에 매료되었지만..그것도 잠시..
규모가 작다보니..교수들의 숫자도 적고..
한두명만 과를 떠나면 그 분야는 공백이 되어버린다는..단점이..

동팡이가 전공하려는 분야의 교수가 학교를 떠났습니다..
미국내라면 어케 해보겠지만..독일로 가네요..
"괜찮아..영어로 수업해.."
"그치만 밥은 독어로 사먹어야 하잖아여.."
갑작스런 교수의 이탈로 2년동안
그 분야는 공백이 되어버립니다..

이런 와중에 터진 9월의 면담..
"동팡아..과 사정으로 펀딩을 더 이상 못 주겠다.."

대략 눈치챈건 퀄이 막바지였던 지난 6월..
과가 돌아가는 사정이..
내년 펀딩은 심하게 어려울거라는 소문..
그래도 설마..올해 받은거 만큼은 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방학을 보냈지만..
갑작스레 늘어난 학생숫자로 인해..
제한된 TA가 펀딩의 대부분인 학과에서..
박사과정 미국 native들 조차 자기 돈내고 학교를 다니는 현실이..

학과장이랑 몇번의 면담을 하고..
지난 석달간 부지런히 펀딩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12월에 내린 결론은 휴학..
언제 복학할지도 모르겠고..아예 못할지도 모르는..
펀딩없이는 꿈도 못꾸는..1년에 학비포함
최소 4만불이 들어가는 산타바바라 생활..
박사과정에는 학점,
공부보다 헐씬 더 중요한게 있다는 말이 무슨뜻인지..
이젠 알겠습니다..

앞으로 대략 2주 정도 남은 미국에서의 생활..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진작 이렇게 살것이지..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78. (뉴욕..뉴욕..)

  chapter 3 동팡이의 미국 이야기
                                - 79. (not to be in 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