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호수 공원에서 야외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평화로운 사람들의 표정을 보내 내 마음까지 여유로워지는 듯 했다.

나: 케인, 저기 오리 보이지? 오리는 duck이고, 다람쥐는?
케인: 뭐였지? 아, squirrel. 다랑이가 (우리 아파트 창문 밑에 늘 나타나는 일곱 마리 다람쥐 중 하나의 이름) 여기까지 온 건가?

아이와 이러저러한 얘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갑자기 개 짖는 소리. 장로님 한 분께서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오신 모양이다. 나와 아이를 보더니 발 밑을 핥으며 ‘멍멍’짓어댄다.
아이: (내 뒤로 몸을 숨기며, 계속 짖어대는 개를 잠시 보더니), 엄마, 한국에서는 개한테 멍멍 이렇게 하잖아? 영어로는 개한테 뭐라고 말해야 해?
나: @@##??, 어-어, 응., 저, 멍멍 이렇게 하면 되지.
아이: 멍멍? 그건 한국말이잖아, 그리고 이 개는 미국 개 아냐? 어떻게 멍멍하면 알아들어?
나: (중학교 책에선가 닭울음 소리, 개 짖는 소리 등 표기법 배운 기억이 어렴풋이 나지만,, 벌써 이십년도 지난 일인데다 난 한 번도 미국개를 만나본 적이 없는 걸., 어찌 기억할꼬 아이: 몰라?
나: 멍!멍! (개에게)
개: 멍,멍!!! (영어권 사람에게는 어떻게 들렸을지 몰라도 나에겐 그렇게 들렸다고 믿고싶다)
아이: 엄마, 얘 멍멍해도 알아듣네.., 아! 주인이 한국사람이라 한국말도 아나보네!!
나: @@###????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외로움을 많이 타는지.., 삼년 째 갖고 놀던 곰인형(곰돌)을 부쩍 많이 찾는다. 눈 떠서 가장 먼저 찾고, 낮에도 수시로 안고 생활한다.
아이: 엄마, 우리 곰돌이도 미국왔으니까 영어 이름 있어야 하지 않아?
나: 그래? 뭐가 좋을까?
아이: 엄마가 말해봐, 영어 이름 뭐 있나
나: 음. 도날드, 필립, 맥스, 클라크, 폴, 케빈...
아이: 케빈. 케빈할래
나: 케빈? 야 그건 차라리 네 이름해라. 케인보다 그게 더 나은 거 같은데
아이: 그게 아니라, 난 케인, 곰돌이는 케빈.. 우린 형제니까, 케인, 케빈.. 이렇게 해야 해.
나: @@##????
외국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참 많은 관심을 보인다. 한국에서는 아이 엄마들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웬만해서는 어린애들에게 특별히 말을 걸거나, 특히 아이가 갖고 있는 장난감 등에 관심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는 어딜 가나 누굴 만나나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관심을 보이며, 곰인형이라도 들고 있으면 꼭 곰인형도 사람인양 친절히(?)아는 척을 한다. 그 덕분에 난 케빈의 탄생이후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에서는 형제간에 돌림자로 이름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리하여 우리 아이는 케인, 곰돌이는 케빈이 되었다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 미국 생활 팁: 미국에 살면서 생활영어 배우는 지름길 중 하나는 어린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 대개의 경우 아이의 엄마가 기뻐하며 말을 걸게 되고, 그렇게 대화가 시작된다. 돈 주고 영어회화 배울 거 뭐 있나? 머리아플 때 놀이터 같은데 가서 기웃거리면 인형같이 예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 곳 아이들은 한살 이상만 되어도 완벽한 발음을 구사하고 천천히 또박 또박 말하기 때문에 리스닝은 물론 쉬운 일상영어를 익히기에도 아주 좋다. 나처럼 영어를 체득이 아닌 습득을 한 경우 (즉, 언어를 삶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공부를 한 경우)는 세계 정세에 대해서는 막힘없이 글을 읽고 쓸 수 있으나, 기본적인 일상생활의 표현들은 어렵다고 느껴진다.. 그나저나 개 영어로 어떻게 짖는지 아시는 분 계세요?
2003년 8월 15일 금요일
요즘 젊은 엄마들은 예전 우리 엄마 세대보다 워낙 교육도 잘 받고 많은 정보에 노출이 되어서인지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높을 뿐 아니라, 그 방법과 노력에 있어서도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내 직업이 영어 통역사여서 더욱 그렇겠지만, 내 친구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우리 아이의 영어교육을 어떻게 시키는지 궁금해 한다. 특히, 우리 아이만한 (만으로 여섯 살) 아이를 둔 젊은 엄마들은 정말 도를 넘는 관심을 보인다. 그들의 진지한 눈빛을 보면서 뭔가 그럴 듯하게 대답해 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없지는 않으나, 늘 있는 그대로 말한다.., “전, 영어 공부 안 시키고 한글 동화책만 읽어 주는데요.” 지금까지 내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고개는 끄덕이나 설마... 하는 눈빛. 말은 저렇게 해도 제 새끼한테는 뭔가 특별히 영어 공부시키고 있을 거야 아마.., 발칙한 것. 하는 듯한..

3일 있으면 미국에 온지 만 한달이 된다. 도서관에서 영어 동화책을 잔뜩 빌려와서, 매일 밤마다 한글 문장구역 (눈으로는 영어를 읽고, 입으로는 한글로 이야기 해주는)을 해 준다. 그렇게 한 두 권의 동화읽기가 끝나면 내 창작동화(?)를 들려주고 잠을 재운다. 요즘 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크레파스 왕국 시리즈. 주인공인 초록색 크레파스는 매일 나름대로의 고민과 문제가 생기는데 (우리 아이에게 일어난 일을 주로 각색함), 그럴 때마다 크레파스 왕국의 왕자님 (당근 우리 아들)이 등장하여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 해결책은 주로 몇 가지 어려운 도전을 통과하는 것), 그러면 늘 해피 앤딩이 되어 아이는 기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고, 난 이야기가 끝난 후 안도감과 피로에 지쳐 잠이 든다. 어쨌건, 나름대로 이렇게 국어공부와 독서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는 우리 아이에게는 한글이 모국어로 운명지어졌고.., 평생 한국인으로 살 것이기에 한국어에 대한 사고체계와 직관력, 즉 한국어에 대한 ‘완벽한 장악력’을 갖춰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소신 때문이다. 이 곳에 직접 와 보니 한국에 있을 때의 편견과는 달리, 정말 한국어와 영어를 발음과 구사에 있어 거의 완벽해 보이는(?) 이중 언어 사용자들을 보고.., 와~~ 부럽고, 그 부모들이 얼마나 노력했을지 정말 고개가 숙여진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가 한글을 정말 잘 구사하는가? 나를 때로 절망케 하는 우리 아이!

아이: 엄마, 나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어도 돼?
나: 안돼! 조금 전에 먹었잖아
아이:칫. 엄마 나 싫어하지? 나 돼지 빵구 멍텅구리 싸가지지? 엄만 날 싫어하는 게 뻔뻔해!
나: 응 나 너 싫어해. 하지만 그건 “뻔뻔해”가 아니고, “뻔해” 야.
아이: 아니야, 엄만 날 싫어하는 게 뻔뻔해!!
나:@@@@@########??????

(남편과 내가 아주 가끔(??)소리 내어 다툴 때가 있다. 주로 내 소리만 들리지만)
아이: 엄마, 또 구구싸움해?
나: 야! 우리가 비둘기냐? 부부싸움이지
(구구 싸움이 아니라, 부부싸움이라는 걸 확실히 인지한 아이.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아이: 엄마 아빠, 또 구구싸움이야?
나: (아이를 째려보며) 부.부.싸움. 구구싸움이 아니라. 몇 번이나 말해줬니?
아이:(실수를 깨달았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고 판단한 듯. 잠시 머리를 굴리더니). 원래는 부부싸움인데.. 엄마는 말이 하도 빨라서 비둘기처럼 ‘구구’이렇게 들리잖아. 그러니까 구구싸움이야!! 구.구.싸.움
나: @@@####???

아이의 한국어 어휘를 늘려주기 위해 밤마다 아이와 남편과 셋이 끝말잇기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가 만 네 살 쯤이었을 때
아이: 원아
남편: 아집
아이: 아빠, 아집이 뭐야? (제 차례에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하는 수법)
나: 고집이 세다.. 빨리 해.
아이: 음. 음. 음.....
우리: 셋 셀 동안 안 하면 너 진거다.
아이: 음.... 집? 집? 집? 아, 생각났다. ‘아파트!’

[7] 미국개가 짖는 소리.

[8] 아이의 국어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