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어느 봄날, 새내기가 돼서 수강신청을 하러갔다. 내 옆에 앉는 어떤 여자 아이.
'오잉? 얼굴이 허옇구 이마가 활주로인 게 우리종족이다! ^^'
얼굴보고 서로 뭔가 땡기는게 있었던지 바로 친해졌다.
그 친구는 J... 첨 복장이 참 특이했다. 어머니가 약간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를 카바레 보내나~? 빨강, 파랑, 노랑... 천도 빤짝거리는 공단이네!'
거기다 목소리 끝이 약간 끈쩍한게 애교만땅이다. 그래서 튀는 J가 바로 총대, 그 친구의 단짝인 광녀가 부총대됐다.
우린 새내기때 일년내내 캠퍼스를 다니면서 배운 율동을 하면서 댕겼다. 바위처럼,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새싹처럼, 서울평양 반나절...
ㅋㅋ
울과선배들: "너네 유아교육과 보내뿌야겠다~^^"
J와 난 공통점이 무지 많았다. AB형, 키, 구두싸이즈, 장녀... 사주까지두 (점쟁이말이 90%가 유사하다구...) 공부는...?
J가 항상 과탑이었다. 레포트의 귀재. 난 항상 뒤에...^^;;
하루종일 학교에서 얘기하구 또 집에가서 통화하구... 기쁠때나 슬플때가 4년을 붙어다녔는데... 4학년말에 다른 친구들이랑 얽혀서 둘이
심하게 싸웠고 끝장을 봤다. 평소엔 dumb & dumber지만... 화나면 둘다 성질 무지 드~릅다. -.-;; 같은 대학원에
들어왔지만 전공두 달랐고(J는 교육심리) 일부러 만나지도 않았다. 일년 반이 지나고... 난 어처구니없는 행정실수로 (난 그때 학과TA였다
>.<;;) 졸업이 한 학기 연장됐다. 근데, 나 같은 바보가 한 명 더 있다는 거였다. 바로 J. 우린 그 실수 덕분에 재회를
했구 서로 안고 울었다.
'그래~ 니랑 내랑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갑따~~!'
서로 도와가면서 논문까지 완성하고... 글구 난 논문 내자마자 친구들을 뒤로하고 유학준비로 완전히 잠수 탔다...
10월 GRE셤 치기 전날, J한테서 전화가 왔다. (울산딸아~들은 부산딸아~ 보다 사투리를 덜 쓴다. ^^;;)
J: "낼 셤이징? 광녀 닌 잘 할그야~ 지금까지 잘해 왔잔~나아~~"
광녀: "엉~ 곰마워~~ ...근데 J 니두 유학준비하구 있째?"
J: "사실... 나 낼 S사 셤치러가~ (훌쩍훌쩍)..."
둘이 손잡구 유학가자던 친구였는데... 지도교수님과 문제가 생긴데다가 아버지 정년문제로 갑자기 취업준비를 하게 됐단다.
J: "광녀~ 미얀해~~ ㅠ.ㅠ ...너라두 포기하지 말구 꼭 해~~ 그래야 담에 내가 하지..."
나두 한참 부모님으로부터 취직을 권유받던 때라 친구 말에 눈물이 났다.
그 후 J는 5차셤까지 무사히 통과해서 SK텔레콤 인력개발팀 본사에 발령받았다. 설 가기 전 일요일, 함께 모교로 여행을 떠났다. 사진을
찍어가면서... ^^
나만 보면 썩은 이를 드러내며 웃던 오리지날 광놈, 문창맨(문창회관에 주로 거주하는 걸베이 총각)이 날 반겼다.
'니가 또 광녀를 알아보네~ ^^;;'
추억의 중앙도서관에 들렀다. 내가 항상 애용하던 열람실에 갔더니 물갈이가 다 됐다. 반짝이들은 다 어딜 가고... 싱싱한 것들이 대신 자리하고
있었다. 중도 하면, 잊지 못할 안 좋은 추억 하나가 있다......
어떤 날 저녁, 그날따라 단대 체육대회로 어린것들은 나가놀고, 동기들도 단체로 아프다고 집에 갔다. 선배언니랑 나랑 둘이서 로얄박스를 지켰다.
그리고 주변엔 까리한 변리사고시생들이... 오늘따라 나의 반짝이가 바로 대각선 뒷자리에 앉았다. 오호홍~ *^o^* 근데, 속이 안좋다.
저녁에 김치볶음밥 한술 마저 먹은게 장을 건드렸나 보다. 아~ 찜찜해~~
8시쯤, 책넘기는 소리만 간간히 들리는 고요한 때에...
광녀배: "꾸륵꾸르~륵 뿌륵! (3초)"
광녀: '압! 내배에서 나는 소리다! ...십호흡하고... 그래 아닌척 하는 거야... 좋아 그렇지...'
잠시 정적이 흐른다.
광녀: '그냥 이렇게 완전범죄로 끝나는가 보다. 우후~ 짜식들, 열심히 하는군! ㅋㅋ'
광녀배: "뽀르뽁뽁 꾸루루~룽~~! (5초)" <-- 완전 싼다싸~ 으아~~
광녀: '아~씨~~ -.-;; 에이~ 모르겄다. 시침이 뚝 떼구 공부하는 척하자~'
선배언니: "(옆사람 다들리게) 야! 그거 니배서 나는 소리지? 으흐~ 가씨나~ 아닌척하기는! 너 진짜 우낀다~ㅋㅋㅋ"
광녀: (얼굴이 벌개져서 고개를 못들고 가방챙겨 나간다.)
담날, 더 이상 그 열람실에 공부할 수 없음을 깨닫고, 담날 문간에서 망보고 있다가 반짝이들 밥먹으러 나가자마자 사물함들고 날랐다. 친구들
꼬득여서... -.-;;
......J와 캠퍼스를 다 돌구 10년후 2월 마지막 일요일에 도서관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땐 과연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글구
또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노래방에 들렀다. 난 신성우의 '서시'를 친구를 위해 불렀다.
"...때론 다투기도 많이 했지~ 서로 알 수 없는 오해에 조각들로~ 하지만 멋쩍은 미소만으로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될 수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 내가 항상 여기 서 있을게... (엉엉~) 걷다가 지친 네가 나를... (끅끅~) 볼 수 있게~ (엉엉~~~) ㅠ.ㅠ"
친구도 울고 나도 울고... 이제 정말 모두 각자의 길을 가는구나... 요즘 J가 근무 적응하느라 많이 힘든 모양이다. 넘 빡셔서 생전
첨 코피두 흘리고 얻어 맞은거처럼 눈도 붓고 머리두 계속 아프다고... 역시 대기업은 돈 많이 주는 대신 그만큼 뽈가 먹는가보다.
아침 일찍 J랑 문자를 주고받았다.
J: 며칠은 체력으로 버티고, 며칠은 정신력으로 버티고, 며칠은 깡으로 버티고...
광녀: 월화는 체력...수목은 정신력...금토는 초능력으루...일은 한숨돌리구...다시 시작~
그래두 우린 서로 믿어주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무지 행복하다~ 흐~
"친구야~ 내가 먼저 미국가서 터닦아 놓을꾸마~ 꼭 MBA 오니라~~ 알았째~?~^^*"
p.s.) 금방 이글을 올리기 전에 메신저루 J에게 물어봤다.
광녀: "지아야~ 너에 대해 글써서 올리는데... 읽어보구... 올려두 될까?"
J: "친구야~ 내 이야기가 너의 입에서 즐겁게 나오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OK라는 것 알지? 오늘두 힘내! ^-^"
하루에
2개씩 올리지 않으려고 했건만...
좀전에 넘 황당한 일이 생겨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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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모교 자습실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집이다.
광녀동생: "언니야~ 집에 빨랑 온나~ 방금 언니학교에서 편지왔다. 근데, 이상한게 있다. 그냥 좀 우낀다~ 흐흐~"
학교측에서 3월 12일 보냈다던 합격통지 및 입학확인 편지가 아직 안온터라 한달동안 맘졸이고 있었는데...
'드뎌 왔다니! 근데, 엥? 뭐가 우끼지??'
바로 짐싸서 집으로 도착. (오늘 오후 7시 10분 상황) 나 역시 편지 봉투에 적힌 주소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Republic of China"
찍힌 소인도 하나는 Sweden 19 March 2004 또 다른 하나는 TAIPEI 4. 4-15 (여기서 각 나라별로 소인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
China는 연필로 직직 그어져있고 KOREA가 날려쓰여있었다.
광녀동생: "야~ 니 학교에서 대만애라고 뽑아준거 아니가? ^^ ㅋㅋㅋ"
와~ 편지도 주인을 닮았나~? 옆길로 세도 넘 셌다. >.< 3개국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나의 편지. 아~~ 황당해 !!!
그나마 전공에 계신 행정직원 분이랑 친해져서(이것두 사연이 있지... ^^;;) "학교 갈거에요, 꼭!!!" 라고 말해뒀으니
망정이지... 자칫하면 편지두 나두 미아될 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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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하고서부터 간간히 엉뚱한 일들이 있었거든요. 제 삶이 시트콤이라구는 해두, 이건 넘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제 앞에 펼쳐질지... 저두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