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난
학회발표를 한다는 생각으로 내가 미국을 간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어느날 오후 집에서 전화가 왔다.
광녀엄마: "콩글래슈레이션... 씨불랑 씨불랑..."
광녀: "오~~ 엄마 영어 좀 되는걸! ETS전화안내방송같어~"
엄마는 학교에서 보낸 I-20서류에 들어있는 합격축하편지를 줄줄 읽으셨다. (울엄마는 담에 외손자들에게 무시 안당하시려구 틈틈이 '누인터첸쥐'를
공부하신다.)
꽤 잘 읽으시는건 사실이었지만, 13분 30초 동안 읽고 또 읽으셨다. 벌써 콩글래슈레이션만 10번째다.
광녀동생: (전화를 바꿔서) "언니야~ 영어 쉽네! 별거 아니네~ 니는 이거 한다구 일년동안 죽을똥을 쌌나! 크크킄 ... 근데,
'세비스(SEVIS)'가 뭐꼬?"
광녀: "음... 니 서비스를 잘못본거 아니가?"
광녀동생: "서비스엔 E있는데...?"
난 세비스라니까 영어로 연결이 안되구 자꾸 이렇게 생각됐다.
"내 오늘 몰래 왕창 세비쓰!" (몰래 뭔가 들구 왔을때 쓰는 부산 사투리)
집에 돌아왔다.
광녀엄마: "니 오늘 온 서류들 빨간 볼펜들구 밑줄 그으면서 읽어! 나중에 아빠 오시면 그 앞에서 해석 다 해라~ 못하면 죽어~"
내가 어리버리 하기로서니... 그래두 무서버서 시키는 대루 1시간동안 정자세로 책상에 앉아서 밑줄 긋고 정말 중요한것에 스티커를 붙었다.
아빠께서 밤늦게 돌아오셨음에두 불구하고 정말 난 아빠 앞에서 모두 해석을 하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정말 무서운 엄마 아빠야... -_-;;'
그 후 며칠이 지났다. 아빠께서 양복주머니에서 쪽지를 한가득 꺼내셨다. 같이 근무하시는 선생님 중 TESOL 갔다오신 분을 붙잡고 정보를
알아내셨다고... 나두 이미 들어 알고 있는 정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빠의 그 노고에 첨 듣는 얘기인양 '아~', '오~'를 연발하면서
들어드렸다.
바로 담날 아빠께선 사전을 한가득 들고 오셨다. 영영, 영한, 한영... 근데 모두 고딩들이 분실하고 6개월 동안 안찾아간 것이란다. 내가
인터넷 사전보면 된다구 했는데두 아빠께선 꼭 들구 가야 된단다. 그래서 내 책상 옆에 큰 사전 세 개가 떡하니 탑이 되어있다. -_-;;
울엄마? 가만히 계실 분이 아니지... 유명메이커 이월상품 판매한다는 데서 정말 용하게두 좋은 물건을 사오셨다. 엄마의 센스 덕분에 몇년간
빨아두 빵꾸 잘 안날 질긴 막잠바랑 빤쮸를 해결했다.
근데, 츄리닝은 동생이 입던거 책가방은 동생이 안쓰고 팽개친거 들고간다. 이 역시 아빠의 어명으로... 끽~ 소리 못하구... -_-;;
그러구 또 며칠 후, 학교서 열나게 파워포인트 만드는데 집에서 전화다.
광녀엄마: "아빠가 전화왔는데, 너 출국시기가 성수기라구 오늘 당장 비행기표 끊으래!"
광녀: "예~?"
멍하게 파워포인트 삽질중에 놀래서 항공사 홈피를 뒤졌다. 정말 잔여석이 없다. 교내 여행사에 가서 겨우 해결... 7월 말에 델타항공으로
갈 수 있게 됐다. 휴~ ^-^;;
(오늘)
금방 학회에 발표를 마치고 돌아왔다. 나만 빼군 발표자가 모두 박사 및 교수님들이었다. @.@;; 난 평소 성격과 다르게 넘 차분하게 진행했다.
그래서 넘 후회가 된다. 그래두 이번 경험덕분에 내 간땡이는 확실히 좀더 부은거 같다. ㅋㅋ
미국 갈 날이 두 달두 채 안 남았다. 이제부터 빨랑빨랑 갈 준비해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