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도전과제는 '비자인터뷰'.

어디 외국 한번 나가보지 못한 나. 울아빠는 유학 아니면 외국에 못내보낸다구 하셨었다. 왜냐? 어학연수나 워크앤츄라벌 보내면, 주동해서 놀거라고. >.<;;

여권, 비자발급, 거기다 인터뷰... 이런거 모두 첨이다. 내가 믿는 구석이라곤 해커스홈. 비자게시판 20페이지 모두 훑고 비준사모 카페에 가입했다. 그리고 대사관홈, 여행사홈두 모조리 뒤졌다. 정말 준비해서 오라는 것두 각양각색.

주민등록등본, 호적등본, 의료보험증... 재직증명서, 공무원증, 명함...소득금액증명원, 갑근세, 지방세, 갑종근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증명서...

비슷비슷한게 어찌나 많은지, 그럼에두 불구하고 비준사모 자료실엔 거의 모든 양식이 존재하고 있었다. @.@

아빠, 엄마, 나. 부지런히 관공서에 뛰어다녀서 국문서류를 준비하고, 비준사모의 양식을 참고해서 光girl의 스타일로 재구성해서 영문서류들을 완성했다.

1. 여권, 비자신청서, I-20 (sign 꼭)
2. 이전 학교 성적표, 장학금수혜내역 (영문)
3. 통장원본, 잔고증명서
4. 주민등록등본(재정보증인과 같이 살 경우), 재직증명서, 소득금액증명서, 갑종근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증명서, 지방세 과세증명서, 의료보험증사본

오늘 아침, 일찍 빱바를 챙겨먹고 KTX를 첨으로 타고 서울로 향했다. 혹시나 길치인 光girl이 하철이 탈때 헤맬까봐서 1시간 일찍 도착했다. 대사관에 도착한게 11시 50분. 오후 인터뷰는 1시부터인데, 그때부터 벌써 줄이 차곡차곡 접혀져 있었다. 1시간을 한발짝씩만 옮겨가면서 기다려서 접수증 받고, 다시 2시간을 인터뷰 창구 앞에서 기다렸다. -.-;;

첨엔 표정관리 하려구 스마일~ 하고 있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시 기차타구 부산내려갈 시간이 다돼갈수록 지쳐갔다. 133번대, 156번대가 인터뷰를 받고 있었다. 난 109번... '에휴~ 오늘 대사관 문닫기 전엔 끝내주겠지. 친구집에서 하룻밤 자구 가야겄네!'

옆에 앉아있던 한 처자는 서류안고 잠이 들고, 난 벽에 머리를 기대고 복식호흡을 하며 안정을 찾으려 애썼다.

"띵똥"
3시 5분전 109-4번이 전광판에 떴다. 아싸~ 넘 기뻐서 절로 방긋방긋 웃었다.

광걸: "(영어로) 만나서 방가워요! ^^"
대사: "(방긋 웃으면서) 나두~ 너랑 회색이 넘 잘 어울려~"
(난 회색스틸안경테를 끼고 회색남방을 입고 있었다.)
광걸: "^--------^ 히~~"
대사: "(계속 스마일) 너네 아버지 직업이 뭐야?"
광걸: "고등학교 선생님이요."
대사: "(역시 ^^) 너 미국 갔다와서 교편 잡을 거니?"
광걸: "전 고향에서 교수할 거에요!"
대사: "그래~ (빅 스마일) 공부열심히 해~~ 너에게 행운을 빌어! ^------^ "
광걸: "고맙습니다! ^^"

통역관 아줌마는 어디가 불편하신 표정이었지만, 난 대사할머니랑 넘 기분 좋게 인터뷰를 마쳤다. 1분도 안걸렸지만. ^-^;;

그리고나서 열나게 뛰어서 지하철이 타구 서울역에 와서 KTX타구 부산에 왔고 집에 돌아와 맛나는 저녁을 거하게 먹었다. 고속철의 위력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와~ 이젠 정말 미국 가는 모양이다. 가끔은 걱정두 되구 불안한 맘두 들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기쁘게 준비하려구 한다.

기숙사두 들어갈 수 있다구 하고 서브리스도 신앙공동체에서 도와주신다고 하고... 이제 차분하게 짐을 정리하고 가족과 친구들과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야 겠다.
^--------------^


비자 인터뷰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서부터 몸살을 했다. 갈 준비가 거의다 되어가서 그새 긴장이 풀린 탓일까?

오전엔 영어학원, 오후엔 학원과제와 짐정리, 저녁엔 설거지와 운동... 그러다보면 하루가 훌랑 지나가버린다.

미국가기전에 실컷 놀구 오라구? 놀 기분이라두 생겼으면 좋으련만... 떠날 날이 얼마 안남았다고 나를 위해 일부러 자리를 만든다는게 부담스럽기만 하다.

어떤 날은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잠 못이루고 또 어떤 날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잠으로 회피해버린다.

그냥 단순하게 도서관에서 지알이를 공부할 때가 가장 행복했던 거 같다...

이렇게 일주일을 거의 보낸 어제, 아버지께서 그러신다.
"떠나기 전까지 가족들을 위해서 네가 더 참아야 되겠다!"

시집가는거 같기두 하고 군대를 가는거 같기두 한 이 묘한 기분속에서, 가족의 위로를 더 받고 싶었는데... 이건 나만의 이기적인 욕심일 뿐이었다...

아버지의 말씀에 버럭 대들었다.
"제가 뭘 어떻게 참아야 된다는 말씀이세요?"
아버지 큰 소리로,
"너 미국간거 아니다. 내가 너 미국 안보내는 수가 있어. 네 방으로 가!"

오늘 종일 다른 가족과 떨어져 한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사춘기 이후 우리 가족내 분쟁의 시작이 되었던 나, 작년에 유학 땜에 그렇게 다투고 혼나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곤 했었는데...

이젠 그냥 멍~ 하기만 하다.

한국편 - 19.출국준비: 비자 인터뷰

한국편 - 20.이 묘한 기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