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유학가기 전에 친구들을 최소한으로 만나기로 맘 먹었다. 이전 글에서 리플 달아주셨던 여자분의 조언도 계속 생각이 나고, 나 역시 유학가는
그날까지 조용히 짐싸고 책보다가 가고 싶다.
친구들을 아예 안만나고 갔다간 힘센 말띠 동창 동기들한테 모다 맞을까봐 큰 뭉탱이로 두 모임에 참석하고 시간 안맞는 친구들은 정말 잠깐
인사만 하기로 했다.
지난 주말엔 큰 뭉탱이 모임중 하나, 고딩동창들 모임이었다. 내 송별회는 부록이었고 주목적은 새로 결혼한 친구의 집뜰이와 임신축하모임이었다.
그 친구는 약대 졸업하고 약사고시패스해서 대학병원에서 근무시작하고, 첨 소개팅으로 만난 4살차이 약사오빠랑 2년 연애하고 결혼했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약국도 있고... 거기다 이번엔 허니문베이비까지... 그야말로 정석같은 인생코스를 밟고 있다.
난 사대 졸업하고 90%가 하는 임용고시 시작도 안하고 대학원 진학하고, 학부땐 여러 nom들 만나다가 나이들이선 결혼 무기한 연기했다.
기숙사에 들어갈꺼고 튼튼한 두다리가 있고... 단순무지에 무대뽀정신으로만 무장하고... 예상이 안되는 여정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6총사가 다같이 점심을 먹고 있는데 그 중 한 친구가 그런다.
"둘이 인생이 바뀐거 같다~ 내가 HS이가 유학간다면 믿겠고 光girl이가 젤 먼저 결혼한다면 믿겠는데... 정말 신기하다!"
나두 신기하다. 인생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HS양의 신혼집으로 향했다. 나를 제외하곤 모두 165cm이상인 그 친구들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왔고 내가 볼 땐 충분히 날씬한데 계속 살빼야
된다는 소리만 했다. 나? 그냥 아무말 않고 빙긋이 웃었다. 내 허벅지랑 궁댕이두 함께 웃었다. 흐흐~
그 친구들은 한참을 체중계에 오르락 내리락 하더니 마루에 모두 벌러덩 누었다. 그리고 딱 반상회 분위기였다. 연예인 이야기, 친구들 결혼
신혼 이야기, 학부형 이야기...등등 이게 세상사는 이야기임엔 틀림없는데 난 그 세상 사람이 아닌건만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난 갑갑했다. 난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싶은 맘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행복엔 정답이 없는 것. 보다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이 행복한지, 아님 光girl이가 행복한지...
밤늦게 집에 돌아와서 난 여러 생각들로 바로 잠들지 못했다.
'너무도 다른 각자의 길을 가는구나...그러나 나는 반드시 유학을 가야만 한다...'
가만히 앉아있는 내 옆으로 엄마가 다가오셔서 그러신다.
"100% 맞아야 친구하남? 그래두 안보면 보고싶은게 친구더라~ 오래오래 지내다보면 친구만큼 좋은게 없다!"
지난
토요일에 대형마트에서 큰 트렁크 가방을 샀다. 높이가 70cm는 넘는다. 아무리 내가 팔뚝 힘이 세다곤 하지만 이거 가득 채워들구 가면
몸살이 날 것만 같다.
내가 가방 무게에 놀라고 있을 때, 새로 산 가방을 먼저 끌고 저만치 앞서 가신 아빠를 보시면서 엄마께서 그러셨다.
"너네 아빠께서 이제 실감이 나시는 모양이다~ 오늘 학교에서 눈물이 울컥 나시더란다..."
딸을 떠나보낼 가방을 끌고 가시는 아빠의 뒷모습에 나두 울컥했지만 벌써부터 울면 안되겠다 싶어서 말을 돌렸다.
"아빠~ 아빠 그 가방 끌고 가니까 지하철에 뭐 팔러온 장사꾼 같아요! ㅋㅋ"
내방은 아빠의 서재로 내핸드폰은 아빠의 소유로 변경되었다. 아빠께선 서재와 핸드폰이 생기는 것을 무척 좋아라 하셨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에
대한 역설인지 알 거 같다...
어제는 트렁크에 흩어져있던 짐들을 모아 넣었다.
광녀아빠: "네가 짐을 싸니까 내가 기분이 안좋구나..."
광녀: "그래두 쌀 건 빨리 싸야죠!"
아빠의 심정을 모르는바는 아니였지만 이 역시 우는 분위기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 아주 강한 척 대답을 했다.
출발 10여일 전... 이젠 진짜 미국에 가는가 보다.